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하면 뱀두더지 등이 주식
스트레스 감소면역력 향상

시 육성사업 선정 계기로
사육 시작…벤치마킹 진땀
축사 자연친화적으로 꾸며
낙과·단감·밤 등 주로 급여

웅담 대용으로 널리 애용
화상과 아토피에도 효과
물 오염되면 소화기 장애
음수관리가 특별히 중요

 

정철재 대표<왼쪽>와 아내 허미숙 씨.

 

특수가축인 오소리로 억대의 소득을 올리는 농가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경남 진주시 금곡면 두문리 진주 오소리농장의 정철재 대표다.
정 대표는 지난 2011년 축산에 합류한 늦깎이 축산인이다.
하지만 일천한 경력에도 불구, 오소리 분양과 오소리액기스·오소리기름 판매로 연간 1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 오소리와 특별한 인연
정철재 대표의 사연은 이렇다.
진주 토박이인 그는 시내에서 여러 사업을 전전하다 귀농을 결심한다.
소·돼지·닭을 다 키워봤을 정도로 원래 짐승 기르는 것을 좋아했다는 그는 어떤 것을 해야할까 고심하던 차에 문득 오소리를 떠올리게 됐다고.
사실 정 대표와 오소리는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시골에 살던 까닭에 유해조수 퇴치 목적으로 자주 사냥을 다녔다는 그는 산에서 오소리를 만나는 일이 잦았다.
그러던 중 아버지께서 편찮으시게 됐고, 그는 약으로 오소리를 쓰게 됐다.
“일종의 사형선고였습니다. 병원에 가도 병명조차 나오지 않았지요.”
오소리가 몸에 좋다는 말을 익히 들어온 그는 오소리와 함께 갖은 한약재를 넣고 정성껏 다렸고, 그걸 드신 아버지께선 정말 거짓말처럼 일어나셨다.
이후 만 8년을 병환 없이 사시던 그의 아버지께서는 천수를 다하시고 돌아가셨다고.

# 오소리농가 육성사업에 선정
이런 기억들이 그를 오소리 사육으로 이끌었다.
주변의 권유로 공모한 진주시 오소리농가 육성사업 선정을 계기로 그는 본격적으로 오소리 사육에 뛰어들었다.
그는 오소리 전용 운동장과 분만실, 인공 월동굴 등을 갖추고, 암컷 80마리와 수컷 30마리를 구입했다.
또한 사육기술과 노하우 등을 배우기 위해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농장들을 찾아다니며 벤치마킹 했다.
굴에서 생활하는 오소리의 특성상 방사사육할 경우 굴을 뚫고 도망가는 경우가 많아 바닥에 시멘트를 바른 뒤 흙을 덮어 사육장을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배수가 어려운 단점이 있다는 것.
때문에 그는 바닥 전체에 튼튼한 철망을 깔고 흙을 덮어 배수도 용이하고 자연친화적이도록 설계했다.
덕분에 방사사육이 가능해져 스트레스 감소와 함께 면역력 향상까지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고 있다는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정 대표는 이어 “방사사육시 오소리가 뱀과 두더지, 지렁이 등을 잡아먹어 사료비가 절약된다”면서 “관리가 수월한 것도 장점”이라고 귀띔했다.

# 직접 농사지은 단감과 밤 급여
오소리 사육시 신경써야 할 부분은 수정란의 착상지연 현상이다.
오소리는 분만 후 늦여름부터 늦가을까지 교미하지만, 수정란 착상은 12~1월에 이뤄져 3~4월경 새끼를 낳는다.
수정란이 바로 착상하지 않고 일정기간 자궁 내에서 유영하며 지내는 착상지연 현상이 있다는 것.
영양상태가 좋을 경우 자궁에 착상시켜 태아를 키우지만, 환경이 좋지 않을 경우 그대로 흡수시키기 때문에 월동 전 충분한 영양분을 축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해에는 오소리들의 영양상태가 안 좋았는지 분만율이 50% 수준에 그친 적도 있었습니다”
때문에 정 대표는 오소리들이 먹는 것 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다.
“직접 농사지은 단감과 밤을 급여하고 있습니다. 인근 과수농가들이 갖다 준 낙과를 주기도 하고요”
이와 함께 잡식성인 오소리의 식성을 고려해 직접 산에서 잡아온 멧돼지와 고라니 등을 급여하고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농작물 피해도 예방하고 일석이조인 셈입니다. 허허~”

# 질병 및 음수관리도 철저
정 대표는 질병관리에도 철저하다.
오소리는 질병에 강하지만, 개홍역에 걸릴 경우 치사율이 높기 때문에 생후 20일 이후 3회에 걸쳐 애견용 종합백신을 접종한다. 
또한 물이 오염되면 소화기 장애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까닭에 음수관리도 특별하다.
‘먹는 물이 가장 중요하다’는 그의 지론에 따라 물이 계속 샘솟도록 설계해 24시간 항상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소음에 취약한 오소리의 특성상 소음관리에 주의해야 한다는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오소리는 놀라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한 곳에 뭉치는 습성이 있다는 것. 때문에 밑에 깔린 개체들의 경우 압사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실제로 몇 년 전 농장 인근에서 큰 소음이 발생해 오소리 200마리가 한데 뭉치는 바람에 맨 아래에 있던 녀석들이 죽은 적도 있었다”면서 “특히 번식기에는 예민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기관지·피부 질환에 효과적
진주오소리농장의 주 소득은 새끼오소리 분양과 오소리엑기스, 오소리기름 판매다.
연간 200~250마리의 오소리를 사육하고 있으며, 연 평균 150마리를 도축한다.
“오소리는 예로부터 작은곰으로 불렸을 만큼 행태와 습성이 곰과 유사합니다. 특히 오소리 쓸개에는 웅담과 동일한 우르소데옥시콜릭산(UDCA) 성분이 함유돼 웅담 대용으로 널리 애용돼 왔지요”
또한 오소리는 폐·간 질환, 천식·기침 등의 기관지 질환에 효과적인데다, 화상·아토피 등의 피부 질환에도 좋다는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고품질의 오소리기름 추출을 위해 정 대표는 옛날방식 그대로를 고집한다.
높은 온도에서 기름을 추출할 경우 열에 의해 제조과정에서 산패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오래 걸리고 손이 더 많이 가더라도 가마솥에 항아리를 넣고 중탕해 기름층을 분리하는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오소리기름은 1ℓ당 25만원, 오소리액기스는 60만원에 판매하는데, 다소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 찾는 이가 많다고 정 대표는 덧붙였다.

# 특수가축 위한 정부지원 절실
이런 그의 계획은 오소리 교육농장을 운영하는 것이다.
처음 오소리를 사육할 당시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오소리 사육을 희망하는 이들이 이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오소리 사육을 희망하는 이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개인은 교육농장을 운영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부득이 구두로 설명해주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면서 “오소리농가 양성을 위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국내 화상환자들을 위한 화상용 거즈 개발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환자들이 사용하는 화상용 거즈는 외국에서 들여오는데 너무 고가기 때문에 이 대신 오소리기름을 사용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많다는 것.
때문에 국내 화상환자들을 위해 국가가 오소리기름을 활용한 화상용 거즈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오소리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특수가축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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