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많이’에서 ‘생산성 향상’으로 눈돌려

 

충남 부여군 석정면 소재 증산목장 김정숙 대표는 남편과 함께 귀농 후 1988년 번식우 12마리를 입식하면서 한우목장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김 대표는 소를 키운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남편은 생산을 담당하고 김 대표는 식육매장 운영을 맡았다. 그러던 중 남편의 투병생활이 시작되면서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결국 2003년 남편의 작고로 농장 관리는 고스란히 김 대표의 몫이 되었고 이때부터 김 대표의 한우에 대한 열정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갑자기 시작한 농장일 하나씩 개선

김정숙 대표가 농장을 맡으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농장을 재정비하는 일이었다. 우선 넘쳐나는 한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남편이 목장을 운영할 때의 사육 목표는 ‘무조건 많이’ 키워 소득을 올리는 것이었다.

때문에 생산성은 심각할 지경이며 성적은 바닥을 쳤다. 그때는 암소도 비육, 수소도 비육시켜 출하 하는 것에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우군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소를 모르는 자신의 눈에도 형편없어 보였다는 것. 지금 생각해보면 남편은 생산성이나 경제성 보다는 많은 두수를 키워 빨리 회전시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라 판단했다. 다두 사육에만 몰입하다보니 검증되지 않은 정액을 사용하고 결국엔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녀는 소를 빼내는 것이 우선이었다. 직원을 고용해 목장을 운영했던 시스템에서 자신이 직접 개체를 관리하고 목장을 재정비 했다.

 

축사 개선해 한우가 편한 환경 조성

두수를 어느 정도 정리하고 난 김 대표의 눈에 들어온 것은 사육환경이 너무 열악했다는 것이다. 우사를 비워내고 차근차근 둘러보니 손볼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통로도 없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우사를 시작으로 직접 손보기 시작했다. 여성으로써의 섬세함이 증산목장의 장점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소들이 사는 곳은 내가 사는 곳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으로 축사시설은 비록 낡았지만 한우들이 가능한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갔다.

이와 함께 경관도 보기 좋게 하기 위해 축사 주변도 나무와 꽃들을 심어줬다. 삭막하기만 하고 냄새로 가득했던 공간들이 숨쉬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김 대표의 노력은 후에 친환경인증이나 HACCP인증을 받을 때에도 신축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수월하게 인증 받을 수 있는 기틀이 됐다.

 

경영 방식 전환으로 개량에 올인

농장 환경을 개선하면서 김 대표는 본격적으로 한우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나이는 많지만, 목장에 대해서는 초보자이기 때문에 많은 정보와 지식이 필요했다”면서 “교육이 있는 곳이라면 시간 나는 대로 어디든 쫓아가기 바빴다”고 말했다.

다양한 교육 현장을 다니던 김 대표는 농장의 운영 방식을 전환했다. 물량으로 밀어내는 것보다는 고급육을 생산하는 것이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개량에 대한 관심을 갖고 본격적으로 개량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우선 능력이 떨어지는 개체는 도태시키고 우량한 개체만 선발해 우군을 조성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김 대표는 한우 사육에 있어서는 후발주자일 수 있으나 개량만큼은 뒤지지 않을 자신 있다. 비육위주의 목장에서 번식으로 전향했을 때 개량을 통해 돈과 자존심 모두를 회복 하겠다고 다짐했다. 뒤쳐진 만큼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는 것은 밑소를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1년에 2번씩 유전능력 분석으로 선발과 도태를 실시했다.

김 대표의 번식우 선발 기준은 첫째 유전능력, 둘째 포유능력, 셋째 외형적인 자질이다. 이를 기준으로 소를 선발하고 자질과 능력이 우수한 송아지를 생산하는 것이 농가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성공적인 개량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사양관리와 정확한 기록이 필수요건이라며 무조건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노력의 결실 맺기 시작

농장을 맡고 농장을 운영하면서 교육현장을 누비며 지낸 3∼4년간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갔다. 이러한 김 대표의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보기 시작한 것은 2007년부터이다.

2007년 부여군농업기술센터로 부터 가축방역 시범농장으로 선정되면서 도약의 발판이 된 것이다. 개량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질병 예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때쯤 가축방역 시범농장으로 선정됨에 따라 출입구 소독시설을 비롯해 축사 내부 소독시설을 갖추게 됨으로써 한우들에게 한층 더 안전한 사육환경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 이어 2008년에는 안전고품질 생산 사업을 추진해 미생물 생균제와 농부산물을 활용해 사료비 절감과 안전한 축산물 생산기반을 구축했다.

특히 2008년에는 한우육종농가로 선정됐다. 비육 위주로 운영하던 농장을 단시간 내에 개량 농가로서 인정받은 것.

2009년도에는 김정숙 대표의 노력의 결실이 절정에 달했다. 증산목장이 그야말로 최고의 한우농장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우선 안전 관련 HACCP과 친환경 인증을 동시에 획득했다. 대외적으로 증산목장의 경영방식이나 한우의 능력이 다른 한우농장보다 우수하다는 것이 인정받은 것이다. 또 선도농가 현장실습장으로 지정된 것을 비롯해 전국선도농교수협의회 교수로 임명받았다.

김 대표는 당시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몰려오면서 부담 반, 걱정 반이었지만 기왕 된 거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음으로 기꺼이 받아들였다.

김 대표는 “아직도 사람들이 모두 놀란다. 모든 인증을 한 해에, 그리고 단기간에 받았으니까. 또 처음 농장을 시작할 때 지은 축사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인증을 받았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란다. 대부분 HACCP과 친환경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시설비가 많이 들어간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추가 시설비용이 전혀 들지 않았다는 게 신기한 일”이라고 말했다.

 

9년 만에 보증씨수소 배출

육종농가들의 목표는 보증씨수소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김 대표 역시 육종농가로 선정된 이후 보증씨수소를 만들어내기 위해 많이 노력해 왔다.

육종농가로 선정된 지 4년 만인 2012년 처음으로 후보씨수소를 배출한 이후 2013년과 2014년 3년 연속 후보씨수소를 냈다. 특히 2013년 선발된 후보씨수소가 후대검정을 거쳐 올해 드디어 보증씨수소로 선발되는 기쁨을 맞이했다.

김 대표는 “육종농가에 선정된데 이어 잇따라 후보씨수소를 내고 올해는 결실을 맺어 보증씨수소까지 선발되었다”면서 “15년의 노력의 성과가 나타나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힘들었던 시절 배운 노하우 아낌없이 베풀어

증산목장에는 연간 1000여명의 사람들이 견학을 다녀간다. 농대생뿐만 아니라 축산인에게 맞춤형으로 교육을 하고 있어 견학이 끊이질 않는다. 교육장 사무실 벽면에 걸린 달력에 빈칸을 찾기도 어렵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줄지어 목장을 찾는다. 김정숙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면 질병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교육만은 포기할 수가 없다고.

자신도 교육을 받으면서 한우 개량에 눈을 뜨게 됐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찾아내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쌓아 왔기에 교육이 그만큼 중요하고 교육을 하는 사람도 중요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평소 지론이다. 김 대표는 “오랜 시간 소를 키워왔다고 해도 소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면서 자신을 되돌아보는데 교육만한 것이 없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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