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낙농업에 종사해 온 한 지인이 어느 날 갑자기 카톡으로 질문을 던졌다. “아직도 무항생제 인증 우유가 있나요?”
“글쎄요. 몇 군데 있는 것으로 아는 데…자세한 것은 알아봐야겠네요.” 이 곳 저 곳에 알아본 결과도 “역시 뭐라고 말할 것이 없네요”였다. “에이 기자가, 농림축산식품부에 알아보면 되잖아요.”
지인으로부터 핀잔을 들고 다시 ‘무항생제 우유’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인터넷 서핑을 하는 동안, 조카에게 좋은 우유를 먹이기 위해 ‘좋은 우유’를 찾던 한 블로거의 경험담이 눈에 들어왔다. 다음은 그가 겪은 아이러니한 이야기다.

한국 젖소는 ‘슈퍼’?

무항생제 우유에 대해 무지했던 그는 그것에 대해 알고 싶어 농림축산식품부와 대표적인 생산업체 3곳에 직접 전화문의를 했다고 한다.
먼저 농식품부에 문의했다. “무항생제 우유 기준이 뭔가요? 엄마 젖소가 단 한 번도 항생제를 맞지 않는다는 건가요?” “아닙니다. 원칙적으로는 항생제를 안맞는 게 맞지만 감기나 질병, 기생충 감염 시 간헐적으로 항생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는 “소비자들은 무항생제라고 하면 대부분 엄마 젖소가 항생제를 맞지 않고 건강하게 자연에서 자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고 했다. 소비자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지, 그렇게 유도한 업체 측 과대광고가 잘못인지, 아니면 그런 광고를 허용하는 국가가 문제인지를 지적했다.
그 다음 그는 무항생제 우유라고 광고하면서 판매하는 3곳의 업체에 문의를 했다.
“당사에서 판매되는 무항생제 우유란 무엇인가요? 우유에서만 항생제가 검출되지 않으면 되는 건가요? 아님 젖소가 항생제를 맞지 않는 건가요?”
업체 A는 “고객님, 저희는 엄마 젖소가 아프면 항생제 투여를 합니다. 사람도 아프면 주사 맞잖아요.”
업체 B는 여러 번 말을 바꾸면서 “엄마 젖소도 항생제 투여 안합니다.”
업체 C도 여러 번 말을 바꾸며 “우리가 관리하는 목축장에선 엄마 젖소에게 항생제 투여를 안합니다. 그리고 우유에서만 항생제가 안나오면 무항생제 우유입니다.”
그는 또 "엄마 젖소가 질병이나 기생충에 감염되면 어떻게 치료하나요? 자연 치유를 기다리나요? 아니면 도살하나요?"
업체 A는 위에서 말했으니 패스, 업체 B는 “그건 잘 모르겠네요. 저희는 그냥 무항생제 목장에서 가져올 뿐입니다”, 업체 C “우리 목장에선 엄마 젖소에게 항생제를 안씁니다. 아예 소가 병에 걸리기 전에 잘 관리합니다”고 답했다.
이쯤 되자 그는 업체 C에 궁금증이 많이 생겼다. 그래서 다른 질문을 업체 C에게 했다.
“관리를 잘 해도 병에 걸릴 수 있죠. 소 키우는데 돈 엄청 들잖아요. 병 걸렸다고 그 비싼 소를 바로 도살하는 건 아닐테고, 어떤 방법이 있나요?” “그 부분은 확인한 후 연락드릴께요.”
블로거는 갈수록 궁금증이 더해졌다. 그래서 다른 질문을 했다. “무항생제 우유가 우유에서만 항생제가 안나오면 되는 거라고 했는데, 일반 우유든 무항생제 우유든 애당초 우유는 시판되기 전 균이나 항생제가 검출되지 않는 게 정상 아닌가요? 그렇다면 일반이든 무항생제든 둘다 항생제가 없는 채로 판매되는 데 무항생 로고는 왜 다는거죠?”

‘상술’로 인식할 뿐

업체 C “저희가 목장을 그만큼 깨끗하게 관리한다는 걸 홍보하기 위해섭니다.” “그니까 일반 우유랑 다를 게 없는데 홍보차원에서 무항생제 마크를 다셨다고요?” 그 뒤로 그 업체는 확인 후 연락을 준다고 했다.
그리고 업체 B와 C에서 연락이 왔다. 블로거는 A, B, C는 유명한 대기업이고, 녹음 파일이 있다고 했다.
업체 B “다시 알아보니 항생제를 사용해도 무항생제 인증을 받을 수 있다네요. 그렇지만 저희 목장은 엄마 젖소에게 항생제를 투여하면 그 젖소에게 나온 우유는 더 이상 무항생제 우유로 판매하지 않습니다.”
업체 C “알아보니 항생제에는 휴약기가 있더군요. 일정한 휴약기를 거치면 무항생제 우유 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 목장에서는 한 번 항생제를 맞은 젖소의 우유는 일반 우유로 판매가 되고 무항생제 젖소에게서 격리가 됩니다.”
그는 질문과 답변을 통해 “업체들이 엄마 젖소조차 항생제를 맞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 답변들이 사실일까?”라며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젖소들이 태어나서 임신하고 송아지를 출산하고 착유하는 동안 병에 단 한 번도 걸리지 않는 초능력 젖소”라면서 조롱했다.
2015년 9월 농식품부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친환경농축산물 및 유기식품 등의 인증에 관한 세부실시 요령’ 일부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기준을 강화해 동물의약품을 사용할 경우 무항생제축산물로 출하를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분만, 거세 등의 경우 예외규정을 두고 휴약 기간의 2배가 경과하면 무항생제 축산물로 출하가 가능하도록 했다.
올해 6월 한 블로거가 올린 내용은, 낙농 뿐만 아니라 축산단체들이 “일반 축산물과 차별성이 떨어지는 데도 ‘무항생제’ 용어를 사용해 소비자들의 오해를 초래한다”고 그토록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그 결과물이다.  
지금 시판되는 축산물이 일반과 무항생제로 나뉠 수 있을까? 소비자들은 가격을 더 비싸게 받으려는 ‘상술’로 인식할 뿐이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