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화·동물복지 과제 ‘첩첩산중’
농업생산액 중 42% 이상이라지만
축산업 대접받기 보다는 홀대 뿐
9월 27일 이후엔 수 만의 농가들
단계적으로 생업에서 퇴출될 판

동물복지, 영국서조차 반대 늘어
과정과 준비 단계 반드시 필요해
축산문제 한 번에 해결하려 하는
정부의 탁상행정 고통은 농가 몫
농협과 축산단체 역할 중요한 때

 

농축산물이던 공산품이던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 바뀌면 생산 방식을 비롯 모든 것이 바뀐다. 그것이 흐름이고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역행하는 모든 것들은 산업사(産業史)의 과거로 전락한다. 지속 가능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축산업의 상황은 자연스러움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축산물의 개방이 그랬고, 축산 강국들과의 FTA 체결이 그랬다. 축산업은 자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항상 이익 논리에 따라 희생되고 그로 인한 고통은 축산농가들의 몫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산업은 농업 생산액 중 42%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이는 고통을 감내하고 뼈를 깎는 인내의 결과다. 하지만 축산 외부에서는 수치상으로 결정한다. “그 봐라, 축산업이 여지껏 보호라는 우산 속에서 있었고, 개방되니 자생적인 힘을 길러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남지 않았느냐”고 한다.

축산농가들의 저력을 그들은 ‘경쟁력’이라고 한다. 10대 작목에 전체 축산물이 포함된 것을 두고 또 개방을 해도, 타산업의 이익을 위해 희생을 해도 충분히 살아남을 것이라는 ‘착각’속에 빠진다.

도대체 축산농가들은 왜 매번 강제적 구조조정에 고통을 받는가? 몇 차례의 축산농가들의 뜻과 관계없이 진행된 구조조정으로 수 많은 농가들의 이탈과 전·기업화됨에 따라 그 농가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수가 줄어드니 표를 먹고 사는 국회의원들도, 정부의 정책도 축산업을 대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식량산업이라고 아무리 떠들고,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집회를 열어 시끄럽게(?) 굴어야만 잠깐 듣는 척이다.

공장식 축산업은 축산업이 하나의 산업으로 온전히 발전해가는 한 과정이고, 거기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해 가야 하는 과제들이다. 전기업화를 부추기고 지원해 주던 정부는, 그 해결 과정에서 한 발 물러서고 그 원인들을 축산농가의 탓으로 돌린다.

구제역과 AI 등 악성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서 축산물의 안전성이 문제가 되자 정부는 서둘러 규제위주의 정책을 폈다. 냄새에 대한 민원이 빗발치자 또 규제다. 그리고 동물복지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처럼 축산농가에게 동물복지의 족쇄를 채운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 이번엔 ‘무허가 축사 적법화’를 추진한다. 평생을 아무 제약 없이 축산업을 ‘업’으로 삼던 축산농가들이 이젠 생업을 접어야 할 처지다.

가축분뇨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적법화 이행기간이 연기 되고 이행계획서 제출기한이 9월27일로 연장됐다. 그동안 정부 관련부처는 ‘TF팀’을 구성·운영하면서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축산농가들이 원하는 ‘특별법’ 등은 형평성을 내세워 제외했다.

축산단체의 반발이 심하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7월 말 현재 적법화 대상농가는 5만9200호로 전체 농가의 절반 수준인 48.5%다. 5월 말 현재 완료농가는 24.2%, 진행농가는 29.3%다. 총 53.5%인 3만1678호가 완료 또는 진행 중이다.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준비 중인 농가가 15.6%를 포함할 경우 69.1%인 4만907호가 적법화를 추진 중이라고 한다. 정부의 통계를 전적으로 믿는다고 해도 1만8000여 농가가 9월 27일 이후 단계적으로 퇴출될 처지다.

하지만 진행 중인 농가들도 많은 수가 접수과정에서 퇴짜를 맞게 될 처지를 생각하면 퇴출될 농가는 훨씬 더 많다.

아마 정부는 최근 축산업을 둘러싼 골치 아픈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할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농가가 줄어들면 통제하기가 그만큼 좋다는 판단에서일 수도 있다. 환경 친화의 기치를 내거니 그에 맞게 무항생제·친환경은 기본이다.

여기에 동물복지가 가세한다. 과정과 준비단계는 뛰어넘고 단박에 선진국에서도 최근 반발로 만만치 않은 선진국형을 도입한다. 축산농가에게는 또 다른 ‘날벼락’이다.

축산농가들은 산업화의 흐름에 따라 가축을 사육했다. 그에 따른 ‘외부 비용’의 발생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것은 인식하지 못했다. 어느 산업도 산업으로써 완전히 자리잡기까지 겪는 일종의 과정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도 순서가 있고, 단계가 있는 것이다. 그러한 현장의 속내를 읽지 못하고 탁상행정으로 선을 긋는 것은 ‘막무가내’식이다. 정부가 할 일이 못된다.

축산업은 지금 고강도의 구조조정 앞에 섰다. 축산농가를 대변해야 할 농협과 축산관련단체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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