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를 주축으로 범농축산업계가 한마음으로 추진하고 있는 ‘농업 가치의 헌법 반영운동’의 열기가 뜨겁다.

자의적 동원이라는 일부 노조의 반박 성명에도 1000만명 서명운동은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목표치에 도달했다. 노조의 성명은 호응보다는 오히려 “협동조합맨으로서 적극적인 동참이 당연한 것임에도 반박하는 것은 자신들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란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축산업계가 3월 24일까지의 무허가 축사 적법화 유예기간으로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이 ‘헌법 반영’운동은 지금 뜨거운 이슈다.

 

천만명이 소수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법을 책임지는 국회의원이나 정부에게는 그다지 중요하게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 초안 보고서에도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관한 내용을 신설 조문안에 담아 제안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농해수위원들은 “범국민적 공감대 조성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소수의견’ 취급을 했다.

개헌특위 자문위 초안 보고서에는 농업 가치를, 123조 1항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농·어업과 농·어촌의 공익적 기능을 제고함으로써, 농·어업과 농·어촌의 지속가능한 발전 및 농·어업인의 권익 신장을 보장한다. 2항, 국가는 농·어민의 자조조직을 육성하고, 그 자율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한다고 했다.

지금 농민들이 주장하는 ‘농민 헌법’이란 뭔가? 국민의 먹거리 기본권을 강화해 농업의 생산기반을 지속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농지는 농사를 짓는 농민에게(경자유전의 원칙)’·‘농산물의 최저가격 보장(최저임금제와 마찬가지로)’을 통한 대한민국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농민들은 “이를 위해서 국가는 농업의 다원적·공익적 기능을 인정하고 식량주권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왜 농민들이 ‘헌법 반영’을 원하는가? 현실은 30년 전에 개정된 낡은 헌법으로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 제121조 1항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했다.

그러나 2항 ‘농업 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다’는, 30년 동안 편법과 부동산 투기로 현재 농사짓는 농민의 60%가 임차농이다. 다시 말해 현대판 소작농이란 뜻이다.

 

농민 60%가 임차농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농촌의 농업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등의 이유를 빌미로 아예 ‘경자유전의 원칙’을 폐기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현재 선진국으로써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나라치고 농업국이 아니었던 나라는 없다. 게다가 공업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지금도, 자국의 식량주권을 타국에 떠맡기는 일도 없다. 그만큼 먹고사는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1960년대 1400여만 명으로 농업의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했던 대한민국은 압축성장 덕분에 지금 손꼽히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그 와중에 농업인구는 2017년 200여만 명으로 줄었다. 일부는 규모화에 성공해 억대 부농으로 성장했지만, 부지기수의 농가들이 생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현재 남아 있는 농가 인구의 10명 중 4명 이상은 65살 이상의 고령자다. 2016년 농가 가구당 평균 소득은 3719여만원 대다. 소득은 다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지만 정작 농업소득은 1006만원으로 줄었다. 이는 농가의 농외소득과 이전소득 의존도가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농업으로는 먹고 살 수조차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 올해는 최저임금제가 도입되면서 고령화로 농번기에 근로자를 고용해야 하는 농가는, 소득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정부는 6차산업은 물론 4차 산업혁명 등을 농촌에 접목하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박근혜 정부 때나 문재인 정부나 모두 농업은 ‘블루오션’이라고 말한다.

 

농업은 숨쉬는 공간

농축산부는 일자리 창출의 방안으로 올해 처음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 마감 결과 1200명 모집에 3326명이 신청을 마쳤다. 이들에게 월 최대 100만원 씩 최장 3년 간 지원한다.

도시에서 귀농을 했거나 귀농 예정인 청년이 무려 71.4%인 2376명으로 재촌 청년 28.6%인 950명보다 2.5배나 많다. 정부의 홍보가 일자리를 찾는 도시의 젊은 청년층과 맞물린 결과다.

하지만 이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무엇보다 농업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농업이 단지 먹거리만을 생산한다거나,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겨져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수명이 다해가는 대한민국 농촌을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농촌에 있어서의 농업은 숨 쉬는 공간이고, 농민은 생기를 불어넣는 매개체다. 농촌은 바라만 보고 즐길 수 있는 ‘정원’이 아니다. 농촌의 아름다움이란 생동감 속에서 나온다. 헌법 반영운동은 농촌을 농촌답게 만들자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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