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도 인간을 위한 것 아닌가?
동물복지도 인간을 위한 것 아닌가?
  • 권민 기자
  • 승인 2018.04.13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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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업에서 환경이 중시되면서 한동안 자연순환농법이 유행처럼 번졌다. 그리고 이젠 ‘친환경’이 주류로 자리를 잡았다. 그 사이에 비슷한 용어들이 상호 충돌되면서 뭐가 뭔지 현장에서도 잘 알 수가 없다.

‘환경을 중시하면서 지력을 살리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이 주목적이며,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농법’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수단이 주가 된 듯하다. 틀을 만들고 그 틀에 매이는 일들의 연속이다.

 

재활용 의미 사라져

당초 자연순환농법을 설명할 때, 축산과 농업 등 농촌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산물과 그 부산물 등의 활용과 재활용을 강조했다.

가축은 농산물을 먹고 축산물을 생산하며 그 과정에서 배설된 축분뇨를 퇴비화시킨다. 이러한 퇴비화 과정에 일체의 화학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천연 발효제나 천연광물질을 이용해 발효시켜 비료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비료로만 농사를 지어서 이 결실물을 또 가축과 사람이 먹는 유기적 순환구조를 갖춘 것이 순환농법이라고 했다.

순환농법에는 모든 농축산물과 부산물이 활용되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축분뇨까지 재활용의 의미가 강했다.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제 축분뇨는 재활용의 대상이 아니라 ‘오염물질’로 변질됐다. 농업과 축산의 연계사업인 ‘경축순환사업’도 남아도는 쌀 문제를 해결하고, 축산농가의 생산비 절감을 연계하는 조사료 생산사업에 무게가 실려 있는 상황이다.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당초의 거창한 목적은, “어떻게 그 목적을 달성할까”하는 고민보다 ‘도시민’적인 사고방식에 사로잡히다보니 항상 현실과는 거리가 먼 수단이 동원된다.

최근 축산업에 불고 있는 ‘환경 바람’도 결코 이와 다르지 않다. 이제 양축농가가 가축을 키우려면 주변 환경을 가꾸어야 하는 동시에 항생제 사용도 자제해야 할 뿐만 아니라, 기르는 가축의 복지문제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이것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생산에만 집중하거나 전념해 왔던 방식에서 소비자를 대상으로 유통까지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다. 농가에게 기업가의 마인드를 요구하는 이같은 조류는 고령화된 농가가 더 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다.

 

수단이 목적으로 ‘전도’

‘친환경’의 정의를 무항생제 인증, 친환경 인증, 동물복지 인증 등 같은 범주 내에서 사용되는 용어들을 마치 전혀 다른 의미인양 정부가 세분화하는 일은, 양축농가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친환경 축산이란 결국 환경 오염을 줄이고, 건강한 축산물을 생산하자는 것이 주목적이다. 이를 달성하는 방식이 유기축산과 무항생제 축산이다.

유기축산의 경우,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곡물로 만든 사료를 가축에게 먹이고, 가축들이 운동과 휴식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방목 초지가 있는 곳에서 사육하는 방식이다.

무항생제 축산은 가축의 질병 예방을 위한 항생제를 쓰지 않고, 가축에게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주며, 분뇨를 자원으로 활용해 환경을 유지·보전하는 방식이다.

굳이 따로 ‘동물복지’를 들먹이지 않아도 이미 친환경 축산방식에 그것이 들어 있다. 친환경 축산 방식이란 동물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친환경 건축자재로 축사를 짓고, 사육밀도를 준수하며, 축사 간의 거리를 확보하는 동시에 축분뇨를 자원으로 삼아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고, 가축 운반 차량의 소독을 철저하게 하는 것이 다 포함돼 있다.

괜히 무항생제 인증이니, 친환경 인증이니, 동물복지 인증이니 2중 3중의 불필요한 인증이 필요없다는 뜻이다. 그에 소요되는 비용만 유발할 뿐 아니라 이를 받아들이는 소비자조차 이러한 인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물복지(Animal Welfare)란, 일반적으로 인간이 동물에 미치는 고통이나 스트레스 등의 고통을 최소화해 동물의 심리적 행복을 실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좀 비정한 표현 같지만 이것도 인간의 건강한 먹거리를 위한 것이다.

 

있는 제도나 활용을

살아있는 동안 가축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안락함을 보장해줘야 인간의 식탁에 ‘맛있는(?)’ 고기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도 인간과 같이 누려야 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어떤 의미에선 위선이요 자위다.

친환경 축산방식에 당연히 포함되어 있는 ‘동물복지’를 굳이 따로 꺼내어 강조함으로써, 이를 또 다른 규제로 생각하는 축산 현장이나 이를 접하는 소비자 모두를 혼란스럽게 할 이유가 있는 걸까? 친환경 인증 하나만으로도 가능한데 말이다.

마치 동물을 위한 듯한 과장된 정책을 쓰려면 차라리 소비자들에게, 베지터리안(vegetarian·채식주의자)이 되라고 권유하거나 아니면 아예 동물성 제품을 섭취하지도 않고 사용하지도 않는 철저한 채식주의자인 비건(vegan)이 되라고 조언하는 것이 맞다.

여지껏 그래왔던 것처럼, 정부가 슬로건을 내세우면 그 수단에 몰입돼 목적을 잊게 될 것이 두렵다. 있는 좋은 제도를 제대로 활용할 생각도 없이 마치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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