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지난 6‧13 동시선거 전, 각 당과 지자체장들에게 무허가 축사 적법화와 관련 축산업계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무허가축사를 보유한 농가들의 최대 구제를 위해 전국 지자체들의 적극 협조를 요청했다.
적법화를 위해선 현행 법령으로 적용 가능한 사항들이 전국에서 동일하게 적용돼야 하지만 지자체마다 적용 범위가 달라,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달이 되어간다.
6월 18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농업관련단체장 초청 간담회에서 축산단체장들로부터 적법화 관련 애로사항을 청취한 뒤 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총리는 “무허가 축사 문제는 기본적으로 환경친화적인 시각에서 접근돼야 한다”면서도 “축산업이 어려워지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으므로, 환경부와 농식품부의 합의를 통해 이행계획서 제출 만료기간인 오는 9월 24일 이전까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말뿐인 제도 개선
축단협은 물론 축산농가들 심지어 일부 언론에서조차 ‘무허가 축사 구제 후속조치 급물살 타나’라는 기사를 내는 등 큰 기대를 걸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지난 13일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24일 ‘미허가 축사 적법화’를 위한 기자회견 협조요청을 각 언론사에 보냈다.
7월 24일은 이행계획서 제출 2개월 전이라는 의미다. 지난달 18일 국무총리와의 간담회 때 실질적 제도개선을 요구한 바, 전혀 진전된 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범정부 부처의 실질적 제도개선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정진 축단협 회장은 “지난 2월 28일 가축분뇨법 개정안 통과 이후 3월 24일까지 전국 4만여 농가가 적법화 신청을 하고 범 정부 부처 제도 개선 이후 9월 24일까지 이행계획서를 제출토록 되어 있으나 현재까지 농식품부 주관 8차의 제도개선 실무 TF 결과 개선 사항은 전무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그러니 ‘정부를 믿다가 발등 찍힌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젠 정부가 “제도 개선을 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결론적으로 9월 24일이 지난 후엔 “노력을 했는데 안되더라”라는 한 마디면 끝이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큰 기대를 걸었던 것 자체가 순진한 생각이었다. “무슨 방법을 동원해서든 축산업을 구조조정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임을 알았어야 했다.
일부에서는 축산관련단체장들의 삭발‧단식 시위로 얻어낸 것은 신청서 접수 기한을 3월에서 9월로 연기한 것으로, ‘깊은 상처로 다 죽어가는 사람에게 원천인 치료보다 호흡기만 갖다 댄 꼴’이라고 지적했다. 특별법 제정을 얻어냈어야 했다는 것이다.
당초 신청 접수를 두고도 많은 축산인들은 “‘내가 이렇게 축사를 불법 점유하고 있다’는 자수서가 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무허가 축사라며 사용 중지 명령을 내리려면 지자체가 왜 무허가인지를 명명백백 밝혀야 한다. 그러나 지금 지자체에서 무허가 축사를 담당하는 공무원 중에서 정확하게 밝힐 수 있는 이도 거의 없고, 그렇게 집중해서 일할 인력도 모자란다.

약속했으면 지켜야
따라서 “내가 먼저 이렇고 이래서 나의 축사가 무허가”라고 인정하면, 그것을 이유로 사용 정지 명령을 내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접수하지 않고 버티면 몇 년은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 꺼려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농식품부 장관은 신청 접수를 하고 적법화를 위해 노력하는 축산농가에게는 그만큼의 혜택이 주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축산관련단체들도 신청 접수 독려에 참여했다.
이미 지난 4월 18일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배출시설 허가 신청서’가 반려된 첫 사례가 발생했다. 정부가 이행계획서 심사 때까지 행정처분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기간보다 5개월이나 빠른 처분이다.
충남 홍성군청은 입지제한지역 내에 위치한 9개 축산농가에 공문을 보내 “가축분뇨배출시설 설치 허가 신청서를 반려한다”고 통보했다.
행정처분 대상이 된 농가들은 “정부 정책에 협조했다가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며 한숨이다. 전국의 축산농가들은 이 같은 소식에 “신청서 제출 농가가 규제 우선 대상이 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대상 농가는 “신청서를 제출한 농가가 우선 행정처분의 타깃이 됐다”면서 “오히려 신청서 미제출 농가는 상대적으로 늦게 처분을 받게 되는 상황”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가 마치 적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농가를 우선적으로 구제해줄 듯 유혹(?)해 놓고, 그것을 근거로 제재를 가하는 것은 할 짓이 아니다. 옛 소련의 스탈린이나 캄보디아의 폴포트 정권 등 독재권력이 반대세력을 처벌하기 위해 쓰는 ‘악랄한’ 방법이다.
축단협도 책임을 벗어나기 어렵다. 농가들의 신청서 제출을 독려했기 때문이다. 
이행계획서 제출 기간이 2달 남았다. 농식품부는 물론 국무총리까지 자신들이 한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제도 개선을 위한 농식품부 실무TF가 요식행위가 아니라면 대책을 내놔야 한다.
질질 시간만 끌다가 “노력했는데 해당부처 간의 의견조율이 안되더라”고 변명하는 것은 비열한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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