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는 밖에도 안나가는 데
방역관은 수시로 들이닥쳐
타고 온 차량 AI 전파 의혹
출입빈도 높으면 발생 위험

 

“많을 땐 일주일에 두 세 번씩 방역관이 들락거리니 불안해 죽겠습니다. 제발 우리 농장에 공무원들이 못 들어오게 조치 좀 취해주십시오”

AI를 막기 위한 정부의 방역조치로 전라도내 오리농가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특히 오리농가에 대한 집중검사가 오히려 AI 발생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전남에서 오리를 사육하는 A씨.

A씨는 일주일 새에 방역관이 세 번이나 농장에 들이닥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지난해 12월 26일과 28일 농장 인근 종오리와 육용오리 농장에서 연이어 AI가 발생해 방역대가 겹친데다, AI 발생시 방역대 내에 위치한 오리농가에 대한 임상예찰 및 주 1회 정밀검사 조치에 따라서다.

게다가 전남의 경우 오리 전담공무원 지정으로 수시예찰 및 최소 4일 간격 임상예찰까지 실시하고 있다.

A씨는 “AI가 발생할까 농장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도 않고 밤낮 없이 농장을 지키고 있는데 방역관들이 수시로 들락날락해 불안하다”며 “방역관들이 아무리 철저히 방역조치를 이행하더라도 농장 출입빈도가 높아지면 발생위험 역시 높아지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B씨의 사정은 더하다. A씨와 같은 전남지역에서 오리를 사육하는 B씨는 방역관이 농장에 왔다간 뒤 AI가 발생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B씨는 “AI 정밀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정받은 농장이 방역관이 다녀간 뒤 이틀 후 폐사가 증가하는 등 이상증세를 보였다”며 “이는 정밀검사를 위한 농장 방문과정에서 방역관이나 방역관이 타고 온 차량 등을 통해 AI가 전파된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3일 현재까지 AI 발생농가 9호 중 예찰검사로 AI를 색출한 사례는 없다”면서 “정밀검사의 실효성뿐 아니라 방역관들의 농장출입에 따른 AI 발생 위험도 등을 고려해 정부의 방역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AI를 막기 위한 각 지자체의 방역조치로 인해 오리 수급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AI가 발생하지 않은 시·도에서 AI가 발생한 시·도에서 생산된 가금에 대한 반입금지 조치에 따른 것.

닭의 경우 간이키트를 검사해 음성일 경우 반입을 허용하고 있지만, 오리의 경우 반입자체가 불가능하다.

실제 지난해 11월 20일 경북과 제주를 시작으로 29일에는 충남, 12월 15일에는 경기, 28일 강원, 1월 4일 경남, 8일에는 충북이 가금 및 가금산물 반입금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국내 원종오리는 전남 장흥 소재 한국원종오리농장이 유일하다는데 있다.

한국원종오리에서 생산된 종오리가 전국 종오리농장으로 분양되고, 여기서 생산된 실용오리가 일반 농가로 분양되는 구조라는 것.

때문에 AI가 발생한 시·도에서 생산된 가금에 대한 반입금지 조치가 해제되지 않을 경우 오리계열업체들의 생산계획 차질뿐 아니라 새끼오리 수급에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4일 한국원종오리에서 천안 소재 농장으로 분양 예정이던 종오리 초생추는 AI 발생지역 가금 반입금지 조치로 아무런 보상도 없이 전량 폐기될 수밖에 없었다는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오리협회 관계자는 “AI 발생지역 가금 반입금지 조치가 지속될 경우 종오리 분양이 불가능한 까닭에 오리 수급은 물론 향후 오리가격까지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높다”면서 “각 시·도에서 시행중인 AI 발생지역 가금 반입금지 조치를 종오리에 한해 철저한 방역조치 이행을 전제로 닭과 동일한 조건으로 반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10일 현재 고병원성 AI 발생농가는 총 12건이다. 경기 포천 산란계농장을 제외한 11개 농장은 고창, 영암, 정읍, 고흥, 나주, 강진 등 전라도 소재 오리농가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