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족이 먹는 식재료 손질’ 의식이 첫 걸음
시설·설치부터 관리·운영
동물의 스트레스 최소화
윤리적 소비가치 발맞춰
‘행복하게 죽을 권리’인정

도별 최소 1곳 이상 지정
농식품부, 2014년에 도입
전문 장비 유럽에서 수입
비용 절감 해결방안 시급

 

“동물복지,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내 사랑하는 가족이 먹는 식재료를 아무렇게나 손질할 수는 없습니다. 직원들도 저도 모두 내 부모님, 내 자녀, 내 가족이 먹을 것을 생산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 그것이 동물복지의 첫걸음입니다.”

국내 민간 도축장중 1호로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화정식품(충남 세종시) 김명수 대표는 동물복지의 시작은 사소한 관심일 뿐 전혀 특별할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동물복지 도축장은 기존 축산물위생 개선시설 위주였던 HACCP(해썹)에 동물복지 요소를 추가해 각각의 도축 단계에서 동물이 받을 수 있는 스트레스 최소화를 위한 동물복지 시설 설치부터 관리 및 운용까지 실시하는 곳을 의미한다.

 

# 동물복지 도축장 ‘첫걸음’

안전한 먹거리. 윤리적 소비. 소비자들이 축산물을 바라보는 시각은 점차 진화하고 있다.

2015년 검역본부가 실시한 ‘동물보호에 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2년 시행된 동물복지 축산 인증제에 대한 인지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12년 13% → ’15년 30.2%) 있으며, 응답자 66.6%가 동물복지 축산물 구입 의향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맛도 중요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생산됐느냐에 대해서도 많은 궁금증과 검증을 요구한다. 도축단계도 예외는 아니다. 안전하고 위생적인 축산물 생산에 전념해온 도축장들은 이제 윤리적 소비가치에 발맞춰 동물복지를 위한 도축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2014년 1월 15일부로 부경축산물공판장과 김해축산물공판장이 제1, 2호 동물복지 도축장으로 첫 지정된 이후 제3호 화정식품(2014.12.31)과 제4호 도드람 LPC공사(2016.9.1)가 추가로 지정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각 도별 최소 1개소 이상 동물 복지 도축장을 지정하도록 목표를 세우고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동물복지 도축장 지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 동물복지 도축장은

동물복지 도축장은 운송차량에서 소·돼지 등 농장 동물을 하차 시켜 안정을 취하도록 일정시간 계류시키고 도축을 위해 기절 등 각 도축단계에서 고통과 스트레스를 최소화해야 한다.

도축장은 동물복지를 위해 새로운 시설을 설치하지 않더라도 기존 시설을 동물복지 시설로 개·보수하고 관리· 운용할 수 있다.

동물복지 도축장이 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기준은 ‘몰이’다, 하차부터 계류장, 도축장내에서 소·돼지가 이동할 때 강압적으로 몰이를 하는가에 대한 여부가 동물복지 도축장과 일반 도축장의 차이다.

그동안 도축은 사람의 편의·위생·비용절감 등에 초점을 맞춰왔던 것이 사실이다. 사육단계에서는 최소 비용으로 많은 동물을 길러내는 것이고 도축단계에서는 많은 동물을 신속하게 도축하는 것이 중요했던 것이다. 그 결과 좁은 우리에 가두어 동물을 사육하고 도축을 할 때는 계류장 내에 많은 동물을 몰아넣고 동물의 신속한 이동을 위해 강압적 몰이도구나 폭력 등으로 동물에게 고통과 스트레스를 가해 축산물 품질저하를 가져왔다. 동물복지 도축장은 이러한 관행을 바로 잡는데서 시작한다.

 

# 동물복지 도축장 지정 받으려면

동물복지 담당자는 동물의 하차에서 방혈까지의 과정에서 동물복지에 관한전반적인 사항을 기록·관리해야 한다.

도축장 내에서 동물학대 여부를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CCTV를 설치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한다. 동물복지 담당자는 모니터링 상에서 동물복지에 관한 문제점이 관찰될 경우 해당 사항을 시정하고 기록해야 한다.

CCTV는 동물의 하차대, 계류장, 기절 설비로 들어가는 통로, 방혈라인에 각각 설치되어야 하며, 해당 지점에서 동물복지가 준수되고 있는지를 확인 할 수 있도록 적절한 방향을 향해야 하고, 화질 또한 동물에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는지 식별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

동물의 이동을 촉진하기 위해 큰소리, 전기몰이도구, 몽둥이 및 폭력을 이용한 강압적 몰이를 하지 않아야 한다. 이 항목이 동물복지 도축장 운용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며 가장 중요하게 평가되는 사항이다.

동물의 하차 전 차상 계류 동물이 직사광선 등을 피할 수 있도록 그늘막과 같은 시설이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 또한 하차 시 동물의 추락을 방지할 수 있는 가름막 시설이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 계류장은 동물이 눈·비 등을 피할 수 있도록 실내형 구조로 되어 있어야 한다.

동물이 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급수기를 설치해야 하며 상시 운용되도록 관리해야 한다. 동물이 휴식을 취할 때는 자유롭게 서거나 누워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충분한 계류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방혈단계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모든 동물은 기절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방혈을 실시해야 한다. 동물복지 담당자는 방혈 전 동물의 의식회복 여부를 동공 반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 동물복지, 선택 아닌 필수

도축장 경영자들은 앞으로 동물복지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까지는 돼지를 전문으로 하는 협동조합이 동물복지 인증 도축장의 주를 이루고 있지만 이제부터는 민간도축장들도 차근차근 준비해 시대의 흐름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도축장 등에 동물복지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복지 설비를 갖추는 비용이 늘어나게 되고 추가 인력 투입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기가 어렵다.

현재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도축장들은 더 많은 도축장들이 동물복지 인증을 받으려면 관련 산업이 동반 성장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도축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설비나 기구 등은 흔하게 구할 수 있지만 동물복지 도축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장비나 기구들은 손쉽게 구하기 어렵다는 것. 대부분이 유럽 등에서 수입을 해오거나 전문 장비가 아닌 것들을 개조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수급도 어려울뿐더러 가격까지도 부담이다.

정부는 축산업의 생존권확보를 위한 국내 농장동물복지의 조기정착 선도의 중심에는 ‘동물복지축산물’을 생산·가공하는 ‘동물복지도축장’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이만큼 도축단계의 동물복지가 축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다. 앞으로 모든 도축장들이 동물복지 도축장으로 전환하려면 정부도 업계의 고민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동물복지 인증>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동물복지 축산농장에서 사육, 동물복지 운송차량을 통한 운송, 동물복지 도축장에서 축산물처리과정을 거쳐야 최종 축산물에 동물복지 축산물로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동물복지 도축장·운송차량 지정제를 동물보호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등 관련 법령을 정비함으로써 사육에서 도축에 이르는 전 단 계에 동물복지가 실현되도록 관련 제도를 단계적으로 개정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도축 이후 축산물 가공처리과정에서 일반 축산물과 동물복지 축산물이 섞이지 않도록 동물복지 축산물의 생산, 표시, 유통의 사후관리를 위한 장치도 마련해 소비자가 안심하고 건강한 축산물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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