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가족, 고령화 등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수가 1000만 명 시대에 접어들었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1조8000억 원 시장 규모가, 2017년 2조9000억원, 2020년에는 6조원 대로 급성장하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은 2015년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에서 반려동물을 위해 지출한 금액은 1가구당 13만5632원이고, 이중 40%가 ‘사료와 간식비’라고 밝혔다. 이러니 사료업체들은 물론 식품기업·축산기업들조차 ‘펫 푸드’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

 

복지·보호 개념 모호

프리미엄, 유기농을 앞세운 고급 사료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반려견 전용 우유까지 선보이면서 인기몰이 중이다.

국책 연구기관들도 반려산업에 대한 연구와 보고서를 속속 내놓는다. 소비자의 고급화 욕구에 맞춰 국내 최초 DIY사료, 곤충과 쌀을 이용한 기능성 사료 개발로 국내 사료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한 수입 사료에 대응하고 있다.

반려동물 사료는 물론, 전용 호텔, 보험, 장례서비스까지 등장하면서 반려동물 산업을 일컫는 ‘펫코노미(Pet+Economy)’,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키우는 ‘펫팸족(Pet+Family)’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도 애견인에게 ‘반려동물 가족등록증’을 발급해, 반려동물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성숙한 문화를 조성하는 데 적극 앞장서고 있다.

지금의 상황으로 보면 반려동물산업의 활성화가, 축산업을 1차 산업에만 한정짓지 않는다면, 축산업의 시장 규모 확대와 다양화로 이어질 것은 자명해 보인다. 하지만 “반려동물산업의 급격한 성장으로 얻는 ‘이익의 배분테이블’에 축산농가가 배석할 수 있을까?”에 이르면 혼란스럽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담당하면서 제시하고 강화하는 ‘동물복지’와 ‘동물보호’의 개념 자체가 혼란스러운 것처럼 말이다.

이 두 개의 개념은 사실 영어의 ‘애니멀 웰페어(animal welfare)’를. 동물복지, 동물보호, 동물복리로 번역해 혼용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간이 동물에 미치는 고통이나 스트레스 등의 고통을 최소화하며, 동물의 심리적 행복을 실현하는 것이다.

 

농장 모든 틀 바꿔야

하지만 우리는 동물복지의 경우, 인간의 안전하고 즐거운 먹거리를 위해 사육되는 식용 가축에 , 동물보호의 경우 반려동물에 초점을 맞춰 인간과 정서적 교감을 하는 동물에 적용한다. 때문에 같은 단어에서 전혀 다른 의미가 부여돼 있으며, 동물보호가 마치 동물복지의 상위 개념으로 인식한다.

농식품부가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개념을 혼란스럽게 적용하면서 담당하지만 그 어느 것도 현재 축산농가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다. 그동안 정부가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집약적, 밀집사육의 축산을 묵시적으로 독려함으로써 갖춰놓은 농장의 모든 틀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축산농가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동물보호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질수록 환경친화적 축산업을 진행하지 못하면 지속 가능할 수 없다는 것이 현재의 축산업을 둘러싼 시대적 흐름임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정부 당국이나 학계, 축산전문가나 소비자들이 대안으로 항상 내놓는 ‘친환경 축산’은, 현장에서 보편화되기엔 너무 이론적이고, 무책임하다.

사육하고 있는 가축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목적으로 친환경 건축자재로 축사를 짓고, 사육 밀도를 준수하고, 가축분뇨를 자원화 할 때 드는 비용을 차치하더라도, 축산농가의 입장에서는 ‘규모를 줄이거나 더 늘리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마리수를 줄일 경우, 소비자의 ‘이기심’은 그만큼의 지불을 거부하게 함으로써 농가의 수익이 보장되지 않고, 늘릴 경우에는 축사를 구입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고품질의 안전한 축산물을 제값으로 구입하려는 소비자의 성숙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축산농가에게 희망을 주겠다며 추진하는 축산물 수출은 과연 희망적일까? 환경을 중시하고 동물 보호를 적극적으로 강제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가축의 마리수를 늘리기는 쉽지 않다.

 

농가만의 책임일까

게다가 축산물은 공산품과도 그 성격이 너무 다르다. 공산품의 경우 원료를 수입해 가공하고 제품화함으로써 경쟁력을 갖추고 수출할 수 있다. 그러나 축산물의 경우는 그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떤 여력으로 축산물을 수출한단 말인가.

또 있다. 환경친화적 축산업이 보편화된다고 가정하면 가뜩이나 떨어지고 있는 자급률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손쉽게 외국산 축산물 수입을 떠올리겠지만 갈수록 길어지는 푸드 마일리지는 국민들에게 안전성을 보장하지 못한다.

지금 내 식탁에 올라온 축산물이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생산했는지를 도저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동물복지든, 동물보호든, 친환경이든 축산농가의 입장에서는 다 하고 싶다. 더 이상 돈만 아는 부도덕한 인간이라는 오명을 듣고 싶은 사람이 누군들 있을까. 그 모든 것을 축산농가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엔 지금 사회는 너무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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