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규제 속 농가 포기할 수 없는 입장

타축종과 달리 농가 직접 판매
대형마트·급식 납품에 필수적
유기합성 농약 사용 안했지만
케이지·사료통 성분 검출 억울

‘살충제 계란’ 사태 발생 이전
전체 70% 인증…활성화된 제도
개선 전·후 사용시점 구분 처벌
환경검사 중 축분조항은 삭제를

 

산란계농가 98개소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 75개소에서 피프로닐 설폰이 검출됐다는 정부의 조사결과처럼 국내 대부분의 산란계농장이 피프로닐 설폰에 오염돼있는 실정이다.

단순 물 세척만으로 제거되지 않고 오랜 시간 잔류해있는 피프로닐 설폰의 특성상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케이지와 사료통 등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행정처분을 받은 산란계농가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법 개정 후인 지난해 6월 이후 유기합성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환경시료 전수조사 결과를 근거로 친환경인증 표시제거·정지 등의 행정처분이 내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 현장에서는 ‘친환경인증’을 포기할 수 없는 농가들이 많은 실정이다.

소·돼지·닭 등의 육류와 달리 계란은 농가들이 직접 판매해야 하는데, 대형마트나 학교급식 등에 계란을 납품하기 위해선 ‘친환경인증’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경기 연천에서 산란계를 키우는 A씨가 친환경인증서 반납을 고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4월 실시한 환경검사 과정 중 케이지에서 피프로닐 설폰이 검출됐다”는 그는 “지난해 살충제계란 사태 후 대형마트에는 친환경인증 없이도 계란 납품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우리 농장은 학교급식에 계란을 납품하는 까닭에 친환경인증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한 달 안에 이를 시정해야 하는데 가능할지 걱정이다”라고 토로했다.

 

# 피프로닐 설폰 제거 어려워

그렇다면 피프로닐 설폰에 대한 해결책은 없는걸까.

아쉽게도 명확한 해결책이 없다는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지난해 6월 친환경농가에 대한 유기합성농약에 사용금지 고시개정 전에는 살충제 관련 성분이 함유된 동물용의약외품들이 산란계농장에 무분별하게 사용돼왔다는 것.

때문에 케이지를 새로 교체하지 않는 한 농장에서 피프로닐 설폰을 제거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마찬가지다.

한 양계수의사는 “피프로닐이 농장에 잔류되면 현실적으로 제거하기 어렵다”며 “유럽 동물복지농장의 경우 목재가 많아 피프로닐 제거가 불가능한 까닭에 결국 농장을 폐쇄한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내의 경우 철재 구조라 그나마 낫지만, 축사가 비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현실적으로 제거작업이 어렵다”며 “정부가 R&D사업으로 피프로닐 설폰 제거기술 개발을 지정과제로 채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꼬집었다.

다른 양계전문가 역시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산란계농장 환경개선 지원사업도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사업추진 필요성을 살펴보면 ‘양계협회에서 축사 내 잔류 살충제 제거 매뉴얼 제작 및 농가교육을 실시하고 농가 자체적 제거작업을 독려했으나, 축사가 비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제거작업이 까다로운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해 청소 전문업체를 활용한 제거작업 지원이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다는 것.

이는 정부가 국내 산란계농장의 대부분이 피프로닐 설폰에 오염돼있고, 일반농장에서 이를 제거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셈이라는 것이다.

 

# 친환경인증 제도개선 절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친환경인증’에 대한 제도개선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친환경인증제를 폐지하는 게 계란 안전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

또한 살충제계란 사태 전에는 전체 70% 이상의 산란계농장이 친환경인증을 받을 정도로 활성화된 제도였던 만큼, 제대로 가다듬어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게 옳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난달 실시한 환경검사에서 대다수의 농장에서 피프로닐 설폰이 검출된 것으로 파악된 만큼 이들에 대한 구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6월 이전에는 유기합성농약을 사용하는 것이 합법이었기 때문에 피프로닐 설폰이 검출됐다는 이유로 과거에 사용했던 농가들을 제제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

따라서 농가별 오염도 조사 등을 통해 제도개선 전과 후로 사용시점을 구분해 이후에 사용했던 농가들만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양계수의사 역시 이같은 주장에 동의했다.

그는 “과거에 사용했던 농가를 규제하는 것은 법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계란에 살충제 성분이 이행되지 않는 선에서 기준을 정해 기준 내의 농가들은 면책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친환경 산란계농가 신규인증 및 갱신과정에서 실시하는 환경검사 중 축분에 대한 검사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 사료관리법 상 기준치 이하의 농약성분을 허용하고 있는 반면, 친환경육성법에선 잔류농약을 허용하지 않아 두 개 법률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

국내 대부분의 농가들이 일반사료를 사용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축분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되는 것은 불가항력인 까닭에, 축분을 검사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업계전문가는 “어떠한 규제도 그것을 지킬 수 있고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시되면 규제의 취지를 실현할 수 없다”면서 “관리가 가능한 범위에서 제도 개선을 논의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논의를 병행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해 향후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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