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축산농가의 한탄을 들었다. 경기도 모처에서 작은 규모의 양계장을 운영하고 있는 축산인 A씨는 해당 축사가 그린벨트 내 무허가 축사라는 이유로 지자체로부터 고발을 당했다고 했다.

먹고 살길이 막막해 수년 전 시작한 양계농장이 이제야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더 이상 농장을 운영할 수 없게 된 상황에 처했다. 앞으로 가족의 생계를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 막막한 심정이란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A씨는 결국 울분을 토했다.

경기도의 또 다른 축산농가 B씨는 축사 이전을 위해 부지를 알아보고 있지만 경기도 내에선 도저히 구할 수가 없는 상황. 그래서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떠나 먼 지방으로 이주할 계획이다. 먹고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무허가 축사에 대한 사용중지, 폐쇄 명령이 시행되는 3월이 채 100일도 남지 않았다. 축산인들은 오는 3월 25일을 두고 목을 겨누는 ‘포악한 칼날이 다가오는 날’이라고 표현한다.

평생 축산업을 천직으로 여기며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린 노력의 대가가 쓰라린 아픔으로 돌아올 것이란 생각에 축산인들의 심정은 비통하기 그지없다.

지난 2014년 3월 25일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무허가 축사에 대한 사용중지 및 폐쇄명령 조항이 신설돼 2018년 3월 25일부터 적용이 예고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적법화가 이뤄지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2017년 12월 기준 적법화가 완료된 농가는 전체 무허가 축사를 보유한 6만190호 중 7283호로 12.1%에 불과하다. 이대로 관련 법령이 시행될 경우 국내 축산업의 생산기반이 붕괴되고, 무허가 축사를 보유한 축산농가들이 생계의 수단을 잃어버릴 심각한 위기에 처해진다.

축산인들은 적법화를 위해 피나는 자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적법화를 위해서는 가축분뇨법 뿐만 아니라 건축법, 국토이용관리법, 건축법, 하천법 등 20여개가 넘는 법률이 얽혀 있어 적법화의 제도적, 시간적 한계가 있다.

더군다나 고병원성인플루엔자나 FMD 등의 가축전염병의 지속 발생으로 적법화 추진에 상당한 제약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는 실제적인 대책 마련엔 뒷짐을 진 채 수수방관으로 일관하더니 적법화 시한이 다가오자 그 책임을 축산인들에게 전가하면서 축산농가들을 마치 불법을 자행하는 파렴치한 집단으로 몰아가고 있다. 더욱 억울한 것은 유독 축사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축산단체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공청회 및 전문가회의를 개최하는 한편 입법예고 의견을 지속적으로 정부 관계 당국에 요구해 왔다. 더불어 농정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기대해 왔다. 그러나 달라진 것이 없다.

축산단체들은 무허가 축사 적법화 기한을 3년 더 연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기한 유예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좀 더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무허가 축사 적법화 조치의 근본적인 목적은 ‘환경 개선’이다. 이와 관련된 가축분뇨법의 목적은 ‘가축분뇨의 적정처리’를 통해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것.

목적과 취지를 살려 환경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는 것으로 규제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무허가 축사 규제의 근본적 방향 전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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