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돼지고기가 공격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시장을 넓혀 간다. 그러나 한돈업계는 몇 년째 지속된 호황 속에서 시대를 읽는 민감성을 잃어가고 있다. 당장이라도 업계 차원의 공동 대응이 요구되지만 행동이 쉽지 않다.
소비자들은 돼지고기 구입시 맛·품질·가격·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나씩 따져보자. 가격 경쟁력은 외국산 돼지고기가 한돈에 비해 훨씬 우세하다. 그렇다면 맛과 품질은 어떤가. 외국산보다 우위라고 자신할 수 있는가. 우리나라는 종돈 대부분을 북미대륙과 유럽에서 들여온다. 한돈만의 차별화한 맛을 만들어 내기란 쉽지 않다.
육가공업체나 식당들은 한돈의 품질 균일에 대한 불만을 자주 토로한다.  ‘냉장 고급육은 한돈, 냉동 저급육은 외국산’이라는 고정관념도 무너지고 있다.
한돈은 외국산에 비해 안전하다는 홍보에 소비자들의 호응은 예전과 같지 않다. 항생제 오남용, 구제역 발생 등의 소식은 한돈의 이미지를 크게 추락시킨다. 유럽산이 한돈보다 안전하고 깨끗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주부들 사이에서 흘러나온다. 우리가 넋을 놓고 있는 동안 많은 것은 변화했다.
외국산의 유통 경로가 다양해 졌다. 과거 외국산은 대부분 냉동 원료육이란 인식이 많았다. 일부는 도매상을 통해 정육점이나 식당에서 소비됐다. 가정 내 소비 비중은 매우 적었다. 그러나 2011년 정부가 물가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유럽·미국·캐나다에서 냉장 삼겹살을 비행기로 공수해 대형유통에 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소비자들은 정부 지원 아래 한돈의 절반 가격에 외국산 냉장 삼겹살을 식탁에 올렸다.
그 때의 잘못된 판단의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진다. 현재는 다양한 부위의 외국산 냉장육을 대형매장 뿐만 아니라 인터넷 등 다양한 경로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여기에 외국산 취급 업체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각종 매체와 SNS를 통한 마케팅을 실시한 결과, 젊은 세대로 갈수록 신토불이에 대한 의미도 희미해진다. 지금은 외국산이 우리 정부 지원 없이도 시장을 공격적으로 잠식해 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돼지고기 수입량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2011년 37만톤을 가볍게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5월 누적 돼지고기 수입량은 23만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5만톤(26%)이 늘었다. 국가별로는 미국산이 9.4만톤을 수출해 전체 돼지고기 수입 물량의 41.5%(36% 상승)를 차지했다. 스페인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전략적인 이베리코 마케팅에 힘입어 3.7만톤을 수출했다. 전년 동기 대비 51%나 증가했다.
반면 한돈 자급률은 70%대 유지도 불안한 상태다. 2010년 안동발 구제역 사태 이후 수급 불안정으로 2011년 자급률은 62%까지 급락했다가, 사육 기반 복구 노력에 힘입어 2013년 84%까지 회복했다다. 이후 계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70.7%까지 떨어졌다.     
자급률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부 양돈전문가는 현재 추세라면 10년 이내에 자급률이 50%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는 현재의 사태를 역전시키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한번 빼앗긴 시장을 다시 찾는 일은 지키는 노력의 몇 배가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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