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동물 수의사의 전문화, 자신감 부여까지

실습·강의·실험·연구실 등
각종 첨단장비 시설 갖춰
현역·학생 대상 현장 교육
대동물·가금류 부검은 물론
가축질병 진단기술도 전수

“지속 가능한 축산발전 지원이 목표”

동물 건강 유지하는 것이
축산업의 미래 지키는 일
상시 근무 교수인력 부족
정부와 산업체 관심 절실

 

# 산업동물 수의사 현황

일반적으로 고기나 우유, 계란 등을 생산하는 동물을 ‘식품생산동물’ 또는 ‘산업동물’이라고 표현하며 산업동물의 진료를 전공으로 하는 수의사를 ‘산업동물 수의사’라 부른다.

광범위한 의미에서 산업동물 수의사는 산업동물의 직접적인 진료를 직업으로 하는 수의사뿐만 아니라 이런 동물의 전염성질병, 기생충성질병, 중독성질병 등에 관한 연구, 교육, 위생검사, 검역 등에 종사하는 수의사를 모두 포함하는 단어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국가가 수의학 교육과 연구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유능한 수의사를 확보해 산업동물의 생산과 건강을 관리함으로써 위생과 안전이 확보된 동물성 식품을 국민들에게 공급하는 것이다.

식품위생표준이 엄격해지면서 수의사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지만 수의과대학 학생들이 졸업 후 식품생산동물 수의학 분야에 취직하려는 지원율은 낮은 수준이다.

그 이유는 산업동물 수의사의 소득이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 정부의 축산장려정책에 힘입어 산업동물 진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산업동물 진료업에 종사하는 수의사가 증가했다. 이때 많은 반려동물수의사들이 식품생산동물 수의사로 전업을 하기도 했다. 1980년대 중반이 산업동물 수의사들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다. 그 후 외국에서 많은 소를 수입하면서 소 값이 떨어지고, 식품생산동물 수의사의 수입은 감소하기 시작했다.

또한 1990년대에 젖소의 종축개량과 축산기술의 괄목할만한 발전에 의해 두당 산유량이 증가했지만 국민의 우유소비량의 증가는 이를 따르지 못해 우유의 생산량이 소비량을 훨씬 초과하게 됐으며 이를 견디지 못한 낙농진흥회와 각 유가공업체들은 2002년부터 쿼터제를 시행하게 됐다.

쿼터제의 시행은 병든 소를 치료하기 보다는 빠른 도태를 유도했으며, 이 현상은 수의사에 대한 수요의 감소와 직결됐다.

이런 이유로 산업동물 진료업에 종사하는 많은 수의사들은 수입의 감소와 불확실한 미래의 상황 때문에 반려동물 진료업이나 다른 업종으로 직업을 전환했다.

수의과대학 졸업생들도 산업동물 진료업을 평생을 걸고 일 할 수 있는 분야로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산업동물 진료업에 새로 진입하는 수가 줄어들었다.

산업동물 수의사의 수급이 시장원리에 따라 조절되도록 방치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유능한 수의사의 부족 현상을 야기해 축산업계의 불만으로 나타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인근에 식품생산동물 수의사가 없어서 먼 지역의 수의사에게 진료를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 됐으며 대부분의 산업동물병원이 혼자서 근무하는 상황에서 수의사가 개인적인 용무로 자리를 비우게 되면 동물병원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고 응급진료를 요청하면 수의사가 없어서 농민들의 불만의 대상이 됐다.

식품생산동물 수의사가 부족한 일부 지역에서는 산업동물 질병의 방역에 허점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결국 국가방역사업에 협조하는 수의사에 대한 수당이 비현실적으로 낮아서 수의사들이 참여를 회피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 설립 배경과 역할

수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수의과대학에서 산업동물 수의학(특히 임상)에 대한 교육 비중이 너무 낮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기존의 수의학 교육으로는 졸업생들이 산업동물 수의사로 일을 시작할 때 경제적인 활력을 중요시하는 현대 축산농가에 ‘건강과 생산의 통합관리서비스’를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출 수 없다는 진언이다.

이는 곧 전문 임상 수의사가 될 자신감 결여로 이어져 수의과대학생들이 산업동물 임상 분야를 기피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동물 임상에 대한 전문 재교육기관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세계 각국과의 수의사면허 상호 인정, 수의사처방제 시행, 악성 가축전염병 대응을 위한 전문성 확보 차원에서도 임상 전문 교육기관의 설립은 절실했다.

이런 배경을 거쳐 설립된 것이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이다. 2015년 8월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강원도 평창군 평창대로 1447) 내 부지에 완공된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은 연면적 2200㎡에 실습실과 강의실, 실험실, 연구실 등이 들어서 있다. 첨단장비를 보유한 대동물병원과 입원동, 친환경사체처리장, 사료창고 등의 부대시설도 갖추고 있다.

연수원은 전국의 수의과대학 학생 및 신진·현역 수의사들을 대상으로 산업동물 임상 실습교육을 실시한다. 현재는 주로 수의과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은 기본과정과 심화과정으로 나뉜다. 기본과정은 2~5일 일정으로 기본으로 갖춰야할 산업동물 임상 교육을 실시한다.

심화과정은 수의학과(본과) 3~4학년 학생 중 산업동물 임상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선발해 여름방학 중 2주간 실시하는 교육이다. 교육 기간 동안 수의과대학 학생들은 대동물(소, 돼지, 말)과 가금류(닭, 오리)의 부검에서부터 채혈, 주사, 임신진단(직장검사), 시료채취 등을 실습하는 한편 주요 가축질병(구제역, AI, 브루셀라 등)에 대한 진단 기술 등을 교육 받는다. 교육비용은 1인당 135만원이지만 정부와 대한수의사회 등의 지원금을 제하면 자부담은 25만원(2018년 기준)이다.

 


유한상 원장

 

“어느 나라나 수의학 교육기관의 설립과 유지의 우선 목적은 축산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이는 수의사들이 동물의 건강을 보호하고 축산식품의 안전, 인수공통전염병의 예방 및 생물학적 안보에 기여하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수의사 역할의 대부분은 산업동물 수의사에 의해 이뤄집니다.” 유한상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장(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이 산업동물 수의사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한 말이다.

유 원장은 또한 이런 이유로 산업동물 분야의 수의학, 그 중에서도 특히 임상 교육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유 원장은 “수의과대학생들이 정규 교육과정에서 산업동물 임상 교육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전하면서 “이에 산업동물 임상 전문수의사를 양성하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전문 교육기관인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이 설립됐다”고 설명했다.

유 원장에 따르면 특히 국가 간의 FTA 체결(수의사 면허 상호 인증)과 수의사처방제 실시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제공인 수준의 산업동물 임상수의사를 양성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한데, 연수원이 바로 그 마중물이 될 것이란 부연이다.

이에 따라 유 원장은 ‘전국 수의과대학 학부 과정과 연계한 산업동물임상교육’, ‘현역 산업동물임상수의사 및 신진수의사들에 대한 기초 및 전문화 교육’, ‘국제공인 수준의 산업동물 수의학 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가축전염병의 국가 간 전파방지를 위한 국제연구교류’ 등 “연수원이 그 역할을 수행하는데 원장으로써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예산 및 인력(교수) 부족 문제다. 유 원장은 “동물유지관리비, 실습기구 및 재료 구입 등에서 비예측 비용이 발생해 예산이 부족한 실정이며, 상시 근무 교수 인력의 충원도 필요하다”면서 정부와 산업계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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