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시행…산업은 초토화

AI 감소로 효과 봤다지만
정부·지자체, 무리한 확대
해당농가 예상보다 3배나

입식 감소로 생산량 줄자
수급대란 피해는 ‘눈덩이’
가격 상승, 수입 반사이익

 

오리농가 휴지기제의 여파로 오리업계의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오리 수급차질과 함께 산업 전반에 걸쳐 피해가 막대한 것으로 드러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가금 휴지기제란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해 AI 고위험지역 소재 가금농가의 동절기 사육을 제한함으로써 AI 발생위험을 낮추는 제도다.

대상은 3년 이내 2회 이상 AI 발생농장과 반경 500m 이내의 육용오리농가, 여기에 새끼오리를 공급하는 계열화업체 소속 종오리농장의 종란이다.

육용오리의 경우 마리당 510원, 종란은 개당 420원을 보상하며, 3월 현재 정부 예산 18억8300만원(1·2차)과 지자체 예산(2회전) 8억8600만원 등 약 28억원이 소요됐다.

 

# 휴지기제로 오리 생산량 급감

그러나 오리농가 휴지기제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정부는 휴지기제 도입으로 AI 발생이 급감해 살처분 비용이 감소되는 등 큰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한 반면, 업계는 휴지기제 시행으로 산업이 초토화 위기에 처했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됨에 따라 오리수급에 큰 차질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예상한 휴지기제 시행대상은 98개 농가, 131억2000마리였지만 정부의 사업 확대와 지자체의 자체사업까지 맞물리며 예상보다 약 2.7배 증가한 260농가, 352억4000마리 입식이 제한됐다는 것.

이에 따른 육용병아리 입식 감소로 오리고기 생산량이 급감했고, 그 결과 AI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던 지난해보다도 높은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농경연의 관측자료 역시 이의 반증이다.

농경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오리 총 사육마릿수는 전년보다 7.1% 감소한 753만 마리, 육용오리는 9.3% 감소한 670만8000마리였다. 사육가구수도 12.2% 감소한 497가구로 집계됐으며, 1월 종오리와 육용병아리 입식마릿수 역시 전년 대비 각각 23.1%와 1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3~5월 국내 오리고기 생산량도 도압마릿수 감소로 인해 전년 대비 14.4% 감소한 1만3278톤으로 전망됐다.

 

# 전후방산업 피해만 약 675억원

업계는 이로 인한 피해규모만 약 67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사육소득 79억5000만원(352억4000마리×1128원(2016년 평균사육비)×2회전)과 친환경농가 직불금 6억1800만원(352억4000마리×73%(2017년말 인증농가비율)×120원(지원단가)×2회전), 친환경농가 장려금 2억5700만원(352억4000마리×73%(인증농가비율)×50원(장려금)×2회전) 등 농가 피해만 88억2500만원인데다, 계열사 판매수익 235억7600만원(352억4000마리×〔8571원(2017년 생체오리 평균가격)-5226원(2016년 생체오리 생산비)〕×2회전), 종오리농가 종란납품 수익 33억8300만원(352억4000마리×450원(2017년 종란 평균납품단가)×2회전), 부화장 부화수익 10억5700만원(352억4000마리×150원(2016년 새끼오리 부화비용)×2회전)까지 전방산업 피해만 총 368억4100만원이라는 것.

여기에 사료생산 감소 268억4500만원(352억4000마리×3.48kg(2016년 출하중량 평균)×1.99(2016년 사료요구율)×550원(업체별 kg당 평균 사료단가)×2회전)과 왕겨 22억5500만원(352억4000마리×320원(2016년 왕겨투입비)×2회전), 약품 11억2800만원(352억4000마리×160원(2016년 위생방역비)×2회전), 상하차반 소득 4억2300만원(352억4000마리×60원(2017년 마리당 상하차비)×2회전) 등 후방산업 피해까지 합치면 피해액만 총 674억9200만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 가격 고공행진…오리수입 증가로

게다가 휴지기제의 여파로 상반기 오리가격 상승도 예정돼있다.

실제 2월 평균 오리 산지가격은 전년대비 14.5%, 평년대비 30.3% 상승한 3kg당 8148원이었고, 3~4월은 이보다 더 높은 8500~9000원이, 5월은 8700~9200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이같은 오리가격 고공행진이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데 있다.

‘국내 오리고기는 가격이 비싸고 등락폭이 크다’는 인식이 박힐 경우 오리고기를 취급하는 식당에선 원료가격의 변동이 적은 수입산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요식업계 관계자 역시 원재료 가격변동이 식당 운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료가격과 관계없이 판매가격은 일정하기 때문에 원료가격이 상승하면 식당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가격 등락폭이 크면 안정적인 식당 경영이 불가능한 까닭에 오리메뉴를 취급하지 않으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오리고기 가격상승에 따라 올해 3~5월 오리고기 수입량도 전년보다 7.2% 증가한 713톤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 매해 반복되면 오리업계 초토화

가장 큰 문제는 오리농가 휴지기제를 매해 겨울마다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모두 휴지기제 도입으로 AI 방역에 큰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데다, 오는 5월부터는 개정된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에 따라 지자체장이 사육제한 명령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해 오리업계 관계자는 “오리를 안 기르면 질병이 안 나온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면서 “오리를 못 기르게 하는 것이 방역대책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매해 이같은 악순환이 반복된다면 농가뿐 아니라 계열업체, 사료, 동물약품 등 오리관련 전후방산업이 초토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휴지기제를 실시하더라도 정부와 농가, 업계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산업과 수급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실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오리농가 휴지기제로 전국 오리농가는 생업을 포기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며 “휴지기제 말고 근본적이고 과학적인 대안 제시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