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제출 농가 첫 행정 처분
범죄 인정 ‘자수서’로 돌아와
환경부, “처분 문제없다” 입장
농가들, 선의의 피해 발생 우려

 

입지제한지역 축산농가들이 무허가축사 적법화 추진을 위해 3월 26일까지 제출한 ‘배출시설 허가(신고) 신청서’가 반려된 첫 사례가 발생했다. 해당농장들은 행정처분(축사 사용중지 및 폐쇄) 위기에 처하게 됐다.

정부가 이행계획서 심사 때까지 행정처분을 않겠다고 약속한 기간보다 5개월이나 빠른 처분이다. “적법화 신청서가 범죄 내용을 스스로 적는 ‘자수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 됐다”는 지적이다.

충남 홍성군청은 지난달 18일 입지제한지역(학교 환경위생 정화구역) 내에 위치한 9개 축산농가에 공문을 보내 “가축분뇨배출시설 설치 허가(신고) 신청서를 반려 한다”고 통보했다.

공문에는 “제출한 신청서 검토 결과 해당 시설은 학교 환경위생 정화구역에 해당되어 적법화가 불가능하므로 신청서를 반려한다. 무허가축사에서 가축을 사육할 경우 ‘가축분뇨법’에 따른 행정처분 대상이 되니 참고하길 바란다”고 명시했다.

행정처분 대상이 된 A농가는 “학교 인근에서 20년 넘게 돼지를 키우고 있지만 민원이 한 번도 없었다”며 “군청의 행정처분 공문을 받은 이후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정부 정책에 협조 했다가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고 말했다.

전국 축산농가들은 이 같은 소식에 “신청서 제출 농가가 규제 우선 대상이 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B 축산농가는 “신청서를 제출한 농가가 우선 행정처분 타깃이 됐다. 같은 입지제한지역 내에 있는 농가 중에서도 신청서 미제출 농가는 상대적으로 늦게 처분을 받는 상황”이라며 “당초 우려와 같이 신청서가 자수서가 되어 돌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또 “홍성군은 부단체장을 중심으로 11개 읍면 해당 공무원이 지역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홍보 활동을 실시했다”며 “이럴 거면 홍성군은 애초에 입지제한지역 내 농가의 신청서를 받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 차원의 적법화 신청서 접수 독려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축단협은 ‘적법화 신청 관련 안내문’에서 “지자체에서 입지제한지역 등을 이유로 신청서 접수 자체를 거부할 경우 알려 달라”며 입지제한지역에 관계없이 농가들의 신청서 제출을 독려했었다.

C 축산농가는 “축단협의 홍보로 많은 입지제한지역 농가들이 신청서를 제출했다”며 “정부와 축단협의 노력에 호응한 농가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지 않도록 축단협은 책임감을 갖고 이번 신청서 반려 사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신청서를 제출한 입지제한지역 농가에 대한 행정처분에 대해 “위법 사항이 없다”며 처벌 입장을 나타냈다.

환경부 물환경정책국 유역총량과 관게자는 “이번 행정처분 농가들과 같이 입지제한지역 내 농가들은 9월 이행계획서 제출 대상이 아니다”라며 “그 시기를 기다렸다가 행정처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적법화가 가능한 시설에 한해서만 이행계획서를 받게 될 것”이라며 “홍성군청의 이번 처분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에서는 신청서 제출 농가 중 명확하게 적법화가 불가능한 입지제한지역 내 농가에 대해서 홍성군과 같이 빠른 시일 내에 통보해 시간과 비용 낭비를 줄이는 것이 옳은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이행계획서는 신청서와 달리 갖춰야 할 서류 등이 광범위하고 복잡하다. 무허가축사 현황 측량, 각종 서류 마련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무허가·미신고 배출시설에 대한 거리제한의 한시적 유예에 필요한 증거 서류만 최소 7가지다. 건축법 등 관련 법령상의 위반 내용과 해소 방안, 추진 일정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측량 등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홍성군과 같이 적법화가 불가능한 농가에 대해 미리 신청서를 반려하면 해당농가는 불필요한 수고를 덜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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