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연 해외곡물시장 동향 편집자문위원

국제 곡물 가격 상승세
주요 생산국 작황 부진

첨예한 대립으로 치달았던 미·중 무역 전쟁이 화해 분위기로 바뀌자 곡물 시장은 급물살을 탔으며 주춤거렸던 곡물 가격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이번 무역 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대중국 대두 수출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기우에 그칠 것으로 보여 대두 가격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옥수수의 경우도 지난 주 수준으로 상승하는 등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주요 곡물 시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반구의 곡물 파종 및 생육에 집중하는 현상을 보임에 따라 주요 산지의 날씨 변화가 곡물 가격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겨울밀 주산지인 중남부 대평원 일대가 춥고 건조한 날씨를 보여 생육 상태가 상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농무부 주간 곡물 생육현황 보고에서 4월 8일을 기준으로 겨울밀의 생육 상태를 나타내는 좋음-아주 좋음 등급이 30%로 작년 동기 대비 23%p 하락했다. 출수기를 맞은 가운데 출수율 또한 3%로 최근 5년 평균인 4%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봄밀 주산지인 북부 대평원 일대도 기상 악화로 파종이 지연됨에 따라 소맥 가격은 단기간에 수직 상승했다. 옥수수와 대두 주산지인 중서부 일대도 기온이 크게 내려가 겨울과 같은 날씨를 보이고 있다. 축축한 토양 상태로 인해 파종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4월 8일 현재 미국의 옥수수 파종율은 2%로 작년 동기 대비 1%p 뒤처져 있다.

한편 미국 농무부는 4월 10일자로 세계 곡물 수급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옥수수의 경우 미국에서는 소비량 감소로 인해 기말 재고량은 늘었으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생산량이 크게 줄어 옥수수 가격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대두의 경우 미국에서는 소비량 증가로 인해 기말 재고량이 예상보다 줄고 아르헨티나의 생산량이 급감함에 따라 대두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브라질의 생산량이 상향 조정되어 아르헨티나의 생산 감소에 따른 불안감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함에 따라 상승세는 제한을 받았다.

아르헨티나는 세계 최대 대두박 및 대두유 수출국으로서 이들 원료를 생산하기 위해 부족한 양의 대두를 해외로부터 구매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 농무부 4월 10일자 일일 판매실적 보고에서 미국산 대두 12만 톤이 아르헨티나로 판매됐다. 이와 같이 아르헨티나가 미국산 대두를 대량으로 구매한 것은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소맥의 경우 미국에서의 생산 전망 불안에도 불구하고 세계 소맥 수급은 상당히 안정적이다. 이번 수급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생산량이 상향 조정됨에 따라 기말 재고량도 늘어나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러시아의 소맥 수출은 계속해서 늘어나 세계 공급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유럽에서도 기상 악화로 인해 겨울밀의 생육이 느려지고 봄밀의 파종이 지연되고 있는 점은 수급 불안 요인이 된다.

대외적으로는 국제 유가가 시리아 사태에 따른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의 원유 재고 감소 전망, 미·중 무역 분쟁 완화에 따른 원유 수요 증가 기대감 등으로 인해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외환 시장에서도 주요 통화 대비 달러가 계속해서 약세를 보이고 있어 외부 시장과 함께 곡물 가격의 변화를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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