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허가 축사 적법화 시한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015년 3월, 개정 시행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1단계 대상으로 금년 3월24일 까지 적법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무허가 축사에 대해서는 가축분뇨 배출시설 사용중지나 폐쇄명령등 강력한 행정처분이 예고되어 있다.
지난 2일, 전국축협조합장협의회와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미허가 축사 적법화 기한 연장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갖고 3년 간 적법화 기한연장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여의도에서 미허가 축사 적법화 기한을 연장해 줄 것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고, 금년 들어 1월19일에도 상기한 두 단체가 마련한 국회정책토론회도 국회에서 열리는 등 6만 미허가 축사 보유농가의 생존권이 달린 적법화 문제는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어 왔다.
작년 12월 기준으로 설훈 국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이 밝힌 미허가 축사 적법화 농가는 8066호로 전체 미허가 축사 보유농가 6만195호의 13.4%라고 밝혔다. 최근의 어느 자료는 전체의 15.6%인 9425호가 적법화를 마쳤다고 내 놓았다. 그게 그것이다.
관련법 개정시행 2년 9개월 여 만의 실적이다.
경상남·북도를 비롯한 지역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현재 경남도의 미허가 축사 적법화 대상농가는 6052호로, 이중 1단계 해당농가는 2012호이다. 그동안 적법화 완료농가가 495호(24.6%), 접수진행 471호(23.4%), 추진중 261호(12.9%)로 39%에 달하는 785호가 미추진 농가로 남아있다.
경상북도도 이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경북도의 미허가 축사는 1월말 기준으로 9300여 곳. 19.2%인 1800여 축사만이 적법화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불은 발등에 떨어졌다. 겨우 50여일 남은 기간에 얼마만큼 만족할 수 있는 실적을 거둘 수가 있을까?
유예기간 3년이 다하는 동안 해당농가는 생존권이 달린 문제를 이고 사방으로 뛰며 방법을 찾아 고생을 했다. 행정당국과 생산자단체들 역시 특단의 노력으로 함께 했음에도 불구하고 적법화된 축사는 2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한국축산을 대표하는 두 축산단체의 기한연장 촉구 기자회견이 있은 후 하루도 안되어 자유한국당은 기한연장을 당론으로 채택한다는 달콤한(?)소식을 내 놓았다. 이것으로 한숨을 놓아도 될 것인가?
대부분의 축산농가들은 가축분뇨의 효율적 관리와 이용이 목적인 이 법이 축산인의 기본권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동시에 축산업과 가축분뇨를 배척해야 할 혐오산업으로 규정하는 악법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애초부터 축사현황과 축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쳐두고 환경적 측면에서만 입법예고가 된 악법으로 헌법소원도 불사한다는 농가의 입장이다.
적법화 시한 3년 연장으로 가닥이 잡히는 듯 싶다. 그러나 정부나 농가나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인 듯하다.
법 개정이나 제정에 앞서 취지에 합당한 조사와 여론에 충분히 귀 기울이고 최대공약수가 만들어 졌을 때 입법시행에 들어가야 한다. 거기에는 부처 간 협력과 이해도 따라야 할 것이고, 당사지 간의 이해와 협력은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
이런 과정이나 절차가 미흡한 채 법을 만들어 놓고 그 법에 따르라고만 한다면 갖가지 부작용과 문제가 생기는 건 너무나 뻔한 일이다.
농가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늘 보아왔듯이 큰 문제만 생기면 마지막엔 의례히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줄 것이란 믿음(?)이 우리 농민들에게 적지 않은 듯하다.
각종 농·축산물 생산의 과부족 문제도 그래 왔고, 가축전염병 발생과 여러 문제들이 생겼을 때마다 정부는 언제나 이를 외면하지 않았다. 나아가 중요 농업관련 정책입안 문제들이 제기 될 때마다 농민이 거리로 나서는 현실을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이번 문제도 ‘설마 어떻게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적법화에 적극성을 띠지 않고 바라보고만 있는 누를 범한 농가는 없었는지도 한번 되돌아 봐야 할 일로 여겨진다.
시행일이 코앞에 다가온 지금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여유조차 없다. 농가와 축산단체의 요구대로 적법화 시한 3년 연장으로 문제해결을 기대할 수 있는 건가?
기대가 아니라 이번에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이다.
온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인정받는 깨끗한 축산환경 조성을 위한 축산농가의 부단한 노력과 함께 축산업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관심으로 축산농가를 키우는 당국의 의지가 하나가 되어 축산부국을 앞당기는 계기로 만들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