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 4개월여 만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더불어민주당의 이개호 의원이 내정되자 이를 두고 동물보호단체들과 농축산단체들의 ‘반대’와 ‘환영’이 엇갈리고 있다.
일단 동물보호단체들의 ‘반대’ 이유를 보자. 2017년 11월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상임위원회(농해수위)에서의 발언 때문이다.
당시 이 내정자는 “우리 농해수위는 (개)를 반려보다는 팔아먹는 데, 잡아먹는 데 중점을 두는 곳”이라고 언급하면서 논란이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동물보호단체들은 “‘개 식용’을 옹호하는 사람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될 자격이 없다”고 반발하는 것이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동물권 단체 케어 등은 지난달 25일부터 ‘자격 없음’을 주장하며, 지하철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이 내정자가 장관이 되면 한국의 동물보호와 동물복지는 되돌릴 수 없을 만큼 후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장관의 자격이 뭘까?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의 이 같은 주장은 뭔가 큰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애니멀 웰페어(animal welfare)’는 동물을 함부로 죽이는 것, 상처를 입히는 것, 괴롭히는 것 등의 일이 없도록 할 뿐만 아니라 습성을 고려하여 적정하게 다루는 과정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런 같은 개념을 유독 대한민국에서만 동물보호와 동물복지를 따로 구분해, 반려동물과 식용 가축에 적용하고, 이를 모두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관장한다. 따라서 해당 부처는 양쪽을 모두 균형 있게 다루지 않으면 안된다.
이개호 내정자를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는 당시의 발언과 관련 “축산업 발전과 축산농가의 소득증대 등을 주로 고려하는 상임위 입장을 강조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었다”면서 “반려동물문화를 비하하거나 동물권 존중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또 “과거 치우친 생각으로 정제되지 못한 표현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서 사과한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나 동물복지에 대한 개념이 국민들에게 정립된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반려인구가 1000만 명이 되는 현재의 시점에서도 그렇다. 정부가 그 중요성을 인식해 농림축산식품부에 반려동물을 전담하게 한 것도 그런 의미다.
때문에 그 발언 하나로 이 내정자가 장관 자격이 없다는 것은 좀 지나치다 싶다. 시대의 흐름에 보면 반려동물을 둘러싼 동물보호는 이제 큰 줄기다. 장관이 바뀌었다고 그 본류가 바뀌지도 않는다. 단지 식용 가축과 별개의 정책을 펼치면 그만이다.
사실 장관이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은 자기만의 투철한 이념을 품고 있는 사람이다. 쉽게 말해 동물보호에 사명감을 가지고 있어서, 장관이 된 직후부터 ‘맹견류 8종과 그 믹스견’에게 입마개를 의무화한 내용을 무력화시켰다고 생각해 보자.
반려인구에게는 좋은 소식일지는 몰라도 일반 국민들의 거센 반발은 또 사회문제로 비화될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은 장관의 자격이 있는 걸까?
이와 반대로 이개호의원의 장관 내정을 환영하는 농축산단체들의 이유는 또 어떨까? 동물보호단체들의 반대에 대응한 ‘환영’은 아닐까?
지난달 27일 한국농축산연합회와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각각 “이개호 장관 내정자를 지지한다”는 성명서를 동시에 냈다.

 

‘공백’이 왜 발생했나
“이 내정자는 농민과 함께 아파하며, 현장 중심으로 농정을 추진할수 있는 적임자이며, 갈등 해결 능력을 가지고 협치를 실행할 수 있는 적임자로 기대하면서 현장 농업인의 염원을 담아 환영한다”고 농축산연합회는 밝혔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더 나아가 “일부 동물보호단체가 주장하는 이개호 내정자 반대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면서 “특정 발언을 꼬투리 잡아 장관 임명 반대를 외치는 데 이는 전국 축산농가를 무시하는 처사이며, 산업을 말살하려는 의도로 밖에 판단되지 않는다”고 수위를 높였다.
이들 단체들은 134일간의 농축산업의 정책과 생존을 담당하는 수장인 장관 공석이 하루빨리 채워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을 가만히 들어보면 이개호 내정자가 정말 장관의 최적임자여서 ‘환영’을 하는 것인지, 공석을 하루빨리 채워야 하기에 ‘지지’를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들의 ‘지지’ 선언을 지켜보면서 김영록 장관의 지지선언이 겹쳐지는 것은 왜일까? 그때도 일부 농축산관련단체들은 똑같은 이유를 댔다.
당시 김영록 장관은 취임식에서 “불이 난 곳에 소방차가 즉시 달려가듯, 365일 상시적인 긴급 방역 대응체계를 갖추는 등 가축질병의 근본적 해결책을 찾고, 청탁금지법에 따른 농업인 피해 최소화에 적극 나설 것”을 강조했다.
갖가지 공약을 차근차근 실천해 나가겠다는 김영록 장관은 취임 8개월 만에 사표를 내고 전남도지사가 되기 위해 보궐선거에 나섰다. 그리고 말 그대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수장 없이 4달을 견뎠다.
그토록 앞장서 지지했던 농축산단체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그렇다면 농축산단체들은 왜 지지선언을 했던 걸까? 무허가 축산 적법화라는 강압적인 구조조정을 눈앞에 두고 제대로 축산인을 대변할 수도 없었다. 그 책임은 농축산단체들에게는 없는 걸까? 섣부른 반대와 지지에는 책임도 따른다는 것을 아직도 모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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