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그들은 고기 안 먹나? 작작 좀 해야지. 정부 요구 사항 다 지키면서 돼지 못 키운다. 정권은 바뀌어도 축산농가 규제는 안 바뀌었다” 어느 양돈농가의 한탄이다. 경상도에서 30년 넘게 돼지를 키우고 있는 A농가는 축산업 규제가 시간이 지날수록 강력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늘어가는 규제를 감당하지 못하면 하루아침에 생업을 포기하고 길거리로 내팽겨 쳐지는 것은 물론이고 팔자에도 없는 범법자가 될 판이라고 한탄했다.

무허가축사 적법화로 인해 수많은 선량한 농가들이 폐업 위기에 처하게 됐다. 적법화 추진 초기에는 환영하는 농가들도 많았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정당당하게 가축을 사육하게 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과거 양성화와 같은 맥락에서 시행되는 것으로 인식했다. 적법화가 농가 수를 줄이는 정책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법에 따라 성실하게 적법화를 준비하는 농가들마저 구제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수변구역(환경부가 상수원 수질보전을 위해 지정·고시한 지역) 등에 위치한 농가는 현재의 법으로는 적법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앞으로 다가온 적법화 유예기간을 연장한다고 해도 사용중지 및 폐쇄명령 처분을 면할 수 없다. 이런 처지에 놓여 있는 농가만 해도 전국에 수천이 넘는다.

제주 양돈장 악취관리지역 지정 추진 보도 이후 그 여파 또한 확산되는 분위기다. 경기도 용인시도 포곡읍과 모현읍 일대를 악취관리지역으로 올 상반기 중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제주 여파의 첫 사례가 됐다. A농가는 최근 악취 민원이 접수됐다는 소식을 연이어 접했다. 그는 “지금까지 겨울철에 악취 민원으로 고민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올 겨울만 3건이 접수됐다. 제주 양돈장 악취관리지역 지정 여파가 생각보다 빠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최근 농축산부가 황당한 동물복지 규제를 내놓았다. 내년부터 축사 내부 암모니아 농도를 25ppm 이내로 제한한다. 임신돈의 사육면적을 마리당 1.4㎡에서 2.25㎡로 넓히고, 스톨(감금틀) 사육 기간을 4주 이내로 한정한다. 2025년부터 전국 모든 양돈장이 이 규정에 따라야 한다. 정부가 양돈장 시설 개선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A농가는 “축산업에 대한 규제 한도가 넘은 것 같다”며 “양돈을 할 수 있을 때까지만 하고 그만 해야겠다”고 밝혔다.

가축전염병 예방도 쉽지 않다. FMD는 그나마 백신 접종으로 올 겨울을 무리 없이 지나가는 분위기다. 그러나 고병원성 AI와 관련해 정부는 어떠한 해결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AI 예방에 전 행정력이 나서고 있지만 발생 소식은 최근까지 계속됐다. 올림픽 이후 방역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면 과거와 같은 전국 확산도 우려된다. 농축산부는 최근 살처분 보상금 감액기준을 강화한 가축전염병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강력한 규제들이 축산농가들의 경영을 크게 압박한다. 성실하게 가축을 사육하고 있었는데 시절이 바뀌면서, 규제가 강화되면서 어느 날 범법자가 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축산업은 규제 대상이 아니라 육성하고 보호해야 할 기간산업이다. 축산농가들도 법의 울타리 안에서 자신의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우리 국민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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