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를 여행하며 무작위로 현지인의 집에서 하룻밤을 얻어 자야 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TV 예능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해당 프로그램은 유명 방송인들이 전 세계의 다양한 가족들과 특이한 생활환경,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또한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음식과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것이 기획 의도다.
최근 방영분에서는 이전 스페인을 방문해 신세졌던 것에 보답키 위해 스페인 현지인들을 한국으로 초청하는 내용이 전파를 탔다.
한국의 방송인들은 스페인 친구들을 데리고 속초로 향했다. 스페인 사람들은 한국의 아름다운 풍경에 흠뻑 취하는 한편 재래시장에서 넉넉한 시장 인심도 체험했다.
그러던 중 저녁식사 시간이 되자 우리나라 연예인들이 한돈 바비큐를 내놓으며 “한돈은 정말 세계 최고다”며 스페인 친구들에게 자랑했다.
이 말을 들은 스페인 사람들은 “돼지고기는 스페인이 세계 최고지요”라고 답하며 스페인의 돼지인 이베리코로 만든 하몽(스페인의 대표적인 생햄)을 그 자리에서 꺼내 맛보였다.
하몽을 맛본 출연진들은 그 맛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이베리코 돼지의 우수성을 인정했다. 해당 방송을 보면서 우리 한돈이 1패를 당한 것 같은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이 같은 패배가 현실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명 ‘이베리코 돌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이베리코’는 스페인 이베리코 반도의 청정지역 데헤사라고 불리는 목초지에서 야생도토리와 올리브, 유채꽃, 허브 등을 먹고 자란 돼지의 종류다.
이 같은 이베리코의 사양 배경이 마케팅에 접목되면서 우리나라 외식시장은 물론 일반 가정에서도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수년 새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급상승하다보니 일부 기업의 경우 전담 구매팀을 스페인 현지에 파견하는 등 물량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베리코의 가격은 국산 돼지고기 브랜드 가격을 넘어서는 수준이지만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산 돼지고기가 이베리코로 둔갑 판매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심각한 것은 이 같은 추세가 이베리코에 국한되지 않는 다는 점. 이베리코를 비롯해 수입돼지고기 전체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입 돼지고기는 ‘냉동상태의 고기라 질기고 냄새가 난다’는 인식이 깊숙이 자리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돼지고기 수입 여건의 변화 및 고품질 프리미엄 마케팅의 영향으로 수입 돼지고기는 우리나라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당초 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올해 1~6월 돼지고기 예상 수입량은 18만톤이었다. 하지만 국내 생산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올해 1~5월 실제 수입량은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5월까지 누적 돼지고기 수입량은 22만6218톤(검역기준)에 달했다.
이제는 국내산이 최대 무기라는 막연한 기대감은 버려야 한다. 외산 돼지고기의 수입량이 늘고 소비자 선호도가 바뀌는 추세인 만큼 한돈 소비가 촉진될 수 있는 적극적인 대응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우선 이베리코 돌풍을 면밀히 분석해 한돈 시장 확대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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