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축사 적법화를 위한 배출시설 허가(신고) 신청서 제출이 오는 26일자로 마감된다. 많은 농가들은 신청서 제출이 자신의 농장에 이로운지, 해로운지 확실한 판단이 서지 않지만, 정부에서 신청서를 반드시 내야 한다고 강조해 어쩔 수 없이 제출했다고 말한다.

신청서 제출 농가들은 지자체로부터 신청서가 반려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지자체가 “너는 가축을 사육할 수 있어”라고 도장을 찍어 줄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만약 반려가 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이 쇄도하지만, 어느 누구도 시원하게 답변을 해줄 사람은 없다. 중앙 정부 담당자들조차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입지제한구역 내에 있는 축산농가 4100호는 신청서 제출 자격조차 없다. 지자체에서 서류를 받아주지 않는다. 적법화 할 수 있는 길은 규모를 줄이는 방법 밖에 없다. 해당농가는 한우 100두를 사육하다가 30두로 줄이면 수익이 크게 줄어 빚을 갚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한다. 정부 지원을 받아 축사를 현대화 하고 가축분뇨가 폭우에도 휩쓸려 나가지 않도록 만든 시설들이, 지금은 적법화를 어렵게 하는 짐 덩어리가 됐다. 축산업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정부 지원금에 사비를 추가해 가축사육 환경을 개선시켰지만 모든 일이 허사가 됐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지난 21일 성명서를 내고 “입지제한 축산농가 적법화 신청 불가방침 즉각 철회”를 정부에 요구했다. 이보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9일에 실시한 무허가축사 적법화 이행기간 운영지침 지자체 설명회와 지난 20일 중앙부처 T/F 회의에서 입지제한 구역 농가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축산단체와 지자체의 목소리를 단칼에 잘랐다. 축사 전체가 입지제한 구역에 포함된 농가는 신청서 제출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는 ’노력하는 농가에게 적법화에 필요한 충분한 이행기간을 부여한다’는 정부 운영지침의 기본원칙을 환경부가 정면으로 부정하는 처사다. 축산농가와의 약속 파기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입지제한 구역에 걸린 축산농가 대부분 입지제한 지정 이전부터 그 지역에서 축산을 영위하던 사람들이다.

축단협은 “29개에 달하는 입지제한 법률에 따른 축사 규제 타당성과 개정 여부, 이전 및 보상대책에 대한 검토도 하지 않고 입지제한 축사를 적법화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명백한 공권력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또 “축산단체는 정부 운영지침이 발표된 이래 적법화를 원하는 모든 농가들에게 신청서 제출을 독려해왔다”며 “환경부가 축산농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적법화를 핑계로 축산업의 강제 구조조정을 통해 축산업을 말살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축산농가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정부는 아주 가끔씩 이러한 사실을 잊는다. 요즘은 이러한 사실을 잊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축사육의 순기능은 보지 않고 역기능만 강조하며 축산농가를 ‘적폐’ 취급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축산농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개인의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다. 축산농가들의 외침이 무리한 주장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보장받을 기본 권리를 보장해 달라는 것뿐이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