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아프리카 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이 지난 3일 중국 요녕성 선양시에서 처음으로 발생, 336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됐다. 3km 내 7733마리도 추가 살처분됐다.
이와 관련 대한한돈협회는 즉각 ASF의 감염과 확산 방지를 위한 국가 차원의 종합대책 재점검을 요구하고 나섰다. 중국에서 요녕성 선양시는 북한 국경과 근접해 있어 우리나라도 유입 사정권 안에 들게 됐기 때문이다.
도대체 ASF가 무슨 가축 전염병인 데, 한돈협회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걸까?

 

근절까지 35년 걸려

1900년대 초부터 동아프리카에서 야생 멧돼지 간에 순환하다가 사육돼지로 확산된 ASF는, 1921년 케냐의 사육돼지에서 최초 보고됐다. 이후 2018년 현재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의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풍토병’으로 여겨지고 있다.
ASF가 무서운 점은 해외악성가축전염병으로 돼지에서만 발생하며, 일령에 관계없이 100%에 가까운 높은 폐사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 세계에 상용화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 번 감염되면 손 쓸 재간이 없는 데다, 청정화가 쉽지 않다. 같은 1종 법정전염병인 구제역보다도 훨씬 위험한 질병이지만 아시아 쪽으로 발생한 경우가 드물어 축산농가들에게는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질병이다.
ASF는 아프리카 밖으로 크게 두 번 확산됐다. 첫 번째는 1957년과 1960년에 앙골라에서 포르투갈로 유럽에 최초로 발생했다. 이후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거쳐 다른 유럽 국가들과 브라질 등으로 전파됐다. 이 질병은 1990년대 중반에야 이탈리아의 사르디니아 섬을 제외하고 겨우 근절됐다.
스페인에서 이 질병이 근절되기까지 35년이 걸렸고, 사르디니아 섬과 마다가스카르 섬에서는 지금까지 계속 이 질병이 존속될 정도로 근절하기가 쉽지 않은 질병이다.
두 번째는 2007년 유럽의 조지아 공화국에서의 발생이다. 조지아 전역으로 전파돼 결국 바이러스가 러시아, 동유럽 및 유럽연합의 여러 국가들로 계속 전파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 1~5월까지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보고된 총 14개 발생국 중 체코‧에스토니아‧헝가리‧라트비아‧리투아니아‧몰도바‧폴란드‧루마니아‧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10개국과, 나머지 코트디부아르‧케냐‧나이지리아와 잠비아 등 4개국이다.
포함된 유럽 국가들은 최근 몇 년 전부터 관광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국가들이고, 국민들이 ASF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 그 위험성을 체감하지 못하기에 국내 유입이 더욱 걱정된다. 
때문에 돼지 사육농가의 권익을 대표하고, 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한돈협회가 지난 7일   ‘국가방역체계 확립을 위한 종합대책 재점검’을 강조하면서 성명서를 낸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돈협회는 “양돈전문가들이 지난 몇 년 동안 ASF와 관련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결과, 농식품부는 지난 2월 ‘ASF 예방 관리대책’을 발표했다”면서 “그러나 피상적인 내용에 불과해 농가의 불안이 해소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ASF 관련 전문가도 부족해 효율적인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양돈 피해‘재앙’수준

그동안 중국에서는 16일 허난성 정저우시의 도축장에서 2차, 19일 장쑤성 롄윈강시에서 3차 발생했다. ASF가 다행히 한반도에서 떨어진 중국 내륙지역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짧은 시간 내에 다발하는 것은 우리로서는 심상치 않은 일이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도 20일, 여행객 및 축산관계자를 대상으로 국경검역 강화와 국내 양돈농가의 차단방역과 예찰 등 ASF 예방 강화 조치를 취했다.
외교부의 협조를 통해 중국, 동유럽 등 ASF 발생국을 방문하는 여행자에게 돼지농장 등 축산시설 방문을 자제하고 축산물 국내 반입금지를 홍보하고 나섰다고 밝혔다.
전국 공‧항만에서는 중국에서 입국하는 여행객 휴대품에 대해 검역 탐지견을 집중 투입하는 한편 세관과 합동으로 X-ray 일제 검사를 실시하는 등 검색을 강화했다.
또 중국 등 ASF 발생국을 포함한 항공기내 남은 음식물 처리실태와 전국 공‧항만의 남은 음식물 처리업체 전체에 대한 관리 실태 점검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ASF는 감염된 동물과의 직접 접촉, 감염된 돼지고기 섭취 또는 오염된 물질로 인해 발생하고 확산되기 때문이다.
ASF 바이러스의 유입경로는 과거 공‧항만에서 나온 열처리 되지 않은 잔반을 돼지에 급여해 발생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구제역처럼 공기 전파나 매개체에 의한 전파는 그렇게 강력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파괴력에 있어서는 구제역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지만, 예방하기에는 훨씬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식품부는 22일, 한돈협회 등 방역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비상 행동수칙을 발령했다. 하지만 ASF의 국내 유입을 막거나, 국경 방역이 뚫려 유입이 됐을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양돈농가들은 ASF가 발생했을 때 양돈산업의 피해는 ‘재앙’ 수준이라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농가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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