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시나무 ‘황화현상’으로
예년의 10~20%에 그칠 것
수매 실종 꿀 납품 한숨만
농가들은 모두 도산위기에

피해 파악 후 ‘재해’ 요청
이상기후 지속 가능성 커
소나무 위주 ‘숲가꾸기’는
다양한 밀원수로 식재를

 

저온현상 등 이상기후에 따른 아까시 흉작으로 벌꿀 생산량이 급감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벌꿀 생산량이 아까시나무 황화현상으로 사상 최악을 기록했던 2004년과 맞먹을 것이란 주장까지 제기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김용래 한국양봉농협 조합장을 만나 올해 벌꿀흉작의 원인과 대책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김용래 조합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올해 벌꿀 생산량이 급감했다고 들었다. 피해는 정도인가.
올해 아까시꿀 생산량이 급감했다. 예년의 10~20% 정도에 그칠 정도로 전국적으로 벌꿀 생산량이 최악이다. 꿀을 많이 뜬 농가는 20%, 적게 뜬 농가는 10% 수준에 불과했다. 나도 보통 20~30드럼을 뜨는데 올해는 2드럼밖에 뜨지 못했다. 때문에 양봉농가의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양봉농가의 수익은 아까시꿀이 나는 5월 한 달을 벌어 1년을 먹고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까시꿀의 비중이 높은데, 올해 꿀 생산량이 바닥을 쳐 농가들이 도산위기에 몰렸다. 특히 이동양봉의 특성상 이동에 필요한 비용 및 인부들 인건비가 소요되는 까닭에 전업농일수록 피해가 컸다.
조합의 벌꿀 수매량이 이의 반증이다. 우리 양봉농협의 경우 보통 7000드럼을 수매하는데 올해는 600드럼에 그쳐 원료꿀 납품에만도 수급이 빡빡하다.
때문에 올해에는 아까시꿀은 제외하고, 잡화와 밤꿀만 하나로마트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아까시나무 황화현상으로 최악의 피해를 입었던 2004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봐야 한다.

 

-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가 원인으로 알려졌는데.
이상기후에 따른 아까시나무 꽃대 부실이 원인이다. 아까시나무의 꽃대는 전년도 여름에 형성되는데 지난해 여름 가뭄으로 인해 꽃대 형성이 부진했다.
또한 미국 선녀벌레의 영향도 있었다. 미국 선녀벌레는 아까시나무 새순의 수액을 빨아먹기 때문에 꽃대 형성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본격적인 꽃대 형성시기인 4월에는 이상기후로 일기가 불규칙했다. 뭐든지 서서히 자라야 되는데 고온현상으로 꽃대가 쑥 큰 상태에서 저온현상이 이어져 꽃대가 얼었다.
실제 지난 4월 10일부터 20일까지는 20~30°C의 고온현상으로 아까시나무 꽃대가 비정상적으로 발육했다가, 23일부터 27일까지는 영하 ?5°C에서 영상 5°C의 저온현상이 발생하며 아까시나무의 잎과 꽃대가 냉해로 망실됐다. 때문에 꽃이 못 핀 채로 떨어지거나 피더라도 힘이 없어 금방 시들었다.
살아남은 꽃대도 발육저하로 예년 대비 50%나 짧았고, 전체적인 꽃송이 숫자도 예년의 40%선에 불과했다. 본격 채밀기인 5월에도 저온현상과 비가 이어져 꿀 채취에 애로를 겪었다.
아까시나무는 평균 낮 기온 27~28℃, 밤 기온은 15℃ 이상이 돼야 꿀이 잘나는데, 낮 기온 19~22℃, 밤 기온은 10℃ 이하로 떨어지다보니 꿀 분비가 잘 안됐다.
겹칠 수 있는 악조건이 다 겹쳤다고 보면 된다.

 

- 또 다른 원인도 있는가.
밀원 대비 꿀벌 밀도가 너무 높다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국내 아까시나무 면적은 약 5만5000~6만5000ha로 약 50만~60만군이 적정한데, 현재 국내 양봉 채밀군수는 약 200만군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올해는 만성꿀벌마비병, 이스라엘급성꿀벌마비병, 여왕벌흑색병 등의 꿀벌 바이러스 질병이 예년에 비해 2배 이상 상승했다. 특히 벌은 날아다니기 때문에 다른 벌들과 접촉할 가능성이 높아 질병 전파가 빠르다. 작물을 대단위로 재배할 경우 병이 많이 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는 신규 양봉농가의 급증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타 가축대비 규제 없이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까닭에 양봉이 퇴직 후 실버농업으로 각광받기 시작하며 전국 농업기술센터에 양봉과정을 개설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매년 2000~3000농가의 신규농이 양봉업에 유입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 해결 방법은 없나.
문제는 밀원수가 매년 줄어든다는데 있다.
양봉인구는 늘어나는데 밀원은 줄어드니 꿀 생산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숲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아까시를 베고 소나무 위주로 식재하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장기적 로드맵을 갖고 아까시나무, 때죽나무, 피나무, 헛개나무, 오감주나무 등의 밀원수 식재가 절실하다.
꿀과 목재 생산 등을 고려할 때 아까시나무의 경제성을 따라갈 나무가 없다.
아까시나무는 질기고 단단해 고급가구나 화물차 바닥에 까는 용도로 각광받고 있다. 
때문에 목재용 아까시나무 주 수출국인 헝가리의 경우 아까시나무 식재를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에서도 지원금을 지급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까시나무가 잘 번진다는 이유로 식재를 꺼리는데 이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외국에서는 아까시나무를 가로수로도 활용하고 있다. 때문에 산림청과 연계해 매년 진행하는 수종 갱신사업에 반드시 10%는 밀원수를 심게끔 법제화가 필요하다.

 

- 정부의 지원은 없나.
현재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 산림과학원, 양봉협회와 함께 실태조사에 있다.
올해 아까시나무의 피해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 정부에 재해지정을 요청할 방침이다.
대출이자 탕감 및 사료비 지원 등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우리 양봉농협도 조합원의 어려움을 감안해 선도금 유예 및 구매 미수금 이자면제, 농가 사료비 지원 등을 계획 중에 있다.
하지만 이같은 이상기후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양봉진흥법 입법이 필요한 이유다.
타 가축에 비해 생산액이 낮다는 이유로 양봉업을 푸대접하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AI·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살처분지원금을 주는 것과 달리 양봉은 아무런 보상이 없다. 또한 꿀벌의 법정전염병은 2종인 낭충봉아부패병과 3종 부저병 등 2개에 불과하다.
현재 만연하고 있는 만성꿀벌마비병, 이스라엘급성꿀벌마비병, 여왕벌흑색병 등에 대한 법정전염병 지정도 검토돼야 한다. 단순 꿀 생산이 아니라 수정 매개와 생태환경 보전 등 꿀벌이 가진 공익적 가치를 따져봐야 한다. 정부의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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