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은 양질의 단백질공급원으로써 대한민국 전 국민의 건강한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이전에 우린 배구‧농구‧야구를 비롯한 많은 국제운동경기에서, 매 경기 체력적으로 힘겨운 싸움을 해왔다. 체력이 안되니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 어느 나라 국가대표와도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있다. 체력이 뒷받침이 되니, 지구력이 필요한 연구와 그 밖의 모든 부분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경제가 세계 10위권을 넘나드는 것도 이러한 강인한 체력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가 축산업의 공익적 가치를 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21세기를 사는 국민에게 축산업은 이제, 아끼고 사랑하고 지켜내야 할 소중한 산업이 더 이상 아니다. 왜 축산업의 가치가 이렇게 변질된 것일까?

 

농가에 대한 배신감
국내 축산물 시장이 축산 강국에게 개방됐을 때, 국민들은 ‘고향의 맛’이니 ‘신토불이’니 농축산 단체들의 홍보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줬다. 누가,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생산했는지 모르는 외국산 축산물에 대한 거부감도 컸다.
가격은 조금 비싸더라도 국내산 축산물의 안전성과 위생이 보장되었다는 절대적 신뢰감 속에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그러나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변한 걸까?
그것은 축산농가에 대한 국민들의 ‘배신감’이다. 낮은 가성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구입해 왔지만, 국내산 축산물이 외국산 축산물보다 하등의 다를 것이 없다는 것, 그리고 지금껏 구입해온 축산물이 가축을 학대하면서 사육되었다는 것, 국민이 신뢰하는 동안 축산농가들은 그러한 방식으로 ‘돈벌이’를 해왔다는 불신에서 비롯됐다.
해마다 벌어지는 가축 질병의 몸살은 그런 의식을 더욱 공고히 해 왔고, 이젠 축산업이 환경을 오염시키는 ‘해로운’ 산업이라는 부정적 인식으로 뒤바뀌었다.
그동안 정부나 축산농가들이 축산물의 안전과 위생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을 안 해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잊을만하면 터지는 가축 질병의 발생이나, 축산농가의 환경오염 사례는 부정적 인식을 고착시키는 원인으로 자리 잡았다.
축산업계의 입장에서는 ‘일부’라고, 그래서 ‘침소봉대(針小棒大)’하는 언론 등 때문에 억울하다고 호소한다. 축산농가는 돈벌이를 위해 가축을 학대하고, 가축분뇨 등을 아무렇게 투기하는  부도덕한 사람들이 아니라고 주장해 본들 지금과 같은 부정적인 인식을 뒤바꾸기에는 힘에 부치다.
부정적 인식은 축산업을 둘러싼 모든 환경을 바꾼다. 바뀌는 환경규제가 축산농가에게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 지에 대한 인식도 없고, 인식이 없으니 이해도 없다. 이런 상황이면 대부분의 축산농가는 생업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을 ‘이해’와 ‘신뢰’로 다시 바꿔보자고 시도했고, 시도하고 있는 것이 2012년 발족한 ‘나눔축산운동’이요, 2014년 출범한 ‘축산자조금연합’이다.
하지만 2017년 축산자조금연합의 해산은 아직도 축산관련인들은 산업 이기주의와 구태의 습성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음을 입증한다. 이는 정말 부정적인 이미지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지에 대한 성찰도 없음을 보여준다.

 

'뒤바꾸기 힘에 겨워'
민경천 전축산자조금연합회장(한우자조금관리위원장)은 연합의 해산에 앞서 “축산자조금연합이 단순한 소비홍보 사업이 아니라 9개 축종을 아우를 수 있는 공익의 사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각자의 자조금에서 진행하고 있는 소비홍보 사업과 다를 바가 없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축산자조금연합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축종의 무게에 따라 더 큰 권리를 주장한다거나 이 때문에 어느 한 축종에 치우치게 되면 당초의 목적과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보다 먼저 구제역의 재앙을 체험했던 축산업계는, 농협과 축산관련단체장이나눔축산운동본부의 이사로 참여하면서, 들불처럼 번지는 부정적 인식을 긍정으로 바꾸자고 뜻을 모았다. 각자의 단체에서 추진하던 나눔축산운동을 하나로 모을 때 그 파급효과도 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빨리 접어야
그럼 올해로 7년 차에 접어든 나눔축산운동은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을까?
2017년 결산 보고서를 보면 후원금은 16억400만원이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농협 경제지주와 일선축협이 각각 60%와 30%를 차지하고, 축산관련단체는 단 1%에 불과하다. 축산관련법인 6%에도 훨씬 못미친다.
이러니 나눔축산운동이 ‘농협’ 것이라는 오해도 들을만하고, 농협은 마치 자신의 것 인양, 구태의연한 행사위주에 치중하고 있다. 부정적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축산업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이 우선이다.
나눔축산운동본부는 그것을 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아내고 실행하는 것이 임무다. 이를 위해서는 본부의 자율성과 축산농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생산농가를 위한 일회성 행사의 동원을 자제해야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이전처럼 나 몰라라 하면서 누군가가 해주기를 바란다면 하루라도 빨리 접는 것이 낫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