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임직원들의 업무를 대하는 자세의 해이함을 몸소 체험했는 지,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2016년 중앙회장에 당선되면서부터 중앙회를 비롯 자회사 임원들, 지역 농축협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2박3일 일정의 특별교육을 실시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하고 있는 김병원 회장의 ‘협동조합론’은 늦은 감은 있지만, 조직 내의 변신을 꾀하려는 노력으로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혁신으로 승화 안돼

최근 수입 농축산물의 범람과 그 수입 농축산물이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는 가운데 고령화된 농촌은 더 이상 버텨낼 힘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농축산인들로서는 농협이야말로 ‘비빌 언덕’이니, “농협의 주인은 농민”이라는 김병원 회장의 ‘협동조합론’에 일말의 희망을 갖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즈음 전국한우협회가 들고 나온 ‘농협 적폐 운동’은 김병원 회장의 ‘협동조합론’이 조직이 변신을 꾀하기는 했지만 ‘혁신’으로의 결과물은 내놓지 못했음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구시대적인 협동조합론으로는 급변하는 현실에서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그러한 결과는 지난 16일 농협 국감에서 같은 지적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말부터 11차례 게재한 「농협, 21세기를 허(許)하라」를 통해서 지적했듯, 농해수위원들도 국정감사에서 거의 같은 내용으로 농협이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중앙회장에 당선된 김병원 회장은 의욕이 넘치게 ‘농가 소득 5000만원 시대’를 들고 나왔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농협이 하겠다는 뜻으로, 듣는 이는 먼저 ‘갸우뚱’이었지만 오랜만에 선제적으로 죽어가는 농촌에 활력을 넣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5000만원 시대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탓할 이유가 없다. 농가의 소득을 올려주기 위해 농협이 앞장서서 노력하겠다는 것이니, 농민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배당된 부문별 목표치를 놓고 보면 농협조차 왜 ‘선언적’ 의미에 집착하는 지 궁금할 뿐이다.
아니나 다를까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농업소득이 10년 째 지지부진한 가운데 ‘농가소득 증대’를 최고의 목표로 삼는 농협의 존재이유를 물었다.
박 의원은 국내 농가소득 중 ‘농업소득’은 1994년 이후 10년 넘게 1000만원에서 겨우 100만원 안팎으로 정체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2017년 농업소득은 2015년 1126만원보다 오히려 120만원 가량 적은 1005만원으로 떨어졌다면서 이유는 농가가 키운 농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는 2012년 농협경제‧금융지주회사 출범으로 사업구조 개편을 한 후 ‘판매농협 구현’이라는 목표 하에 농협 경제사업 활성화를 추진해 왔다. 특히 2020년까지 중앙회가 조합 출하물량의 50% 이상을 책임 판매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농협중앙회의 「경제 활성화 추진 계획」에 따르면 2020년까지 원예의 책임판매 비중은 39%, 양곡은 59%, 축산은 64%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다.

구차한 변명 안하길

하지만 박완주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품목별 책임판매 비율」 자료에 따르면 현재 책임판매비율은 양곡을 제외하고 목표치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예는 2017년 기준 농가의 농협출하액인 8조9244억원 중 19.2%인 1조 7111억원, 양곡은 농가의 농협출하액 2조 4352억 중 37.2%인 9051억원을 책임 판매했다. 축산의 경우엔 5조 8971억원 중 겨우 29.5%인 1조 7382억원이었다.     
이러한 데이터를 놓고 박 의원은   “농협의 가장 큰 존재이유는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농축산물의 제값을 보장하는 것”이라면서 “사업구조 개편 이후 실질적으로 판매농협을 구현해 왔는지가 의문”이라고 따졌다.
이것이 ‘농가 소득 5000만원 시대’의 결과치이다. 협동조합의 이념만으로는, 또는 ‘판매농협의 구현’이라는 슬로건만으로는 아무 것도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김병원 회장은 전국을 돌며 전국의 농축산인들을 대상으로 멋진 목소리와 달변으로 ‘명강의(?)’를 펼쳐왔다. “한 번 들으면 빠져들게 된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며칠 후에는 무슨 말을 했는지 잘 모르겠단다.
이념으로 무장해서 성공했다면 공산주의가 왜 무너졌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 또 자신만의 강한 신념은 조직은 물론 연관된 모든 사람들이 고통을 받게 된다.
마오쩌뚱의 대약진운동이 가장 좋은 예다. 소련과 공산주의 선두를 경쟁하던 그는, 1957년 흐루시초프가 10월혁명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향후 15년 안에 소련은 미국의 주요 생산품의 산출량을 능가할 것”이라고 자신하자, “중국은 산업 강국인 영국을 15년 안에 추월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렇게 시작된 마오의 ‘대약진운동’은 수천만 명의 인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참극의 역사로 끝났다.
먼저 파격적으로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선언했으니 조직의 모든 역량은 그것에 쏠리게 됐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지 못하면서 “그렇게라도 했으니 그나마 소득이 오르지 않았느냐”고 하면 참 구차한 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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