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흉작은 처음입니다. 벌꿀 생산량이 예년의 10%에도 못 미쳐 어떻게 먹고 살아야할지…”
충남 계룡에서 벌을 치는 김 모 씨의 하소연이다.
매년 아까시꿀 20~30드럼을 떴다는 그는 올해 꿀을 2드럼 밖에 못 떠 생계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동양봉의 경우 5월 한 달간 남부지방부터 북부지방까지 이동하며 꿀을 뜨기 때문에 트럭 임대료와 기름값, 인건비 등이 발생하는데, 꿀 생산량이 예년의 10~20%에 불과한 까닭에 인부들의 인건비조차 지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올해 벌꿀 생산량은 2004년 이래 최대의 흉작이 우려된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로 아까시나무의 꽃대가 부실해 전체 꽃송이 숫자가 예년에 40%선에 불과했던 데다 5월 본격 채밀시기에 저온현상과 비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또 다른 원인 중 하나는 높은 꿀벌밀도다.
소자본으로 양봉에 입문할 수 있다는 이유로 매년 신규농이 급증하는 반면, 밀원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는 것.
때문에 전업농들은 꿀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군수를 더 늘리고 있으며, 이는 사료비와 인건비 등의 경비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높은 밀도 탓에 질병 발생률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양봉산업은 낭충봉아부패병, 작은벌집딱정벌레, 등검은말벌 등의 해충뿐 아니라 만성꿀벌마비병, 이스라엘급성꿀벌마비병, 여왕벌흑색병 등의 바이러스성 질병이 만연해있다.
하지만 양봉은 AI나 구제역 등의 질병과 달리 보상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까닭에 질병 창궐 시 농가 피해가 극심한 실정이다.
지난해 낭충봉아부패병 창궐로 토종벌농가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때문에 업계전문가들은 국내 양봉산업 보호를 위해 양봉진흥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꿀벌의 공익적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는 말처럼 양봉은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산업이다.
더 늦기 전에 정부가 양봉진흥법 입법에 적극 나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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