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적 요인으로 농약 성분 검출

사료원료의 수입 과정에서
살충·보존제 처리 불가피
기자재도 물로 세척 안돼
오랜 시간 농장 잔류 가능

입증도 해당 농가가 하고
검사비용도 만만치 않아
부적합 판정사례 줄이어
갱신 포기·반납농가 속출

 

국내 산란계농장의 ‘친환경 인증서’ 반납이 줄을 잇고 있다.

정부가 지난 10일부터 전체 산란계농가를 대상으로 살충제 전수조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문제시 되는 것은 축분 검사다.

살충제 전수검사는 일반농가의 경우 계란, 친환경농가의 경우 축분과 계란을 함께 검사하는데, 축분에서 살충제 잔류물질이 검출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피프로닐 설폰은 단순 물 세척만으로 제거되지 않고 오랜 시간 농장에 잔류하는 것으로 알려져 친환경농가의 대부분이 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5월 현재 친환경인증을 받은 720여 농가 중 절반 이상인 380여 농가가 양계협회에 인증서 사본을 반납했으며, 실제 민간인증기관에 인증을 반납한 경우도 50여 농가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친환경 인증서 반납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전수조사 계획 발표 후 농가들이 인증서 반납 의사를 밝혀오고 있으며, 인증 갱신을 포기하는 농가도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일각에선 산란계농장 친환경인증제 무용론에 이어 폐지론까지 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계분서 살충제 검출…사료서 기인

그렇다면 산란계농가들은 왜 친환경인증제 폐지를 주장할까.

발단은 지난해 8월 살충제계란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살충제계란으로 언론의 뭇매를 맞은 정부는 산란계농가에 대한 무항생제 인증을 강화했다.

이의 일환으로 무항생제 인증농가에 대한 신규·갱신과정에 환경시료 검사를 추가했는데, 환경검사 중 축분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는 사례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전 양계협회장인 오세을 씨가 대표사례다.

무항생제 인증 갱신과정 중 계분에서 농약성분인 피페로닐부톡사이드 0.0056㎎과 피리미포스메틸 0.0035㎎이 검출됐다는 것.

이에 인증기관은 무항생제 축산물 표시제거 및 시정명령을 내렸고, 오 씨는 “우리 농장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사료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해 농약성분이 검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오 씨가 자비를 들여 농장에서 사용하는 4개사 사료에 대한 성분분석을 의뢰했고, 그 결과 4개사의 사료에서 계분과 동일한 성분인 피페로닐부톡사이드와 피리미포스메틸이 검출됐다.

문제는 오 씨처럼 계분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데 있다.

실제 최근 친환경인증 심사과정에서 가금류의 잔류농약 검출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유래 입증도 농가 몫…검사비도 높아

그럼에도 불구, 사료 내 항생제 검출에 대한 대안은 전무한 실정이다.

사료원료는 외국에서 한 달 이상 배를 타고 들어오기 때문에 살충제나 보존제 처리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

때문에 사료원료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현실을 감안할 때 계분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것이다.

살충제 성분이 사료에서 유래됐다는 것에 대한 입증도 농가들의 몫이다.

불가항력적 요인에 의한 입증은 해당농가에서 실시하되, 축분에 검출된 성분과 사료 등에 잔류하는 농약성분이 일치하고 해당성분이 사료관리법 등 관례법령에 적법한 경우에 한해 인정되는데, 이를 입증하기 까다로울 뿐 아니라 검사비용도 만만치 않아 일반 농가가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축분에서 플로르피리포스메틸 0.0411ppm과 피페로닐비톡사이드 0.0075ppm이 검출돼 검사를 실시했다는 한 산란계농가는 “계란 1건, 계분 2건, 사료 2건 등 5건을 검사하는데 150만원 정도가 들었다”면서 “덕분에 1년간 친환경인증을 사용할 수 있게 됐지만, 1년 후 이 검사를 자비들 들여 또 해야 한다는 생각에 울화가 치민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인근 농가에서 같은 계분을 떠서 검사를 맡겼는데 그 중 3개는 살충제 성분이 나오고 2개는 안 나왔다는 얘기도 들었다”면서 “검사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져 농가들의 원성이 자자하다”고 덧붙였다.

 

# 피프로닐 설폰 최대 10년 잔류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산란계농장의 케이지 등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 중 하나다.

대사산물인 피프로닐 설폰의 경우 단순한 물 세척만으로 제거되지 않고 오랜 시간 농장에 잔류해있다는 것.

피프로닐을 한번이라도 사용한 경우 2년 이상에서 최대 10년까지 잔류할 수 있는 까닭에 국내 대부분의 산란계농가에서 피프로닐 설폰이 검출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업계관계자는 “지난해 6월 친환경농가 유기합성농약 사용금지 고시 개정 전에는 관련 성분이 함유된 자재를 허가 내주고 관납으로 공급해 대부분의 농가에서 합법적으로 사용했었다”면서 “살충제계란 사태를 몸소 겪은 농가들이 이후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 피프로닐 설폰이 검출되고 있다는 점이 이의 반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장에서도 살충제를 절대 사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농장이 늘고 있다”면서 “농장 관리수의사의 소견서까지 제출해 이에 대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실시한 산란계농가의 피프로닐 설폰 오염도 조사결과도 이같은 주장의 근간이다.

실제 모니터링 희망농가 98개소에 대한 조사결과, 네덜란드 기준인 100㎠ 당 1㎍를 초과한 농가가 77%인 75개소로 드러났다.

이는 산란계농가 열 농가 중 일곱 농가 이상에서, 즉 국내 대부분의 산란계농장이 피프로닐 설폰에 오염돼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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