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에서 낙농업에 종사하는 신달영씨. 신씨는 30여년 전, 직장생활을 하던 중 안구손상을 입게 돼 한쪽 눈이 전혀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갖게 됐다.

살길이 막막해진 신씨는 당시 나온 산재보상금으로 송아지 3마리를 구입해 낙농업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1995년 고양시 덕양구 관산동에 축사를 이전했다. 이 시기 고양시의 일시전용허가 및 축사보조금정책에 따라 축사를 건축했지만 고양시로부터 일시전용허가증을 교부받지 못했다. 고양시가 덕양구와 일산구로 분리되는 과정에서 행정절차 상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05년엔 고양시 지원으로 축사를 해당부지에 건축했고, 고양시로부터 축산업(가축사육업) 등록증도 교부 받았다. 이어 2010년에는 고양시의 지원으로 퇴비사도 신축했다.

시의 이 같은 지원이 있었기에 신 씨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시설들이 무허가로 분류돼 결국 신씨 목장은 오는 3월 폐쇄될 위기에 처했다.

설계사무소를 통해 관련서류를 완벽히 갖추고 무허가 축사 적법화 신청을 했지만 고양시 생태하천과에서 ‘불가하다’는 통보를 했다.

고양시 생태하천과는 고양시 조례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10조 2항에 따라 주변에 50호 이상의 주거용 건물이 밀집된 지역(가축사육제한 지역)이라는 이유를 들어 축산업 허가 접수를 일체 받아 주지 않았다.

지금의 부지에 처음 목장을 열었을 때만 해도 주위는 주거용 건물을 찾아볼 수 없는 황무지였다. 주변에 하나 둘 건물이 들어서면서 신씨는 혹시나 민원이 발생할까봐 환경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썼고 그 결과 민원 한번 없이 지금에 이르렀다.

심지어 신 씨의 목장은 경기도에서 선정하는 ‘아름다운 목장’, ‘고양시 2호 HACCP 농장’ 등의 명성을 지녀 많은 축산인들의 벤치마킹 모델이 되기도 했다.

30여 년간 운영했던 축사를 문 닫아야 할 위기에 처했지만 환갑이 넘은 나이, 여기에 시력 장애인인 신씨로서는 사실상 전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때문에 신씨는 너무나 억울한 심정이다. 지자체의 행정절차 오류와 비현실적 조례의 희생양이 된 셈이다. 민원 한번 발생하지 않도록 기울였던 환경보전의 노력 또한 물거품이 됐다.

신씨와 같은 사례가 아니더라도 억울하게 폐업이 불가피한 축산농가들의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무수히 전해지고 있다.

용돈벌이를 위해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여든이 넘은 독거 어르신, 가족의 생계를 위해 홀로 닭을 키우는 여성축산인, 사업 실패 후 빚에 허덕이다 먹고 살기 위해 축산업에 뛰어든 한 가족의 가장.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가 힘들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일부 지자체와 이를 넘어 정부의 무허가 축사 적법화 정책 추진을 바라보면 ‘감탄고토(甘呑苦吐)’란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이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라는 뜻으로 ‘사리에 옳고 그름을 돌보지 않고 자기 비위에 맞으면 취하고 싫으면 버린다는 의미의 사자성어다.

무허가 축사 적법화 문제로 억울함과 생존권 보장을 호소하는 축산인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달아도 삼키고 써도 삼킨다’는 ‘감탄고탄(甘呑苦呑)’의 의미를 되새겨 보라.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다면, 달아서 삼켰으니 써도 삼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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