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패턴 안전·위생 정착…가야 할 방향 정해
식물성 사료와 간식 제공
모래목욕 생리 욕구 충족
횃대 설치…사육단계부터
닭의 습성 맞춘 환경 조성

쾌적한 환경서 닭들 건강
사육마릿수는 감소했지만
질병 낮아져 폐사율 줄어
수익 감소보다 증가 추세

최근 동물복지 인증농가들이 증가하고 있다.

2018년 8월 현재 산란계 113개소, 돼지 12개소, 육계 39개소, 젖소 8개소 등 총 172개소가 동물복지 인증을 획득했으며, 준비 중이거나 향후 계획에 있는 농가들도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스트레스 없이 건강한 환경에서 자란 동물복지 인증제품을 구매하려는 윤리적 소비가 확대된데 따른 것.

이같은 추세에 힘입어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가축을 사육하는 동물복지 인증농장들도 증가하고 있다.

충남 홍성군 서부면에서 닭을 키우는 대흥농장도 그중 하나다.

 

# 어깨너머로 양계 배우며 성장

정수모 대표는 여러 일을 전전하다 다시 축산에 정착한 케이스다.

부업으로 닭을 키우시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정 대표는 어깨너머로 양계를 배우며 성장했다.

1970년대 당시 1000~2000마리를 사육하는 등 지역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큰 규모에 속했지만, 당시에는 육계산업이 안정되지 않은 까닭에 시세와 수요에 따라 흥할 때는 흥하고 망할 때는 망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를 메우기 위해 논과 산을 여러 개 팔았지요.”

‘이렇게 해선 처자식을 먹여 살릴 수 없겠다’ 생각한 그는 결혼과 동시에 고향을 떠나 안양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그는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했다. 열심히 일한 끝에 조그마한 아파트도 한 채 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편찮아 지시며 그는 다시 귀향을 택하게 된다.

 

# 동물복지 농장으로 방향 설정

고향에 내려왔지만 처음부터 닭을 키운 것은 아니었다.

홍성 시내에 살며 여러 일을 전전하다가, 주변의 권유로 2000년 49살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다시 육계를 사육하게 됐다.

“제가 알던 육계산업이 아니더군요. 과거에는 투기사업의 상징이었던 육계사업이 안정적인 산업으로 성장해 있었습니다.”

가능성을 엿본 그는 본격적으로 육계사육을 시작했다.

‘이왕할거 제대로 체계를 갖추고 해야겠다’는 생각에 HACCP 인증을 획득하는 한편, 2013년에는 농장 신축을 계기로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을 획득하고 무항생제 닭고기 생산에 나섰다.

이후 AI와 구제역, 살충제계란 사태 등을 지켜보며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를 체감한 그는, 빠르게 변하는 수요에 대응키 위해 향후 대흥농장이 가야할 방향으로 동물복지를 택했다.

지난 2017년 8월, 지금으로부터 만 1년 전의 일이다.

 

# 사육단계부터 스트레스 최소화

이를 위해 대흥농장은 사육단계부터 닭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있다.

동물성 단백질이 전혀 함유되지 않은 천연재료의 식물성 사료는 물론 배추나 양배추 같은 녹색 채소를 간식으로 제공한다.

높은 곳에 올라가는 습성을 고려해 횃대를 설치하고, 볏짚 등의 장난감을 가지고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하는 등 최대한 닭의 습성에 맞춘 자연스러운 환경을 조성했다. 또한 계사 내 모든 바닥은 전부 깔짚으로 덮되 닭이 모래목욕 등 생리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충분한 깊이를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한편, 6시간 이상의 안정된 수면도 유지해준다.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각각 25ppm과 5000ppm 이하로 유지하고, 닭이 어려움 없이 주변을 볼 수 있도록 최소 20룩스(lux) 이상의 조명도를 유지하고 있다.

눈여겨 볼만한 것은 동물복지 인증농장 기준보다 한 단계 높은 기준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닭이 고온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환기휀과 송풍팬 가동은 물론, 안개분무시스템과 쿨링패드도 따로 설치해 계사 온도를 낮추고 있다.

덕분에 올 여름에도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전혀 없었다는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 동물복지 후 오히려 수익 증가

동물복지를 적용한 뒤 가장 큰 변화는 닭들이다.

대흥농장의 계사를 들여다보면 닭들이 배추를 쪼아 먹고 볏짚을 발로 헤치고 노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육계의 사육밀도는 동물복지농장의 경우 1㎡당 19마리, 일반농장의 경우 1㎡당 22마리가 기준이다.

때문에 22일령임에도 불구, 공간이 넉넉하다. 생후 20일이 지나면 덩치가 커지며 공간이 빽빽해져 다닥다닥 붙어있는 여느 육계농장에서 보기 힘든 모습이다. 이로 인해 계군관리가 수월해졌음은 물론이다.

또한 쾌적한 환경에서 자라 닭들이 건강하다.

질병 발생률이 낮아져 폐사율이 눈에 띄게 줄었을 뿐 아니라 압사로 인한 폐사가 전혀 없다.

아울러 사육밀도 감소로 인한 수익감소도 전혀 없다는게 정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사육마릿수가 기존 7만3000마리에서 6만마리로 1만3000마리 감소했지만, kg당 100원의 인센티브 지급과 함께 폐사율 감소로 인해 수익은 오히려 더 많아졌다”면서 “약품비 역시 동물복지 적용 후 절반 이상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 행복한 닭 위한 노력 계속할 터

이에 그치지 않고 정 대표는 발효사료도 직접 제조해 급여한다.

자가사료배합발효기에 인근 기술센터에서 공급받은 유용미생물(EM)과 미생물제, 미강 등을 넣고 직접 발효시킨 뒤 건조해 급여하는데, 사료비 감소와 함께 생산성 향상 효과가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이렇게 정 대표가 정성껏 키운 닭들은 하림으로 전량 납품된다.

여기서 ‘그리너스’란 동물복지 닭고기 브랜드를 달고 전국 대형슈퍼마켓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때문에 그는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는 “소비자들에게 건강하게 키운 단백질을 공급한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낀다”면서 “앞으로도 동물과 사람에게 모두 이로운 행복한 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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