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전 농협축산물위생교육원 교수
“한우지방 몸에 안좋다” 축평원 입장 바꿔
소비자들‘마블링=포화지방산덩어리’혼란
최소한의 설명도 없이 구렁이 담넘듯

장 영 수  (전)교수
농협 축산물위생교육원

 

축산물 품질평가원에서 오랫동안 업계의 관심사로 거론되어온 마블링위주의 등급체계를 개선한다고 하면서 그동안 중시해왔던 한우지방이 몸에 해롭기 때문에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그대로 방송에 나온 것을 며칠전 보았다.
사실 그동안에도 마블링이라 일컬어지는 지방이 많은 소를 최고등급의 소로 평가하는 시스템에 대해서 소비자 단체 등에서 건강 문제를 거론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의견이 있었지만 한우 사육농가와의 의견차이로 인해 조정방안 마련이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마블링중심의 등급판정 방법을 바꾸는 문제의 경우 몇십년간 이어져온 한우 사육농가의 전통적인 사육방식을 바꿔야 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데 그것이 원만하게 해결되어 새로운 등급판정 방식이 발표되었다면 농가나 소비자 양쪽이 모두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문제는 등급판정 방법의 개선이유를 설명하면서 그동안 최고등급의 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근내지방이 좋게 소를 사육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지방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해오던 품질평가원의 입장이 하루아침에 한우지방이 몸에 안 좋다는 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거기다 식품관련 전문가까지 나서서 방송에서 한우지방은 포화지방산이 많아서 몸에 안좋다는 식으로 방송을 내보내는 것이었다. 마블링에 대해서 어렴풋이 알고 있던 일반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좋은지만 알았던 마블링이 실제로는 몸에 안좋은 포화지방산 덩어리였구나 하는 인상을 받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지금까지 소비자들은 마블링 많은 소가 더 맛있고 부드럽다고 알고 사먹었는데 그것이 아니라면 왜 마블링 중시 입장이 바뀌었는지 이유를 좀 더 자세하게 설명 할 필요가 있었는데 최소한의 설명도 없이 지방이 나쁘다기만 하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조용히 넘어간 것이다.
예전부터 등급체계 개선을 위한 품질평가원의 전문가 회의에 참석해온 필자입장에서는 품질평가원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평가원에서는 소비자에게 과도한 지방 섭취를 부추기고 축산 농가도 마블링을 늘리기 위해서 곡물 사료를 남용한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에 그 기준을 완화하기 위해 마블링중시 평가방법을 완전히 바꾼 것이 아니라 가중치를 조금 바꾸었다고 하소연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글쓴이 입장에서는 의도치 않게 한우지방이 몸에 안 좋은 것으로 방송에 그대로 나왔다는 점이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무더위와 폭염 속에서도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가면서 한우를 사육해온 농가나 지방이 많은 최고등급 고기를 비싸게 돈 주고 사먹은 소비자들은 앞으로 어떤 고기를 사먹어야 할지 아주 입장이 곤란해졌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사실 마블링은 소 등심의 배최장근 안에 분포된 근내지방을 말하는 것으로 미국과 대부분의 유럽국가에서는 지방이 대리석 문양정도로 적당히 분포된 것을 말한다.
그것이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는 지방이 눈 내린 것처럼 많이 박힌 것이 좋다고 하여 상강도라고 부르면서 지방이 많이 생성되도록 사육을 해왔던 것이다.
방송에서 거론된 미국의 경우 우리와 달리 마블링을 그다지 중요시 여기지 않는데 이유는 고기를 우리의 2.3배에 해당하는 연간 1인당 114kg을 먹기 때문에 평상시 지방섭취량이 많아 우리의 2등급에 해당하는 소를 최고등급으로 쳐주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처음부터 마블링위주의 일본의 등급체계를 참조하여 소의 사육부터 등급제 운영까지 마블링위주로 맞추어 왔는데 그것이 웰빙문화의 확산과 함께 건강을 중시하는 시대적인 요구가 이번 개편안에 반영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식육분야에 근무하는 한사람으로서 식육관련 질병보도나 방송이 일반국민들의 식육위생에 관한 경계심을 한층 더 높이는 데는 찬성하지만 그것이 식육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것은 문제이기에 그 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편향된 자료에 의해 과장된 보도가 식육소비를 극도로 위축시켜 전체 식육산업을 부도 직전까지 몰고 가는 예를 우리는 그동안 수없이 보아왔다.
살충제 계란 파동이 그렇고 쓰레기 만두사건이 대표적인데 사람이 죽었는데도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물고기회를 날것으로 섭취해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려 해마다 20명 이상씩 사망하는 문제는 신문기사나 방송을 보더라도 교통사고로 몇명 사망했다는 기사와 함께 조용히 넘어간다.
그러나 소나 돼지를 먹으면 마치 누구나 다 광우병이나 구제역에 걸리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언론보도를 접할 때마다 소나 돼지고기 먹고 그 병 걸려 죽은 사람 한사람이라도 있으면 그렇게 하라고 반론이라도 펴고 싶은 심정이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식육업계와 축산업계에서 고기소비 촉진을 위해 한다는 것은 고작 고위 공직자들이 점심식사로 고기를 먹으면서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하는 것이 전부이다.
최근 들어서는 건강과 관련된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웰빙 바람과 함께 유명 쉐프가 등장하는 먹방이 범람해 고기를 비롯해 섭취하는 음식에 대해서도 일반인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중에 얼마 전 방송된 내용을 보면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음식 중에서 소금과 설탕 그리고 지방의 섭취를 과하게 했을 때 일어나는 부작용 사례를 다양하게 모아 과잉섭취를 경계하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그 내용이 한쪽으로 심하게 편중되어 있다는 지적 또한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면 설탕을 많이 먹으면 무슨 부작용이 일어나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주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도 설탕을 너무 안 먹으면 건강에 어떤 점이 안 좋은가 하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거의 언급이 없다. 또한 과다한 지방섭취가 혈관내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동맥경화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하는 것은 좋지만 과소 섭취시 반대로 혈관 벽이 얇아져 구멍이 생기는 현상을 일으킬 수도 있는데 그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도 유사한 예로 지적된다.
우리 몸의 경우 매일 콜레스테롤 필요량의 2/3는 몸 안에서 만들어지고 1/3은 무조건 외부에서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데 과잉섭취 부작용만 부각시켜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은 공정치 못한 처사이다.
심지어 과다한 지방 섭취가 몸에 해롭다고 주장한 나머지 식육 섭취를 멀리하라고 하거나 동물성 지방보다 식물성 지방의 섭취를 강조하다 보니 얼마 전에는 지중해산 올리브유를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광고해 마트에서 너도나도 찾는 바람에 품절현상까지 빚어질 정도였다. 오죽했으면 올리브유 전문 광고방송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아무튼 동물성지방과 식물성지방의 균형 잡힌 섭취와 규칙적인 운동생활이 건강의 조건으로서는 최고로 꼽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부분만 부각시켜 문제시하는 것은 국민의 공영 방송으로서의 기본적인 책무마저 등한시한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햄 소시지에 첨가되는 아질산염이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범위 내에 첨가되어 있는데도 마치 사람들의 건강에 이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보도를 하고 소비자들은 그 정보에 따라 소비를 줄이고 하는 것도 바로 잘못된 방송의 폐해이다.
아무리 감독관청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정정 보도를 해도 이미 일선매장에서는 매출액 급감 등의 피해가 발생되고 있다. “가뜩이나 장사가 안되서 햄 소시지 매출이라도 늘려 보려고 했는데 이번 보도로 매출이 팍 줄었다”고 하소연 하는 교육수료생의 말처럼 아무 생각 없이 보도한 내용이 당사자들에게는 치명타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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