자판기(자동판매기)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흔한 기계다. 음료부터 신문, 과자, 책 등 다양한 자판기가 존재한다.
최초의 자판기는 고대 이집트 신전에서 수익을 거두기 위해 설치했던 일명 ‘성수 자판기’로 추정된다.
위에서 동전을 떨어뜨리면 동전의 무게로 지렛대가 기울고 닫혀 있던 구멍이 열리면서 물이 흘러나오고, 떨어진 동전이 바닥으로 떨어지면 지렛대가 다시 원래대로 기울면서 구멍이 닫히게 되는 원리다.
이 장치는 1세기경 그리스의 발명가이자 수학자였던 헤론이 그의 책에서 묘사했고, 최초의 자동판매기로 알려져 있다.
1615년 담배 자판기가, 1822년 책 자판기, 1883년 우편엽서 자판기 등이 등장했지만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상업화된 현대식 자판기는 1888년 미국에서 고안된 껌 자판기다. 이후 자판기는 장소와 시간을 불문한다는 엄청난 장점 덕분에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한편 우리나라에 자판기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77년 커피 자판기다. 현재는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품목의 자판기들이 도입돼 있다.
그 중 근래에 특히 이목을 끈 자판기가 있다. 일명 ‘고기 자판기’다. 농협은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본관 대강당에서 ‘사물인터넷(IoT) 식육 스마트 판매 시스템’ 출시 기념식을 갖고 일명 고기 자판기를 선보였다.
고기 자판기에서는 250g 또는 300g 단위로 진공포장(스킨팩)된 농협 안심한우와 안심한돈, 닭고기 등을 구입할 수 있다. 가격 또한 백화점이나 일반 마트, 정육점 등에 비해 최대 20% 가량 저렴하다.
고기 자판기는 1인 가족 확대와 인건비 상승,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기호에 비춰 축산 유통 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특히 축산물 유통비용 감소로 인한 소비자가격 인하 등의 효과로 국산 축산물 소비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고기 자판기가 극심한 실적부진을 겪으면서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태흠 의원(자유한국당, 보령·서천)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IoT 식육 스마트 판매 시스템’은 지난해 11월 처음 도입돼 현재까지 총 9개소에 설치됐다.
운영 이후 판매 실적을 살펴보면 9개소의 총매출이 4210만원. 자판기 1대당 평균매출이 5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초 농협중앙회 본관과 KT&G 빌딩에 설치된 2개의 자판기의 경우 매출은 2392만9000원 수준으로 기기당 하루 판매액이 3만9000원에 불과하다.
올해 설치된 7개소 중 지난 4월 27일 설치된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청량리점의 자판기 2대는 판매부진으로 4개월 만에 철거됐고, 최근 안성팜랜드에 설치된 고기 자판기도 한 달 동안 단 2개(1만7000원 상당)의 제품만이 판매돼 자판기 전기요금도 충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도입 1년 여 남짓, 실패라고 말하기엔 아직은 이른 시점이다. 기기의 입지나 운영 방식 등을 재점검해 사업 방향을 다시 설정한다면 ‘IoT 식육 스마트 판매 시스템’은 축산물 소비·유통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착할 수 있다. 
그래서 국산 축산물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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