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확장에서 ‘고급육’ 체계로 전환

 

전북 남원 소재 경영농장 박경 대표는 1979년 한우 1마리로 축산을 시작해 총 400여두의 일관농장으로 성장시켰다. 2006년 한우 육종농가로 선정됐으며, 2017년에는 대한민국 한우개량사업을 이끌 보증씨수소를 배출하는 영예를 안았다.

지금은 박경 대표와 아내 황기남 씨, 아들이 함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딸은 독립해 역시 한우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축산 명문가로 자리를 잡아 간다.

박경 대표는 군제대 후 고향인 남원에서 농사일을 배웠다. 벼농사와 함께 양파·마늘 등 작물을 재배하면서 퇴비가 필요해 한우 1마리를 사육하기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소득이 불안정했던 경농업을 접고 한우로 전업 할 것을 결심한 90년대 초, 현재의 농장 부지를 마련했다. 한우를 100두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아내와 함께 한우에 청춘을 바쳤다.

박 대표는 1997년 IMF 상황에서 규모만 늘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 남원지역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거세를 시작하며 고급육 생산체제로 전환했다. 타고난 근면함을 바탕으로 탐구와 도전정신이 투철했던 박 대표는 한우 100두 규모 만들기 목표를 10여년 만에 달성했다. 7000여 평의 벼농사도 함께 지었다. 지금은 기계화와 자동화가 빠르게 보급됐지만 당시만 해도 벼농사와 함께 한우 키우는 일을 부부 둘이서 감당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열심히 한우를 키우던 박 대표는 인근에 위치한 축산기술연구소 남원지소(현 축산과학원 가축유전자원센터)에서 실시한 인공수정 교육을 받으며 개량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개량과 관련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축산기술연구소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당시 남원지소에 근무했던 개량 전문가들도 박 대표의 열정에 성공을 함께 응원하며 많은 도움을 줬다고 한다.

주경야독하며 개량에 힘쓴 결과 2006년 한우육종농가로 선정됐다. 10여 년간 개량에 매진한 결과 2017년 육종농가의 목표인 보증씨수소를 배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후 박 대표에게는 또 한 번의 큰 전환점이 찾아왔다. 박 대표는 “처음 개량과 관련해 문의할 당시 박사님들이 개량의 첫 번째는 기록이라며 그동안의 기록을 보여 달라고 했을 때 부끄러웠다”며 20여 년간 한우를 사육했지만 막무가내로 키워 왔구나”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개량을 시작한 박 대표는 처음에 수기로 기록을 시작했다. 당시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던 한우 육종농가 사업에도 참여하면서 철저한 기록이 필요했다. 인터넷을 통한 개체관리 프로그램을 지원받아 컴퓨터로 기록을 관리하는 기회가 왔지만 박 대표에게 컴퓨터란 다루기 쉽지 않은 또 다른 세계의 기기였다. 하지만 ‘제대로 하자’는 마음으로 컴퓨터학원에 등록해 손자뻘 되는 초등학생들과 6개월간 공부했다.

이때부터 혈통관리부터 인공수정기록, 발육·번식·도체성적·사양·질병관리까지 모든 것을 컴퓨터에 기록했다.

기록관리 시작 후 외부 번식우 도입을 일체 중단하고 자체 보유한 암소를 대상으로 도태와 선발을 통해 우군을 조성했다. 번식우에서 태어난 송아지는 거세해 출하하고 도체성적을 비교해 도태시킬 개체와 번식을 이어나갈 개체를 구분해 번식우를 선발했다.

후대 축에 이모색이 나오거나 반점·흑비경이 나온 개체는 도체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무조건 도태시켰다. 육질이 다소 떨어지는 어미소의 경우 육질이 우수한 정액을, 육량이 적은 어미소는 육량이 많은 정액을 수정함으로써 단점을 보완해 나갔다.

한우핵군육종연구회에 참여해 한우육종농가 사업을 시작한 이듬해인 2006년 육종농가로 선정됐다. 육종농가로 선정된 후 가축전염병 검사는 물론 송아지 발육조사, 혈통등록 등 관리와 정기적인 유전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받게 됨으로써 개량의 속도를 더욱 높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육종농가의 경우 계획교배에 참여한 개체들에 대해 암소의 능력에 맞는 정액을 공급받아 번식우 형질에 적합한 정액을 선택해 개량해 나갈 수 있었다.

개량을 시작하기 전에는 거세우 출하성적 1+등급 이상 출현율이 50%에도 못 미쳤지만 본격적인개량 이후 1+등급 이상 출현율이 75%로 높아졌다. 2006년에는 전북 가축품평회에서 한우암송아지 대상, 2007년에는 전국한우능력평가대회에서 육질 우수상을 수상했다.

2017년에는 육종농가 선정 이후 목표로 삼았던 보증씨수소를 배출해 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그동안 개량을 통해 전체 번식우군의 능력이 향상됐다는 것이다. 육안으로 판단하기 힘들지만 후대 축들의 출하성적을 보면 번식우군 능력이 전체적으로 좋아졌다.

박 대표는 다산을 고집하지 않고 3~4산 차 후 비육 출하한다. 올라오는 후보군들의 자질이 좋기 때문에 굳이 다산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번식우들의 자질이 입증되면서 한우개량사업소에서 수정란 채취용으로 구매를 요청하는 개체들이 늘고 있다.

김 대표는 송아지들을 가둬두지 않고 자유롭게 키우고 있다. 소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것이 농장관리 방침이다. 소가 행복해야 성적도 올라간다는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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