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유업계 성장동력은 `기능성'

 
현 정부가 최근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한국경제의 담론이 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차세대 반도체, 지능형 로봇 등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갈 '10대 국가적 미래전략 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확정했다.
그 여파로 10대 전략산업에 해당되지 않는 업체도 성장엔진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대해 유업계는 급변하고 있는 경제시류에 무엇을 성장엔진으로 삼고 있는지 진단해 본다.
(편집자)

■유업계, 성장엔진 있나
국내 유가공 산업은 타 산업에 비해 수출·입이 활발한 편은 아니다. 유통기한이란 특성상 수출이 쉽지 않아 현지에서 생산하고 현지에서 소비하는 전형적인 내수중심 산업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 때문에 당장 소비가 침체되면 그 여파가 판매량 감소로 이어져 산업 자체가 일대 홍역을 치르는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더욱이 유제품은 매일 식탁에 오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타 식품에 비해 경기에 더 민감하다.
내수중심 산업의 이런 특성 때문에 국내 유가공 업계는 매년 소비확대를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침체로 기업경기가 나빠지면 경기가 다시 회복돼 판매가 정상화되기만을 기다리는 형편"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판매호조를 보였던 과즙우유, 올 상반기 유제품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검은콩우유 등은 어려운 시기에 등장해 불황의 파고를 넘는 돌파구 역할을 했다.
관련업계는 기능성 유제품의 개발과 이에 따른 소비층 확대가 향후 유업계의 '성장엔진'이 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검은콩 신드롬
올 들어 롯데햄·우유가 개발한 '검은콩이 들어있는 우유'는 출시 3개월만에 하루 30만개를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지면서 판매가 늘어나자 대부분의 유업체들이 비슷한 제품을 개발해 쏟아내기 시작했다. 시장에 불어닥친 검은콩 신드롬은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어오던 유업계의 판매가뭄을 해갈시켜 주는 단비가 됐다.
롯데햄·우유 관계자는 "백색시유는 최근 3년간 5% 미만의 저성장을 보이는 반면 기능성 가공유 시장은 해마다 15∼20% 이상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며 "검은콩우유 시장 역시 고성장하고 있어 올 해 1천2백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침체된 유업계에 활력을 주었던 블랙신드롬은 신제품 개발과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한데 따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유업계, 연구개발 소극적
신제품 하나가 해당 산업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데도 유업체의 연간 연구개발 지원은 소극적이다.
국내 유업체중 한해 1천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업체의 경우 매출대비 연구개발 비중은 0.1∼0.4%에 그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기업이 20억원 미만의 연구비를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광고비의 경우 4∼23.7% 가량의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금액기준으로 보면 100억∼400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국내보다 제품은 다양하지만 잘 판매되는 것은 일부 몇 가지 제품에 국한돼 있다"며 "많은 돈을 투자해 신제품을 개발해도 시장에서의 성공여부가 불투명해 업체로서는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또 "국내의 경우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면 경쟁사들이 미투(me too)제품을 앞다퉈 출시하는 형국"이라며 "이런 현상은 앞서 개발한 업체의 개발의지를 꺽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업계가 연구개발 지원에 소극적인 것은 고액을 들여 개발된 신제품이 시장성공과 직결되지 않는 다는 것과 식품산업 특성상 광고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북대학교 이부웅 교수는 "제품개발을 위한 데이터를 모아 난 개발을 방지하고 협회사가 조정을 가능하게해 개발효율을 증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유제품은 차세대 식품으로 각광 받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식품이기 때문에 노력 여하에 따라 더 많은 제품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기능성제품이 시장성장 주도
유업계는 향후 유가공 시장 성장에 대해 건강 지향적이며 우유와 기능성 물질을 결합한 유제품이 주도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차세대 제품 개발에 관심을 쏟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종현 연구원은 '내수 불황을 모르는 고성장 기업-우량 5社 사례'란 연구보고서를 통해 "농심의 경우 핵심사업을 기반으로 신시장을 공략해 내수침체에도 불구, 영업이익이 54.5% 증가하는 등 강한 면모를 보였다"며 신시장 개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농심의 수익률이 이같이 고공행진을 할 수 있는 것은 프리미엄급 라면시장 개척, 생수·즉석밥 등 제품 다각화 등 신제품 개발에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코넬대 이창용 교수는 "세계적으로 기능성 식품은 5백억 달러에 이르렀다"며 "2010년에는 낙농식품만 4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식품과 건강에 대한 인식이 증가한데 따른 것이고 특히 식품의 보조물보다도 강화된 식품이나 음료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말했다. 이에 따라 식품과 음료가 눈에 좋다던가 피부, 머리카락, 손톱에 좋다는 등 인체의 특정부위에 이로운 새로운 개념의 식품이 출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상반기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부진으로 유가공업계는 한때 어려움을 겪었으나 검은콩우유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제품 하나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기능성 신제품 개발이 얼마나 중요한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능성 유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구매가 늘어나면서 향후 성장동력으로 점쳐지고 있는 기능성제품에 업계의 개발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강선 기자 kang@chukky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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