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와규농가 보고 개량 중요성 깨달아

규모 같아도 소득 더 높아
목표 정해놓고 정액 선택
초기엔 육량 위주로 개량
기반 닦은 후 육질에 초점

능력 최대치 발휘 되도록
암소 자질 맞춰 정액 선택
분만 후 최소 40일 휴식기
평균 60일 정도 인공수정

 

전남 나주시 공산면 소재 영산강농장 정종안 대표는 위기를 기회로 삼고 IMF 당시 모험을 걸고 한우를 시작해 20년 만에 300마리 규모의 농장으로 키워냈다. 가축인공수정사 출신으로 개량에 대해 관심이 높았던 정 대표는 꾸준한 개량을 통해 출하성적을 올려 지난해 녹색한우사업단 참여농가 중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입증했다.

 

# 전공을 살려 위기를 기회로

1992년 대학을 졸업한 정종안 대표는 고향 나주에서 가축인공수정사 생활을 시작했다. 열심히만 하면 농촌에서 나름 괜찮은 직장으로 몇 년 동안 자리 잡아 갈 때쯤 외환위기가 찾아왔다.

한우농가들이 소 값 폭락하고 사료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한우를 내다 팔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할 일이 없어진 것이다.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됐다.

당시 나이가 30대 초반이었으니 새로운 직장을 구하기도 만만치 않았다. 고민을 거듭하던 정 대표는 한우를 키우기로 결심했다. 주위에서는 극구 반대를 했다. 지금 한우를 키우고 있는 사람들도 다 그만두는 마당에 새로 시작한다고 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가축인공수정사 생활을 하면서 모아둔 전 재산 5000만원을 축사를 짓는데 투자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한우 값이 폭락하면서 밑소 구입비는 많이 절감할 수 있었다. 밑소 50마리로 한우를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인공수정사 생활을 하면서 일본으로 견학을 갈 기회가 있어 일본의 화우농가들을 방문한 적있다. 일본의 화우농가들은 규모는 우리나라와 비슷한데 소득은 더 높은 것이었다.

소규모 농장이라도 개량이 잘된 소에서 태어난 송아지는 아주 높은 값에 팔리는 것이다. 굳이 대규모로 운영하지 않아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알았다. 나중에 한우를 키우게 되면 반드시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당시에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시장상황이 전혀 틀리고 사육방식도 많이 달랐지만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개량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기가 올 것으로 확신했다.

정 대표는 개량을 시작하면서 목표를 정해 놓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액을 선택하고 계대를 높여가며 개선해 나가고 있다.

개량 초기에는 육질보다는 육량 위주로 개량을 진행해 왔다. 먼저 도체중을 키워놓고 다음으로 육질을 개량해야 겠다는 판단에 의한 것이다. 때문에 처음에는 육질등급은 좋지 않았다. 개량도 체형위주로 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정 대표는 육량부문의 개량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온 이후 육질 위주로 개량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영산강농장이 지난해 8월 이후부터 올해 1월까지 출하한 거세우 46마리 중 C등급은 6마리에 불과했고 나머지가 A, B등급을 받았다. 정 대표는 “아직 기대만큼의 성적은 아니지만 그 동안 육량 위주로 개량을 해온 것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무조건 남들이 선호하는 정액은 지양

“남들이 선호하는 정액을 구할 수만 있다면 당연히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정액은 한정돼 있고 원하는 농가들은 많다”며 “굳이 구하기도 어려운 정액을 선택하기 보다 내 농장 번식우의 자질과 개량의 방향에 적합한 정액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정 대표.

그는 특히 보증씨수소 정액보다는 후보씨수소 정액을 더 선호한다. 보증씨수소 정액의 경우 이미 한우농가들에게 유전능력이나 후대축의 성적 등이 어느 정도 알려져 있기 때문에 경쟁이 더 치열하다며 후보씨수소 정액을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지만 보증씨수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하는 정액을 구입하기가 수월하다는 것이다. “개량의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내 농장 번식우들의 자질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면 정액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개량 방향에 적합한 정액이라면 보증씨수소나 후보씨수소나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는 정액을 선택하면 된다”

 

# 계절번식-공태기간 최소화로 번식효율 증대

영산강농장은 인공수정시기를 가급적이면 8월까지로 하고 재발이 오는 개체들도 늦어도 9월에는 반드시 인공수정을 실시한다. 이 시기가 넘어가면 볏짚 수거 시기와 겹쳐 발정관찰도 어려워 공태기간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계절번식을 하면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는 것이 정 대표의 설명이다. 연중 인공수정을 실시하다보면 일의 효율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항상 발정을 관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영산강농장은 번식우 평균 분만 간격은 11.5개월을 목표로 삼고 마리당 1년 1산을 맞추고 있다. 인공수정사 답게 발정과 수정시기를 적절히 맞추기 때문이다. 분만 후 발정이 오는 시기가 빠른 경우 35일에도 오지만 최소한 40일 이후부터 60일 이내까지는 반드시 수정을 시키고 있다. 발정이 온다고 해서 무조건 수정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번식우들도 충분한 휴식기를 가져야만 재발률이 낮다는 것이다. 발정이 왔다고 해서 무조건 수정을 시키면 반드시 재발 확률이 높다는 것이 정 대표의 설명이다. 때문에 정 대표는 분만 후 최소한 40일 이상의 휴식기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휴식기를 너무 길게 가져가도 분만간격이 너무 벌어지기 때문에 평균 60일 정도에 인공수정을 시키는 편이다.

정 대표는 분만간격을 일정하게 하는 것이 결국 돈으로 번식우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예를 들어 번식우 100마리 규모의 농장이라도 공태기간을 맞추지 않으면 1년에 송아지 60마리를 생산하는 농가가 있는 반면 80∼90마리를 생산하는 농가가 있다”며 “번식관련 형질은 한우농가에 있어서 중요한 경제형질이고 일정한 분만간격을 반드시 유지하는 것이 수익과 직결된 문제”라며 분만간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후대축 성적과 경제형질 고려해 선발, 도태

영산강농장의 번식우 선발 기준은 개량 목표에 부합해야 한다. 최근까지는 육량 위주로 중점적으로 개량을 해 왔기 때문에 후대축들의 도체성적 중 C등급이 나오는 개체는 무조건 도태 대상이었다.

암소의 외형과는 상관 없었다. 번식우가 아무리 왜소하다고 해서 후대축이 반드시 작게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암소의 유전전달 능력이 당대에서는 발현되지 않더라도 후대축에서 나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 너무 모성애가 강한 개체도 도태 대상이다. 아무리 후대축의 성적이 좋게 나온다고 하더라도 모성애가 너무 강한 개체는 과감히 도태를 시키고 있다. 왜냐하면 모성애가 강하면 다른 소들에게 성질을 부리기 때문이다. 한 마리 때문에 나머지 소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전체적으로 안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란다.

 

# 개량이 잘된 번식우는 임신우로 판매

“번식우의 역할은 송아지를 생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송아지만 많이 낳으면 된다”는 정 대표. 때문에 정 대표는 번식우는 최소한 5산차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5산차 이상이 되면 임신을 시켜 임신우로 판매하고 있다.

정 대표는 “많은 농가들이 출하단가를 고려해 번식우를 3∼4산차 이후 비육시켜 출하시키고 있는데 굳이 개량이 잘된 암소를 잡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암소의 경우 등급에 변수가 많고 아무리 비육을 시켜 출하한다고 하더라도 거세우에 비해 출하단가가 떨어지고 사료 값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고 말한다.

더욱이 5산차 정도면 번식우로서의 역할은 이미 다한 것이다. 고기소로 팔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개량이 잘된 번식우의 경우 송아지를 더 생산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익이라는 지적이다. 5산차 이상을 임신우로 판매하는 것은 영산강농장은 후보축들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후보축들을 번식우로 올리고 산차가 높은 것은 외부로 판매함으로써 개량의 속도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개량이 잘된 번식우들이기 때문에 주위 농가들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구입을 원해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어 일석삼조라고 밝혔다.

 

# 노력의 결실과 새로운 도전

영산강농장 정종안 대표는 2016년은 잊지 못할 한해 였다. 개량에 매진했지만 개량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10여 년간의 노력 끝에 드디어 결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영산강한우의 출하처로 전남 서부권 한우브랜드인 녹색한우에 참여하는 농가들 중에서 출하성적이 가장 좋아 최우수농가 대상을 수상한 것이다.

개량을 위한 그 동안 노력이 보상 받은 것 같아 너무 기뻤다는 정 대표.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정 대표의 목표는 영산강농장의 한우를 전국 최고의 한우로 만드는 것이다. 지난해 지역대회에 참여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아 4등에 그쳤지만 올해는 전남대회에 참여해 육질대상을 받았다.

여기에 자신감이 생긴 정 대표는 내년부터 전국대회에 참여해 최고의 한우를 만들어 내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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