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생산에서 요리전문점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다

장터 케이지 담긴 토끼 보고
축산 문외한의 호기심 발동
고단백저칼로리저지방 식품
치매 예방신경 계통에 좋은
아라키돈산 타축종보다 월등

번식력 왕성 사육기간 짧아
자금 회전 용이 소자본 가능
냄새 적어 민원도 거의 없고
분뇨처리 비료성분 높아 수월
곰탕찜 등 만들어 재미 솔솔

배문수 대표<오른쪽>와 아들 배광민 씨<왼쪽>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축산’이라 하면 소·돼지·닭 등 주요 축종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레드오션인 주요축종 대신 블루오션인 특수가축을 선택해 톡톡한 수익을 올리는 이도 없지 않다.
상주 ‘감먹은 토끼농장’의 배문수 대표(70)가 그 대표적 예다.
배문수 대표는 ‘감먹은 토끼농장’뿐 아니라 토끼요리 전문점 ‘상주토끼곰탕’까지 운영하며 그야말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다 잡았다.
배 대표는 어떻게 토끼농장과 토끼식당을 운영하게 됐을까.

 

# 장터서 산 토끼 두 마리로 입문
배 대표는 처음부터 가축을 키우던 사람이 아니었다. 손에 흙 한 번 묻혀 본 적이 없는 사업가로 수십 년간 건설업에 몸담았다.
그러던 배 대표는 예순이 되던 해 사업을 접었다.
평생을 눈 코 뜰 새 없이 살아왔기에 이후의 삶은 가족들과 함께 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후를 위해 마냥 놀 수만은 없었다.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고심하던 중 그는 의외의 곳에서 답을 찾았다.
인근 장터에 갔다가 케이지에 담겨있는 토끼를 보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건설업에 종사하다보니 보양식을 많이 찾았고, 그중 즐겨먹던 것이 토끼였다.
때문에 토끼를 보곤 문득 ‘한번 키워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주머니를 털어 토끼 두 마리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고.

# 양토인으로서의 청사진 그려
그렇게 키우게 된 토끼는 그의 적성에 잘 맞았다.
게다가 토끼는 장점이 많은 동물이었다.
토끼고기는 고단백·저칼로리·저지방 식품으로 건강에 좋은데다, 필수아미노산과 치매예방과 신경계통에 좋은 아라키돈산이 타 축종보다 월등히 많다는 것.
특히 섭취 후 2시간 이내에 85%의 높은 소화흡수율을 보이는 등 소화력이 약한 고령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어, 초고령화 시대에 들어서며 토끼고기가 고령친화식품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확신했다.
가장 큰 장점은 번식력이 강하다는 것과 사육기간이 짧아 자금회전이 용이하다는 것이었다.
한 배에 8~9마리씩 연간 3~4회전이 가능한데다, 생후 3개월이면 출하할 수 있어 소자본으로도 창업이 가능했다.
냄새가 적어 민원이 거의 없다는 것과 축분에 우분의 6배가 넘는 비료성분이 있어 분뇨처리가 수월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게다가 힘이 많이 드는 타 축종과 달리 관리가 수월해 오랫동안 키울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이때부터 그는 미래 양토인으로서의 청사진을 그리게 됐다.
2009년, 그의 나이 60살의 일이다.

# 판로 위해 토끼식당 운영 결심
이후 그는 본격적으로 마릿수를 불리기 시작했다.
번식력이 빠른 까닭에 일 년 새 무려 200마리 가까이 늘어났고,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던 그는 모토와 종토로 사용할 개체를 제외한 나머지 토끼들을 일부 정리하기로 했다.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인근 보은의 중간상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마리당 1만5000원을 쳐준다고 하더군요”
다음날 그는 토끼 50마리를 싣고 보은으로 향했다. 일 년간 돈만 투자하다가 돈을 회수할 생각에 신이 나기까지 했다.
그런데 하루 만에 상황이 변해있었다. 1만5000원을 쳐준다던 중간상은 시세가 떨어졌다면서 그 자리에서 3000원을 깎았다.
“어떻게 하루아침에 시세가 바뀌냐”고 중간상에게 따졌지만 “시세가 그런 것을 어쩌냐”는 말이 되돌아왔다.
기름을 태워가며 보은까지 왔는데, 토끼를 다시 싣고 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번 일이 이번 한번 만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지요. 이대로 계속 중간상인에게 끌려 다니지 않으려면 직접 판로를 찾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토끼식당을 차리기로 결심했다.

# 월사금 지불하며 몸소 배워
게다가 쉽게 생각하고 덤볐지만 토끼는 생각처럼 쉬운 분야가 아니었다.
특히 토끼는 사육법에 대해 배울 곳이 없다는게 가장 큰 고역이었다. 제대로 된 책 한권이 없어 뭐든지 부딪히며 배워야 했다.
때문에 토끼사육을 시작한 이듬해 겨울에는 많은 새끼토끼를 죽이기도 했다.
어미토끼는 자신의 가슴털을 뽑아서 둥지를 만드는데, 둥지를 만들지 않고 새끼들이 얼어 죽도록 그냥 내버려 둔 것.
원인을 알기 위해 백방에 알아봤지만 ‘원래 겨울에는 새끼토끼가 많이 죽는다’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거듭된 실패 끝에 알아낸 것은 사육장 온도가 너무 낮기 때문이었다.
“온도가 낮으면 어미토끼들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털을 뽑지 않는다는 간단한 논리였습니다. 난로를 설치해 온도를 높이니 새끼들을 제대로 돌보더군요”
토끼산업 입문에 대한 값비싼 월사금을 지불한 셈이다.
정보의 중요성을 체감한 그는 한국양토양록농협에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한편, 전국 선도농가를 찾아다니며 노하우와 함께 인맥도 쌓았다.
배울 점이 있다면 농장에 접목하는 것은 물론이다.

# 토끼고기 대중화 위해 노력할 터
토끼사육 10년차에 접어든 그는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토끼농가로 성장했다.
특히 상주의 대표 특산물인 감 껍질을 말려 새끼토끼의 설사병 치료에 활용하는 등 배우던 입장에서 이제는 가르치는 입장이 됐다.
현재 배 대표는 모토 100마리를 사육하고 있으며, 매월 200마리의 토끼를 출하한다.
이중 2/3는 그가 직접 운영하는 토끼요리 전문점 ‘상주토끼곰탕’에서 소비하고, 나머지 1/3은 판매하고 있다.
‘상주토끼곰탕’에서는 한방토끼육수를 베이스로 토끼곰탕과 토끼백숙, 토끼찜, 토끼전골 등을 판매하고 있는데 손님들의 반응이 좋다는 설명이다.
특히 토끼곰탕의 경우 특허출원과 상표등록을 마쳤으며, 주문시 전국에 택배로도 발송하고 있다.
하지만 토끼고기 대중화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게 배 대표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 그는 지난 2016년부터 한국특수가축협회장을 맡아 매월 토끼곰탕 무료시식회를 진행하는 등 토끼고기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토끼고기를 접하기 쉽지 않은 만큼 안 먹어봐서 못 먹고, 파는 데가 없어서 못 먹는 경우가 많다는 것.
하지만 토끼산업의 미래를 위해선 토끼고기에 대한 인식변화로 소비문화가 형성돼야 한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또한 그는 토끼인구 유입을 위해 귀농인 교육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그의 든든한 후원자는 아들 배광민 씨다.
아버지를 이어 토끼산업을 부흥시키겠다는 그의 눈에서 장밋빛 미래가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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