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환경부 장관과 서기관을 향해 축산업 말살하려는 생각과 태도에 대해 축산농가에게 사과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무허가 축사 적법화를 위한 제도 개선 실무 TF회의에서 환경부가 기존의 방침 의지를 표명했다는 이유다.

4만에 가까운 축산농가가 적법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는 데, 제도개선 TF에 참여하며 제도개선은커녕 시간 끌기로 일관하다 9월 25일부터 폐쇄조치를 강행하려는 정부의 의도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것이다.

 

속도만큼 힘도 잃어

따라서 환경부는 가축분뇨법을 개정하고, 가축분뇨에 대한 관리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가축분뇨법도 즉각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축산업의 또 하나의 딜레마는 아무리 축산업의 환경이 어렵다고 농가들이 울부짖어도 정책 수립자나 그것을 집행하는 행정부의 태도가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국가 경제에 기여하기보다는 오히려 해를 끼친다는 단편적인 사고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축산업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로 장벽이 쳐진 관계로 축산농가의 요구와 주장은 ‘소 귀에 경 읽기’다.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 속도만큼 힘도 잃고 있어 지역의 민심을 먹고 살아야 하는 국회의원들에게마저 외면당하기 일쑤다.

2017년 말 현재 염소까지 포함해 봐야 12만여 농가에 불과하니 압력을 행사할 무기(?)도 없다.

축산을 포함한 농가수가 줄어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새로운 품종 등의 개발은 단위당 생산량을 늘린다. 그러나 생산량이 늘면 농가의 수익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농산물의 특성상 가격은 하락한다.

가격 하락에서 수익을 유지하려면 규모화로 대응해야 하는 데, 규모화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대다수의 영세농가들은 영농을 포기할 수밖에 도리가 없다. 이는 축산업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농촌 내부에서는 심각한 구조조정이라는 뼈를 깎는 아픔이 전개되지만, 전·기업화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을 보는 외부의 시각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경쟁력 강화 됐지만

“영농기술이나 농업정책의 효과를 분석할 때 유의해야 할 사실은, 농부들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 사회 전체의 입장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영농기술이 발달하면 농민들의 수가 감소해 농민들에게는 나쁠 수 있지만,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곡물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분명히 좋은 일이다.”

심지어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미국 연방준비은행 전 총재는 이미 15년 전 한 대학교 졸업식에서 “한때 미국에서는 인구의 90%가 농업에 종사했습니다. 이젠 오직 3%의 미국인이 농업에 종사합니다. 농민 여러분에게는 미안하지만, 농업에서 일자리가 파괴되어 지금 우리가 전보다 못사나요? 오히려 덕분에 농부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 교수가 되었고, 첨단산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지금 우리는 이러한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 통계청의 2018년 1분기 가축동향에 따르면, 농가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반면 한우의 경우 1995년 농가당 마리수가 5마리에서 2018년 29.8마리로, 돼지는 같은 기간 141마리에서 무려 1778마리로 급증했다.

축산현장의 밖에서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겐 큰 불편함도, 변화도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마리수는 오히려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은 외국산 축산물에게 문호를 개방했던 당시 팽배했던 ‘국내 축산업의 붕괴’ 우려가 “우려로 끝났다”는, 오히려 “경쟁력이 강화됐다”는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러한 결과가 도출되기까지에는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양축농가들의 애환이 녹아 있다는 사실을 쉽게 잊는다. 잘못된 인식 때문에 농업 강대국들과의 FTA 협상 체결 때마다 농축산업은 곤혹을 치르는 것이다.

 

산업만 보면 긍정적

이러한 내용들을 깡그리 다 무시해 버리면 전·기업화 되고 있는 축산업의 미래를 ‘희망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업을 포기해야 할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강력한 구조조정 앞에 선, 농가들 앞에선 아마도 몰매를 맞지 않으면 다행일 듯싶다.

2년 전 한 축산자조금에서 축산업의 미래에 대한 조사용역을 준 적이 있다. 그 결과 응답자 중 70% 이상이 긍정적이었다. 자료를 구하고자 했으나, 1장 짜리 자료 뿐 전체 내용은 발표하지 않을 것이란 답변만 들었다.

최근 또 한 연구소에서 SNS를 활용한 축산업 인식조사 결과 응답자의 69.4%가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고 한다.

23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나온 70%에 가까운 ‘긍정적’이라는 응답을 믿고, 정말 안도할 수 있는 것일까?

외형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축산업의 발전은 흐름이다. 하지만 그 발전의 주역이고, 그 결과의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에 이르면 그것은 또 다른 문제다. 축산업은 대기업이 참여하면 훨씬 빨리 발전한다. 그러나 대기업의 참여를 반대하는 이유를 되새기면 답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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