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축사 적법화 해결 안되면(Ⅲ)
무허가 축사 적법화 해결 안되면(Ⅲ)
  • 권민 기자
  • 승인 2018.03.0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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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분뇨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 인해 적법화 이행기간이 1년 유예되고, 이행계획서 제출기한이 9월24일까지로 연장됐다. 한 달 넘게 여의도에서 천막농성을 이어오던 축산관련단체장들도 지난달 28일 농성을 접었다.

축산관련단체장들은 이번 개정안의 통과에 “요지부동이었던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고, 국회의원들의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특별법 제정 등 제도 개선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별무효과”라고 평했다.

 

뒤틀린 ‘축산 감정’

수치상으로 보면 축산농가들의 입장을 많이 수용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적법화와 관련한 신청서 마감기일은 3월 24일에서 조금도 변한 것이 없다. 접수가 완료된 농가만 6개월 내에 이행계획서를 제출하고 그에 맞는 기간을 할애받기 때문이다.

때문에 신청조차 할 수 없는 농가나, 신청을 했지만 ‘접수 불가’ 판정을 받은 농가에게는 이전처럼 아무런 기회가 없다. 오히려 신청 과정에서 ‘불법’을 자인하는 격이어서 향후 이것이 ‘족쇄’로 작용하게 될 우려가 높아 농가들은 지금 혼란스럽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축산인들이 그토록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뒤틀린 축산에 대한 감정은 풀리지 않았다. 축산에 대한 부정적인 감성은, 이제 축산인들에게 “더 이상 현장의 애로점을 과포장해 구걸하지 말고, 일반인들의 입장에 맞게 바꿔라”는 강력한 압박을 받게 됐다.

이로서 국내 축산업은 향후 3~4년 내 급격한 구조조정을 겪게 됐다. 자발적이 아닌 강제성을 띠고 있으므로 그 과정도 꽤나 혼란스럽고 첨예한 갈등을 겪게 될 전망이다.

정부가 앞장서 이러한 축산농가들의 고통과 사회적 부작용을 감안하면서까지 몰아붙이는 데에는 도대체 어떤 이유가 있을까? 정부가 주장하는 축산농가들의 부도덕 때문일까? 그러한 농가들의 도덕불감증으로 인해 악성가축전염병이 다발하고, 국가 경제와 국민 전체에게 끼치는 해악이 너무 크다는 생각 때문일까?

하지만 아무리 원인을 따져 봐도, “AI는 물론 FMD 등으로 국민들 생활의 불편함을 ‘빨리 빨리’ 해결하고픈 섣부른 생각은 아닐까?” 하는 고민의 흔적은 없다. 중앙부처나 일선지역의 담당 공무원조차 적법화 과정에 대한 깊은 이해도 없다.

 

수입하면 된다고?

그저 당장 눈앞의 지저분한(?) 축산업과 공장식 축산사육방식으로 인한 동물 학대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는 식이다. 때문에 축산물에 대한 자급률엔 더 이상 관심이 없다. 국내산 축산물의 가격이 높으면 외국에서 보다 싼 가격의 축산물을 사다 먹으면 그 뿐이라는 태도다.

지난 1월 23일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한 정책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석한 농축산부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정부는 2022년 32%로 설정된 당초 식량자급률 목표를 24.2%로 대폭 하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에서 볼 수 있듯 자급률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3.8%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네덜란드, 덴마크, 포르투갈 등과 함께 최하위권이다. 하지만 이들 나라들은 ‘유럽연합’이라는 집단 안보체제에 편입돼 있어 식량을 안정적으로 보장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한민국은 꼴찌다.

이 같은 수치는 국민이 일용할 양식의 77%를 곡물메이저가 지배하는 국제곡물시장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식량의 대부분을 외국에 의존하는 정부의 몰이해를 보면서 불연듯 1970년대 말 덩샤오핑(鄧小平)이 제기한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중국의 경제정책이, ‘국산이든 외국산이든 무슨 소용이냐, 국민들 배만 곯게 하지 않으면 되지’로 들리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이에 “국내 축산물의 자급률이 급전직하 한다”고 반박해 봐야 정부는 “‘식량권(Right of Food)’을 지켜 ‘국민들이 모두 기아로부터 벗어날’ 기본권을 철저하게 보호함으로써 책무를 다하고 있는 데 뭔 소리냐?”고 재반박할지도 모른다.

 

식량보장 개념 왜곡

식량 자급률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논하겠지만, 식량주권 개념은 식량보장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사용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주장할 수 있는 식량보장 개념에는 식량이 어디서?누가?어떤 조건 하에서?어떤 방식으로 생산되었는지에 대한 고찰이 없다. 때문에 값싼 외국산 농축산물을 수입해 국민의 식량권을 충족시킬 뿐이다.

세계농민단체연합인 ‘비아캄페시나’가 처음 제시한 식량주권은, 모든 나라가 자국의 식량정책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권리를 가져야 하며,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을 통한 국정의 안정화는 주권국가의 의무이자 권리다.

다시 말해 공동체의 자율, 문화적 통합, 환경관리의 원칙을 장려한다. 사람들 스스로 재배할 작물과 동물을 기르는 방식 등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고찰 없이 막무가내식으로 무허가축사의 적법화 문제를 몰고 가면 끝은 뻔하다. 그리고 가분법 개정안의 통과로 이미 대한민국 축산업은 격랑 속으로 밀려들어갔다. 정부는 안도의 한숨이겠지만 농가는 암울함의 한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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