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의 미래는 청년에 있다’는 슬로건이 무색하게 하루하루를 서글프게 사는 축산 2세들이 있다. 2세들은 영농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부모와의 갈등’을 꼽는다. 부모와의 갈등을 빠르게 해결하고 독립된 농장 경영을 하는 2세들도 있지만, 많은 2세들이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몇 명의 축산 2세들을 만났다. 그 중에서도 30대 중반의 A씨를 잊을 수가 없다. 현재 모돈 200두 규모 양돈장을 아버지에 이어 경영하고 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논문 통과만 남기고 있다.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양돈장에 들어왔다. 벌써 6년 전 일이다. 3년 차를 넘으면서 양돈장 일중 대부분을 A씨가 단독으로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지출은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아버지의 허락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A씨는 양돈장에 ICT 기기 도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 했다. “앞으로 자동화를 통해 노동의 유형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A씨의 생각이지만, 아버지는 “막대한 금액 투자는 위험하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A씨의 처지를 생각하면 서글프기만 하다. 양돈장에 들어온 후 지금까지 월급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6년(72개월) 동안 월급을 200만원씩만 받았다고 해도 1억 4400만원에 이른다. 아버지는 “내가 죽으면 어차피 모두 네 것인데 뭐가 문제냐”는 말만 되풀이 한다. A씨는 시내에 나갈 때면 어머니께 용돈을 받는다.

이뿐만이 아니라 2년 전부터는 쉬는 날도 크게 줄었다. 아예 없다고 하는 편이 옳다. A씨는 “아버지와 함께 돼지를 키울 때는 한 달에 4번 정도는 쉬었는데 혼자 돼지를 키우는 지금은 한 달에 1번 쉬기도 쉽지 않다. 지금 처한 현실은 동료 직원들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고 토로한다.

이런 상황에도 아버지는 “양돈장을 처음 일으킬 때 고생에 한 것에 비하면 네 고생은 명함도 못 내민다”고 강조한다. 아버지는 혹독한 경영 수업이 돼지에 대해 잘 모르는 2세에게 약이 될 것이라 판단해 이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네잎클로버의 꽃말은 ‘행운’, 세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다. 네잎클로버를 찾기 위해 세잎클로버를 밟는 상황을 두고 사람들은 “행운을 얻기 위해 행복을 짓밟는 행위”라 말한다. 2세의 미래를 생각한다며 현재의 행복을 무시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어느 2세는 좋은 대우를 받으며 일을 하고, 어느 2세는 월급도 못 받고 쉬지도 못하며 일하는 상황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나.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고 있는 A씨도 꿈과 희망이 있다. 지금의 규모를 늘리면서도 생산성이나 수익성을 향상시키는 방안에 대해 늘 연구하고 있다.

농촌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를 잇겠다는 2세가 있는 농장이 전체 축산농가의 절반을 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를 이을 2세대를 확보한 1세대는 행복한 사람이다. 성공적으로 농촌에 정착하는 젊은 2세대들은 고령화로 활력을 잃어가는 우리 농촌에 새로운 희망이다. 1세대가 2세대들이 꿈과 희망을 현실화 시킬 수 있도록 든든한 동반자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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