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업은 발달과정으로 볼 때 유목시대를 거치지 않고 바로 정주시대(定住時代)로 들어갔기 때문에 동물성 식품을 중요시하지 않았다. 또한 오랜 불교 및 유교의 영향으로 축산물의 이용을 기피하는 여러 가지 사회적 여건이 축산의 발달을 저해했다.

특히 조선시대 이전의 축산업은 산업적 성질이 적었고 축력의 확보, 군마육성, 제물용, 구비(외양간 두엄)의 이용 등 보완적인 구실에 지나지 않았다.

일제강점기 한국의 축산업은 산업적인 차원에서 경영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제의 시책은 일본 본토의 식량과 육류 ·피복류 ·전쟁무기 등을 조달할 목적으로 수행한 산업정책에 지나지 않았다.

1950년도에는 지식인들이 외국을 많이 왕래하게 돼 축산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또한 8·15광복과 6 ·25전쟁 후 미국을 비롯해 많은 우방국가들로부터 무상에 의한 축산물의 원조가 국내에 많이 들어와 국민들이 축산물에 대한 식품적 가치를 인식하게 됐다.

1960년대에 들어와 축산진흥정책이 채택되고, 국민소득의 증가로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축산물의 수요가 급증했다. 급증하는 축산물의 수요를 공급하기 위해 축산업의 급속한 발전이 요구됐다.

때문에 축산물의 수요 충족을 위한 대량 생산인 일명 ‘공장식 축산’ 시스템이 도입됐고 현재 이 공장식 축산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장식 축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가장 기본적인 근거는 식육의 수요충족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윤추구 목적의 축산경제 구조 하에서 가축을 집약적으로 사육함으로써 육류의 생산량을 최대화하고 비용을 최소화하는 사육방식인 공장식 축산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공장식 축산의 장점은 먼저 단위면적당 사육두수가 동물복지형 축산에 비해 많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가능하며, 면적 대비 효율성이 높다.

또 ICT 등 시스템을 통해 일괄 또는 개체별 관리가 용이하며, 기계화 등을 통해 노동력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경제적 효율성이 높다.

하지만 이런 장점 뒤에는 단점도 있다. 집단적 질병발생의 위험성, 사람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신종 질병의 등장, 환경오염 문제, 대규모 농장에 자본이 집중됨으로써 영세한 농가가 생존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등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단점을 들어 공장식 축산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강력한 목소리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좁은 국토를 가진 우리나라가 공장식 축산을 포기했을 때 그 여파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안은 ‘한국형 동물복지 농장’이다. 사육환경을 개선해 우리나라 가축의 전반적인 복지 수준을 향상시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국내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채 무작정 유럽의 기준을 따라가는 것은 우리 축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사육면적만 넓히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주장이 있지만 이를 실천하고 있는 유럽에서도 일부 가축 질병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형 동물복지 기준을 만들어 산업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과학적인 근거에 따른 기준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한국형 동물복지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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