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서 제출 신중론 확산

최종 심사서 불가 판정 시
행정처분 근거자료로 이용
“그럴바엔 신청하지 말자”
농가들, 진퇴양난에 빠져

 

무허가축사 적법화를 위한 첫 번째 단계인 배출시설 허가(신고) 신청서 제출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신청서와 이행계획서는 법적 책임이 있는 서류로, 지자체 심사과정에서 적법화 불가 판정을 받게 되면 해당 농장은 오히려 행정처분(사용중지·폐쇄명령)을 받게 된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무허가축사 적법화 의지가 있는 농가에 한해 이행기간을 부여 한다’는 내용의 ‘이행기간 운영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적법화 희망 농가는 3월 24일까지 신청서를, 9월 24일까지 이행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지자체는 신청서와 이행계획서를 심사해 적법화가 가능한 농가에는 이행기간을 부여하고 불가능한 농가는 행정처분을 내리도록 했다.

그러나 신청서와 이행계획서를 제출한 농가도 안심할 수 없다. 지자체가 실시하는 서류심사에서 적법화 불가 판정을 받을 경우 행정처분 대상에 포함된다. 이때 자신이 제출한 서류(간소화된 신청서, 이행계획서)가 행정처분 근거자료가 된다.

그야말로 농가들은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이러한 이유로 신청서와 이행계획서 제출은 농가의 무허가축사 단속을 쉽게 하기 위한 정부의 정보 취득용이라는 우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환경부는 “신청서는 별다른 준비 없이도 20분 정도면 작성을 마칠 수 있다. 이를 해당 시·군·구 환경부서에 제출하고 9월 24일까지 이행계획서를 제출하면 된다”고 간단하게 설명하지만 그 결과는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남에 사는 한 한돈농가는 “대부분의 농가들은 적법화 이행기간이 2년 가까이 연장된 줄 알고 있지만 사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었다”며 “정부가 국민을 속인 것 아니냐. 정부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신청서를 제출했다가 적법화 불가 판정을 받으면 농장 폐쇄 위기에 처해지게 됐다. 어이가 없는 상황이다”라며 “3월 24일까지 몇일 남지 않았는데 신청서를 낼 수도 없고 안 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명확한 조치가 요구된다”라고 밝혔다.

한편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농가는 가축분뇨법 제 18조에 따라 지자체(시장·군수·구청장)의 의지에 따라 행정처분 여부가 결정된다.

또 농축산부는 이행기간 종료 후에는 무허가축사에 대해 배출시설 및 처리시설 설치 지원금, 액비 살포비 지원금 등 재정 지원을 제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축산 컨설팅 전문가는 “현재는 적법화가 확실히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농가만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자칫 신청서를 제출한 농가가 미제출 농가보다 더 곤란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현재 법적 책임이 있는 신청서를 법적 책임이 없는 별도 양식으로 변경해 모든 농가들이 제출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신청서는 반려조건에서도 제외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행계획서에 대해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자체 심사 결과 적법화 불가 판정을 받은 농가도 일부 폐쇄 및 철거 등 조치 후 적법화 계획서를 다시 제출토록 해 기회를 다시부여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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