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가격 변동성 지속 확대
투기세력 시장 흔들기 촉각

8월 한 달 동안의 곡물 가격 흐름을 살펴보면 초반의 강세를 살리지 못하고 다시 주저앉는 상황이 전개됐다. 옥수수 및 대두 가격은 연중 최저점을 찍은 7월 중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다만 소맥 가격은 펀더멘털 강세 요인으로 인해 낙폭을 줄였다.  
곡물 가격이 하락 압박을 받는 주요 요인으로 미국에서의 곡물 생산 증가 전망을 꼽을 수 있다. 혹서기인 7월·8월 미국 중서부 날씨는 예년보다 무덥지 않은 가운데 잦은 비가 내려 생장 속도가 빨라졌을 뿐만 아니라 생육 상태 또한 상당히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20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Pro Farmer(농업 시장 분석 전문지)의 미국 중서부 옥수수 및 대두 단위당 수확량 조사 결과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바대로 높게 나왔다.
옥수수의 단위당 수확량은 에이커당 177.3부셸에 이를 것으로 전망해 미국 농무부가 내놓았던 178.4부셸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예년 대비해서는 상당히 높은 수치를 보였다.  오는 12일 미국 농무부 수급 전망 보고서에서 이번 Pro Farmer의 조사 결과가 어떻게 반영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미국 시장을 제외한 남미와 동유럽권 국가들의 곡물 생산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하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남아프리카 국가들의 옥수수 생산량이 저조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특히 소맥의 경우 기상 악화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흑해 연안 국가들의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들 국가의 수출 제한 우려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 러시아 농업부는 수출상들과 시장 현안에 대한 논의를 가졌으며 이슈가 되었던 수출세 부과나 수출량을 줄이는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내놓았다. 우크라이나 농업부는 그와 관련해 특별한 언급을 하고 있지 않으나 수출을 제한할 만큼 급박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내수 시장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을 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수출을 제한할 수 있으므로 잠재적인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곡물 가격의 상승세를 제어하는 또 다른 이유는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와 중국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이다. 중국이 무역보복으로 미국산 대두에 대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미국의 대중국 수출 길은 막혀 있는 가운데 ASF가 중국에서 주변국까지 확대될 경우 그 피해 규모는 엄청나다. 최근 대두 및 대두박 가격이 맥을 추지 못하고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심각한 금융 위기에 처한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음과 동시에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옥수수 및 소맥 등 곡물에 대한 수출세를 부활시켰을 뿐만 아니라 대두 및 대두박 등에 대해서도 수출세의 점진적인 감축을 유예하는 조치를 취했다. 기상 악화로 아르헨티나의 옥수수 및 대두 생산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농가들이 수출세까지 떠안게 되어 출하를 줄이는 등 곡물 공급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외부 시장과의 관계에서는 국제 유가가 박스 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달러는 강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곡물 가격의 변동성 확대와 투기 세력들의 곡물 가격 흔들기는 점점 더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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