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의 딜레마(Ⅲ)
축산업의 딜레마(Ⅲ)
  • 권민 기자
  • 승인 2018.05.1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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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안성팜랜드 사장을 지냈던 한 지인은, 부임 초기 경영 정상화를 꾀하며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면서 겪었던 일화를 소개한 적이 있다.

가족동반 또는 어린이들의 다양한 체험을 구성하다 ‘활쏘기’와 ‘활 만들기’를 넣으면서, 자신은 활쏘기에 초점을 두었고 활 만들기는 구색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인기를 끈 것은 활쏘기보다 활 만들기였다면서 “어떤 결과는 생각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공익적 가치는 무시

그의 체험담은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니고, 아무 것도 해보지 않고 포기하는 것’이라는 말을 이해하게 했다. 뭔가 해 봐야 무슨 일이 생긴다는 뜻으로도 이해됐다. “정부의 축산담당 부서가 내놓는 많은 정책들이 현장 감각이 전혀 없다”고 축산농가나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사람들에게는 편견에 치우지지 않는 일관된 방법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대신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배경으로 자신이 읽어내려는 것을 주어진 정보에 투사해서 해석한다. 이를 ‘확증 편향’이라고 한다. 이는 특히 배움의 깊이가 크다고 자부하는 사람일수록 더 강하다.

같은 내용이나 현상을 보고도 찬성론자와 반대론자가 각각 자신들의 생각을 더 확고히 하는 경향을 말하는데, 사람들은 선입견을 가지고 사실과 정보를 해석하고 답을 찾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선호하는 생각으로 집중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기 생각과 반대되는 주장은 외면한다.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사실에 더 큰 비중을 두려고 한다. 자신의 관점에 사로 잡혀 사실을 명확히 재해석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설명이다.

축산업의 딜레마는 축산과 관련한 법과 제도를 만들고 이를 실행하게 하는 공무원들의 ‘축산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다고 하지만 사실은 축산에 대한 몰이해보다 사회를 바라보는 협소한 시각이 더 큰 문제다.

때문에 축산업이 지니고 있는 공익적 가치는 안중에도 없다. 그러니 축산농가들의 주장이 선 듯 마음에 와닿을 수가 없다. 정부의 정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이해하기보다 반감이 앞서는 것은 공무원이라고 다르지 않다.

 

‘오류’ 가감없이 수용

그러나 거기까지가 사람의 보편적인 감정이다. 정책을 내놓거나 집행하는 부서의 역할이 무엇이냐는 성찰은, 사회인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태도다. 특히 정책의 방향에 따라 산업이 크게 변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필요하다. 때문에 감정에 치우칠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연례적 부서 이동으로 축산 업무를 담당하게 된 공무원들에게 축산업에 대한 고찰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다. 또 그들에게 축산농가들의 주장은 얼핏 막무가내로 들릴지도 모른다.

박근혜 정부에서부터 “부서 간의 벽을 허물고 소통해야 한다”며 해 왔던 모든 움직임들은 현재 모든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음을 뜻하고, 상호 업무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면 현장의 돌아가는 상황을 잘못 판단할 수 있기에 그렇다.

또 하나 축산관련 공무원이나 축산농가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 자천 타천 전문연구기관이요, 전문가라는 이들이 내놓는 설문조사를 기초로 한 연구결과다.

앞서 안성팜랜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어떤 계획이 실행에 옮겨지면 당초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만두 빚기에 자신이 있는 요리사가 만두집을 내고, 구색을 맞추기 위해 사이드 메뉴를 첨가했는 데, 만두 요리보다 그 사이드 메뉴 때문에 대박이 나는 경우가 있다. 가수 양희은 씨도 첫 앨범을 내면서 본인은 김민기의 노래에 애정이 있고, 사람들도 그 노래를 좋아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는 다른 작곡가의 노래로 세상에 알려졌다.

하지만 지금 설문조사에 기초한 공인이든 민간연구단체든 발표하는 연구결과를 보면 죄다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기저율(基底率)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기저’란 기초가 되는 밑바닥을 의미한다. 즉 어떤 연구를 할 때 비교의 기준으로 삼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을 잘못 잡으면 전체의 결과가 잘못된다.

 

객관성 필요한 시점

생산자단체와 정부의 연구결과가 상호 틀린 것은, 기준을 의도적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잡았기 때문이다. 객관성이 절대적이어야 하는 연구가 각자의 입맛에 맞게 행해지고, 이를 가감없이 사용하니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럽기는 정부나, 농가나, 언론이나 마찬가지다.

대형 유통매장에서 농축산물을 구입하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당신은 농축산물을 주로 어디서 구입하냐’ 물으면 당연히 대형 유통매장이라고 답할 확률이 높다. 또 ‘구매 시 무엇을 제일 중요시 하느냐’ 물으면 ‘가격’보다 ‘품질’을 우선시할 가능성이 크다.

뻔한 질문을 통해 얻은 답변을 기초로 “최근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대형유통매장에서 주로 구입하며, 가격보다 품질을 더 우선시 한다”고 객관화시킨다.

각종 연구 조사결과에서 “소비자들이 고품질 농축산물 구입 시 두 배에 가까운 값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지만 현장에서는 “흔쾌히 값을 지불하지 않는다”다고 한다. 상황 인식에 정말 객관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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