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진흥회 조재준 경영본부장

‘경험 축산서 데이터 축산으로’…낙농산업 진화 중매일 우유 생산·출하 특징
개체 상태 여부 소득 직결
오래 전부터 데이터 발달
그러나 단순 활용 후 사장

ICT데이터 활용 높이려면
‘소유’서 ‘공유’로 전환해야
공유플랫폼 만들어지면
빅데이터 구축 가능할 것

인프라 해당 ‘공공영역’은
정부 지원 민간 개방해야
비용 절감·소득증대 초점
낙농진흥회 올부터 추진

조재준 본부장
낙농진흥회 경영본부

 

IoT(사물인터넷), ICT(정보통신기술), AI(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등 수 년 전 까지만 해도 축산업과는 거리가 멀었던 단어들이 최근 4차 산업혁명 대두를 계기로 축산현장에서도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모축산기업이 내걸고 있는 ‘경험의 축산에서 데이터 축산으로’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이러한 환경변화를 가장 잘 대변하는 문구라고 여겨진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 ‘축산분야 ICT융복합확산사업’을 통해 축산농가에게 총 1116억 원을 투입하여 ICT확대를 통한 축산농가의 생산성 향상을 촉진하고 있다. 또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동안 약 3000억 원 이상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정책지원과 함께 젊은 후계자의 낙농승계, 사육규모 확대에 따라 낙농현장에서는 노동력 부족 해소와 과학적인 사양관리를 위해 로봇착유기, 생체정보센서 등 최신 ICT기기 보급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ICT기기 간의 데이터 융복합 부재로 인해 낙농현장에서 발생되는 ICT기기 정보량에 비해 정보 활용도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즉 농가에서 생산되는 소중한 ICT데이터를 수집하고, 표준화하는 서비스 플랫폼이 없어 ICT기기에서 생산되는 데이터의 국가단위 활용은 기초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낙농업은 매일 원유를 생산·출하하는 특징 때문에 개체상태에 의한 원유량·원유품질의 변화는 농가소득과 직결된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개체별 데이터를 활용한 후대검정, 가축개량 등의 업무가 발달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유량계, 로봇착유기, 생체센서, 사료자동급이기 등 다양한 종류의 ICT기기들을 통해 농업분야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가 생산되는 품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낙농현장의 ICT기기들이 실시간으로 만들어내는 소중한 ICT데이터들이 농가차원의 단순 활용 후에 사장되어 버리는 실정이다.

 

데이터 공유플랫폼 구축

낙농현장에서 생산되는 ICT데이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데이터에 대한 인식을 ‘소유’에서 ‘공유’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면 낙농데이터를 빅데이터로 만들 수 있다. ICT기기 보급 확대에 따라 생성되는 데이터 양(Volume), 생성속도(Velocity), 형태(Variety)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데이터 공유 플랫폼이 만들어 진다면 빅데이터 구축이 가능한 상황이다. 농가의 경영정보와 개체정보를 융복합한 빅데이터가 구축되고 이를 활용한 서비스 플랫폼이 만들어진다면 낙농가는 더욱 다양하고, 정밀한 정보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제조업체가 다른 ICT기기에서 만들어진 특정 개체에 대한 데이터를 모두 융합하여 개체상태를 파악하는 서비스 모듈을 제공함으로서 특정 ICT기기에만 의존한 진단정보의 정확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ICT기기 제조업체간 경계를 뛰어넘는 데이터 수집플랫폼이 필요하다. 둘째, 제조업체가 상이한 ICT데이터(개체정보)와 관리주체가 상이한 경영정보(목장정보)에 대한 데이터 표준화가 필요하다. 셋째, 표준화된 데이터를 빅데이터로 저장하고 외부에 제공할 수 있는 공유플랫폼이 필요하다. 넷째, 빅데이터를 활용한 대농가 서비스 알고리즘 개발 지원이 필요하다.

 

‘ICT융복합 낙농모델’ 완성

낙농가의 오랜 경험과 기억에 의존한 사양관리를 ‘아날로그 낙농’이라면, 각종 ICT기기로부터 생성되는 개체별 생체정보·생산정보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사양관리를 ‘디지털 낙농’이라고 칭할 수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변화는 낙농산업을 ‘노동형산업’에서 ‘지능형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한다는 의미다. ICT데이터와 경영정보를 융합한 빅데이터 구축을 통해 ‘4차산업혁명’에 대응한 ‘ICT융복합 낙농모델’을 완성한다면 낙농산업의 경쟁력 향상과 더불어 지속가능성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

데이터 수집, 표준화, 빅데이터 등 인프라에 해당하는 ‘공공영역’은 정부가 지원하고, 구축된 빅데이터는 민간부문에 개방을 통해 데이터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민간업체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하여 낙농가에게 제공함으로서 새로운 데이터 서비스 생태계를 만드는 역할분담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낙농진흥회는 공공영역에 해당하는 인프라 구축을 위해 올해부터 4년 동안 농림축산식품부의 연구개발사업 연구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 연구 과제를 통해 ①낙농 데이터 표준화 및 표준코드 관리시스템 개발 ②이기종 ICT기기를 연결하는 통합게이트웨이 개발 ③빅데이터 서비스 플랫폼 구축 ④사양관리 과학화 서비스 모델 개발 ⑤지능형 생산예측 모델 개발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낙농(酪農)을 락농(樂農)으로

낙농현장에서 ICT기기를 도입하는 것은 ‘생산성 향상’이 가장 큰 목적이다. 축산정책도 생산성 향상을 통한 생산비 절감 및 농가소득 증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최근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벨(Work-life balance)’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낙농을 승계할 후계자인 20~30대들은 밤낮없이 일만하던 부모세대와는 달리 ‘소득’과 ‘삶의 질’의 균형을 원하는 세대이다. 그래서 이제는 낙농정책도 ‘일’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낙농업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다.

낙농현장에서‘워라벨’을 실현할 수 있는 열쇠는 로봇착유기, 바이오센서, 자동화기기 등의 ICT기기와 데이터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죽도록 일을 해서 생산성을 높였다면, 지금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인 사양관리를 통해 작은 노력으로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것이 ICT기기와 데이터의 힘이다. 데이터가 낙농(酪農)을 락농(樂農)으로 바꾸어 줄 것이다. ICT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ICT기기를 활용한 최적 사양관리 및 생산성 향상이 1단계라고 할 수 있다. 2단계는 각종 ICT기기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제3자와 공유하는 플랫폼 구축이다. 지금이 2단계에 해당한다.

그리고 3단계는 공유플랫폼을 통해 구축된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인공지능 서비스 모델 등을 개발하여 데이터를 제공한 농가에게 다시 피드백하는 것이다. 3단계 모델까지의 완성은 정부 지원, 낙농가 참여, 관련업체 및 낙농기관의 참여가 있어야만 실현이 가능하다. 우리 낙농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킨다는 마음으로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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