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10월부터 내년 2월까지 5개월 동안을 AI‧구제역 특별방역대책기간으로 정하고, 강도 높은 예방활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 기간은 여느 때와 달리 축소됐다. 이유는 방역관계자의 피로도가 증가하고, 산업적 피해, 국민생활 불편 등의 우려에 따라 전체기간을 8개월서 5개월로 줄였다는 것이다. 굳이 의미를 따지자면 기간을 줄이는 대신 강도를 높였다고 볼 수 있다.
기간 동안 백신접종을 철저히 하고, 방역취약분야 관리와 교육‧홍보를 강화하며, 구제역 전파 가능성이 있는 시설인 가축분뇨처리시설과 비료제조업체 중 일부를 선정해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한다.

보완대책 ‘탁상행정’ 

또 생산자단체, 전문가, 기자, 방역관 등 현장 관계자가 참여하는 축종별 간담회를 분기별로 개최해 현장의 문제점을 발굴 개선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를 활용해 현장의 질병 발생 동향과 개선사항 등 정보수집도 강화한다는 것이다.
또 이 기간 동안에는 전국 축산 관련기관 및 단체에 방역대책 상황실을 설치‧운영할 계획인데, 지난 1일 농축산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대책 상황실 현판식도 가졌다.
농축산부는 또  ‘가축전염병 발생 없는 원년’ 달성을 목표로 AI‧구제역 방역보완 대책도 마련했다. 내용은 농가의 책임 강화를 초점으로 해, 축산농가들로부터 ‘실효성 없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반발까지 불렀다.
왜 농축산부의 방역대책이 나올 때마다 축산농가들은 반발하는 걸까? 악성 가축전염병의 발생과 확산의 원인을 농가의 부주의나 부도덕으로 몰고 있기에 그렇다. 때문에 보완대책이라고 나오는 족족 보상금 페널티 적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페널티 적용 기간을 5년으로 확대하고, 발생농가 ‘삼진 아웃제’를 명문화하는 등 AI‧구제역의 발생과 확산을 농가의 책임으로 돌렸다. 그리고 농축산부는 “지금까지의 방역조치 사항 중 효율적인 조치는 제도화하고, 도출된 문제는 해결 방안을 마련했다”고 자신한다.
현재 국내 양돈업계가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은 ASF(아프리카 돼지열병)다. 지난 8월 3일 중국 요녕성 선양에서 처음 발생한 ASF는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지난 8일 다시 요녕성 안산의 돼지농장에서 24번째로 발생했다. 
마땅한 백신이 없어 한 번 발생하면 양돈업계는 ‘핵폭탄’을 맞게 되는 꼴이다. 만일의 경우 ASF가 국내 유입된다면 책임은 누가 져야할까? 아마도 구제역이나 AI와 같은 경로로 축산농가의 잘못으로 여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시도별 가축방역관 현황’을 근거로 정부의 가축방역의 허점을 지적했다.
박 의원은 구제역‧AI 등 가축전염병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대응체계의 최일선을 담당하는 가축방역관이 법에서 권고하는 적정 인원보다 턱없이 부족해 과연 정부가 추진하는 방역의 실효성이 나타날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2018년 7월 기준으로 가축전염병 예방법 제7조 제6항에서 권고하는 적정인원 1824명 대비 실제 운영되고 있는 방역관은 1335명으로 489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강원도의 경우 적정인원 217명 중 106명이 배치돼 절반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 역할부터 하고

박 의원은 “특히 주목할 점은 가축전염병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의 가축방역관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시급히 보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축전염병이 빈번한 지역은 사전 예방 및 확산 방지 조치를 수행하는 방역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경기, 충남, 경북, 전북 모두 실제 적정인원 대비 부족한 수의 인력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직자도 2016년 33명에서 2017년 74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대도시보다 거주와 근무 환경이 열악할수록 중도에 그만두는 사례도 많았다. 2016년부터 2018년 9월말까지 서울은 단 한 명도 이직하지 않은데 비해 충남은 35명으로 가장 많았다.
AI‧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근무와 주거 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가축방역관 기피 현상은 당연하다. 방역관 한 명이 담당해야 하는 업무가 과도하게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농식품부가 특별방역기간을 줄이면서 강도를 높여 예방활동을 전개한다고 한 것은 이러한 현 상황을 반영한 것일 뿐이다. 가축방역관의 피로도가 증가해 효율적인 방역활동을 전개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기간을 줄였다는 말과 방역 활동의 강도를 높인다는 말은 서로 상충되는 말이다.
인원이 부족함으로 업무가 폭증하는 데 그에 맞는 인원을 충원하지도 못하고 어떻게 효율적이고 강도 높은 방역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보완대책이라고 내놓으면서 이러한 상황을 농가에게 슬쩍(?)부담시켜 방역활동에 적극 참여하라고 하는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농가의 방역활동은 한계가 있다. 인원을 충원하고 정부가 해야 할 모든 노력을 다하지 않고 부담지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말 말처럼 ‘청정화’를 해내려 한다면 정부부터 솔선수범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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