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정액보다 ‘암소 맞춤형’ 정액 선택

가축시장 퇴짜 ‘오기’ 불러
현장·이론 배우기 구슬땀
기록 관리의 중요성 체득
저능력 소 철저하게 도태

배합사료 위주 사육 탈피
직접 생산한 조사료 급여
여기에 목무신축협 TMF
생산비 절감 큰 효과까지

송아지 개방형 우사 사육
가임암소들은 개별 관리
축분 퇴비화 조사료 생산
‘자연친화적’ 축산도 실현

 

「준 농장」 대표 장영준 씨는 한우의 ‘한’자도 모르던 현대라는 대기업의 직장인이었다. 1992년 귀농한 이후 5마리로 한우사육에 뛰어들었다. 당시 인공수정교육도 마음대로 참여할 수 없었고, 물어볼 곳도 마땅하게 없었으며, 참고 서적조차 구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말 그대로 몸으로 때우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밑바탕에서부터 고생에 고생을 감내한 것은 ‘오기’와 ‘열정’이었다. 초창기 태어난 송아지를 데리고 가축시장에 가면 “다시 데리고 가라”는 핀잔을 들었다고 한다. 송아지가 너무 좋지 않아서다. 그런 경험이 장 대표에게 ‘오기’를 심어 주었고, 개량의 중요성을 깨닫게 했다.

장 대표는 그렇게 시작한 개량 10년 만에 “지금은 최고가를 받는다”면서 껄껄 웃는다.

장영준 대표는 밑바닥부터 시작한 10년 개량에서 ‘철저한 기록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말한다. 특히 처음부터 전문가의 도움이 없이 몸소 현장에서 체험했기에 그의 말이 더 와닿는다. 암소 개체별 기록 관리를 통해 목표를 설정하고, 저능력 암소를 도태함으로써 우수한 유전인자만을 보유할 수 있기에 그렇다.

장 대표는 송아지 생산 가능여부, 송아지 육성능력, 후대 성적을 바탕으로 암소 도태를 실행한다. 매년 목포무안신안축협에서 실시하는 우량 암소집단 조성사업도 큰 힘이 됐다. 암소 초음파자료를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상 육종가와 실제 초음파 결과를 비교해 보고 개량 방향을 설정하고 도태우 선정을 비롯 다방면으로 활용하기에 좋은 자료라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검증된 암소들은 1년 1산을 기본으로 8산 이상 산차를 길게 가져감으로써 우수한 혈통의 암소를 많이 보유하게 됐다.

준농장에는 외부 입식 소가 가임암소 중 2마리 밖에 없을 정도다. 모두 농장에서 생산한 정보가 정확한 소로 계획교배를 실시하고 있다.

개량 시작부터 기초우를 시작해 계대수를 늘려왔고, 모계 가계도를 그릴 수 있을 정도로 농장의 소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한 두 해 반짝하는 농장이 아닌 기본기가 튼튼한 꾸준한 농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란다.

장영준 대표는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암소 개체별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정액을 선정해 인공수정을 한다. 정액 선정은 한우 길라잡이를 통해 하지만, 근교계수, 등심단면적, 체형(체장, 흉위), 근내지방 순으로 중요도를 정하고, 암소와 최고 효율을 낼 수 있는 정액을 선정한다.

아무리 EPD값이 좋아도 암소와의 근교계수가 1.00%가 넘는다면 사용하지 않는다. 교배의 성과를 얻으려면 정액만 좋다고 우수한 송아지를 생산할 수 없다는 것을, 몸소 현장에서 체험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소문난 인기 정액만 쓰는 것이 아니라 근교계수와 EPD(추정 예상 육종값, 자녀에게 전달할 수 있는 유전능력 값)값을 기본으로 다양한 조합을 가져가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농장의 암소에 맞는 정액을 찾아 적절하게 교배시키는 것이 개량의 지름길이라고 확신한다.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인 사육 형태를 갖추기 위한 장 대표의 노력은, 배합사료 위주의 사육형태를 깨고, 직접 생산한 조사료를 중심으로 급여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대부분의 한우농가가 ‘배합사료〉조사료’를 선택하고 있지만, ‘준 농장’은 그 반대다.

여기에 목포무안신안축협에서 농가를 위해 개발·판매하고 있는 저렴하고 질 좋은 TMF 사료를 거세우들에게 급여함으로써 생산비 절감에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준 농장의 송아지들은, 환기가 잘 되는 개방형 우사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햇볕이 잘 드는 송아지 방에서 건초와 사료를 마음껏 먹는다. 아픈 송아지들이 생길 경우, 발견 즉시 격리 치료해 전염과 아픈 기간을 단축한다.

사료를 잘 섭취한 송아지는 70일 전후로 이유해, 최대 3.5kg의 배합사료를 급여하고 무제한의 건초를 급여한 후 생후 6개월부터 육성기에 들어간다. 육성기는 거세우와 암소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다.

암소의 경우 유선 발달을 위해 젖소 육성우 사료와 양질의 조사료를 최대한 많이 급여한다. 연맥, 알파파, 티모시를 섞은 건초를 급여하고 직접 생산한 담금먹이 형태의 옥수수 사일리지와 이탈리안라이그라스, 볏짚을 급여한다.

특히 옥수수 생산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데, 성분 분석결과 완전사료로써 사료비 절감에 큰 도움을 준다. 옥수수 사일리지에는 1년이 지난 시점에도 비타민A가 파괴되지 않고 남아 있다. 이는 세포를 튼튼하게 하고 면역력을 높여 생식기 발달에 중요한 영양을 미친다. 거세우는 물론 암소들의 육성기 관리도 직접 생산한 양질의 조사료를 충분히 먹이는 것이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소를 키우는 방법이다.

가임암소들은 철저한 개별관리를 통해 건강한 송아지를 생산해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배합사료는 3kg을 넘지 않게 급여하면서 충분한 조사료, 이탈리안라이그라스, 볏짚, 옥수수를 급여해 적절한 BCS(체충실지수)를 유지하며 살찌지 않게 관리하고 있다.

아주 어린 송아지를 제외하고 거세우, 육성단계의 송아지 그리고 암소들 모두 8월에 수확한 옥수수를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급여하고, 4월에 수확한 이탈리안라이그라스는 이듬해 신곡 수확 전까지 1년 내내 급여한다. 이러한 조사료 중심의 암소관리를 함으로써 대체적으로 21일 만에 정기적으로 발정이 오고 있으며, 인공수정 실패에 따른 재발율도 낮은 편이라고 한다.

1년 1산을 목표로 하지만 출산 후 40일 전에는 수정하지 않으며 40일이 지난 시점부터 수정에 들어가고 있다.

이유 시 적절한 BCS만 유지해주면 뉴테라이스 같은 발정유도제의 도움 없이 수정이 가능하고, 다양한 조사료를 급여함으로써 첨가제 사용도 줄일 수 있어 송아지 생산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두 달에 한 번은 다른 첨가제 대신 소금을 급여해 미량 광물질도 섭취하게 한다.

준 농장의 또 하나 특징은, 축분을 퇴비로 만들어 조사료를 생산하는데 전량 순환 사용함으로써 자연친화적 축산을 실현했다는 점이다. 축분을 퇴비사에 쌓아두기만 하면 악취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기 쉽지만 미생물을 활용한 축사 바닥과 햇볕이 잘 들어오게 설계된 축사는, 소의 분뇨를 미생물이 분해해 건조한 상태를 최대한 오래 유지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바닥관리는 1년에 최대 2번 우사청소를 가능하게 하며, 왕겨와 같은 바닥깔개용 자재도 아낄 수 있어 비용 절감 면에서 효과를 거두며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장영준 대표는 “우사를 설계할 때 가장 중요시 했던 부분은 ‘환기’”라고 말한다. 따듯한 전남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겨울철 보온보다 1년 내내 신선한 공기가 유입되고 암모니아 가스가 잘 배출될 수 있도록 최대한 막힌 부분 없이 설계를 했다고 한다.

환기에 중점을 둠으로써 송아지 호흡기 질병이 흔하지 않으며, 여름철 환풍기 사용이 줄어들어 전기료를 절약할 수 있었다. 겨울철에도 충분한 햇볕을 활용한 우사 설계 덕분에 보온등 없이도 송아지를 잘 육성하면서 비용을 절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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