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직 가축방역관입니다. 시군 수의직 충원이 잘 되지 않습니다.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연중 7~8개월 비상근무 등 주말 없는 삶이 지속 되지만, 그에 따른 인센티브(진급, 의료업무 수당)에 대한 개선은 없습니다. 이렇다보니 충원한 인력이 1년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로 인해 생기는 업무 공백과 연속성 결여는 가축 방역체계 확립에도 문제가 됩니다.

보여주기 및 행정위주의 업무로 인해 가축방역에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열리는 아침회의와 차단방역 추진상황 보고로 인해 ‘보고를 위한 보고’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가축방역관들은 주말에도 개를 잡으러 다녀야 합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유기견 업무가 과다해 지는데 인력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시군의 가축방역 담당 부서는 모든 이들의 기피 대상입니다. 과다한 업무에 지쳐서 그만두는 이들도 많습니다. 구제역이나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 인력충원하고 다시 그만두는 상황이 매년 반복되고 있습니다”

시군에서 근무 중인 한 가축방역관의 사연이다. ‘사람이 답이고 사람이 미래’라는데, 이 사연은 가축방역 숙련 인력이 부족한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다. 평상시 업무 처리도 빠듯한 상황에서 구제역이나 고병원성AI 등이 발생하면 휴일도 주말도 없는 삶이 이어지고, 틈틈이 유기견도 잡으러 다녀야 하는 상황이다.

가축방역관이 매년 충원되지만 1년을 채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어느 직종을 망라하고 구성 인력이 자주 바뀌면서도 흥한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

가축방역관의 경험(노하우)은 귀중한 자산이다.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현장에는 SOP만으로 해결 할 수 없는 돌발 상황들이 발생한다. 경험이 많은 인력이라면 빠르고 효율적으로 확산 방지에 집중할 수 있다. 신참 가축방역관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가축전염병 바이러스는 타지역으로 확산될 우려가 크다.

지방으로 갈수록 가축방역관 임용이 어렵다. 가축사육두수, 가축전염병 발생빈도, 거주환경 등에 따라 수의사들의 경쟁률이 큰 차이를 보인다. 가축전염병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은 정원도 채우지 못하고 미달인 경우가 많다. 지원자가 단 한명도 없는 지자체도 발생한다. 반면 서울이나 인천, 세종 등 대도시권의 지원 경쟁률은 항상 높게 나타난다.

전국의 가축방역관 정원은 1300여명. 지난해 350명을 충원하려 했지만 200여명을 약간 넘겨 계획대비 60%를 임용했다. 많은 지자체들이 가축방역관 채용을 위해 서류·면접만 보고 필기시험을 없애 절차를 간소화 했지만 임용이 쉽지 않다.

이에 지난해 11월 김현권 국회의원은 국회 현안보고에서 “도 단위로 가축방역관을 모집해 각 시군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임용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시군별 임용 방식은 가축전염병 발병 지역의 응시율이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유다.

업무 강도에 비해 열악한 처우는 문제가 된다. 전문적인 업무 수행에 따른 합당한 대우가 요구된다. 승진과 인사에서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의지를 갖고 이를 개선해 가축방역관이 오랜 시간 축적한 노하우를 방역 현장에서 발휘할 수 있게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인력의 잦은 교체는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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