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단지 숫자일 뿐’…사업 중심으로 조합 결집

 

‘늙은 머슴’을 앞세워 ‘머슴론(論)’을 펴고 있는 황영희 고흥축협 조합장의 나이는, 2016년 12월 보궐선거로 조합장에 당선됐을 때가 75세였다. 그런 그가 조합원을 위해 머슴이 돼, 조합원, 나아가서는 지역 축산 농가들의 행복한 머슴이 되겠다고 했다.

황 조합장의 ‘머슴’은 시켜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굳은 일을 마다 않는 머슴이다. 조합장직을 맡은 지 1년이 지난 현재, 고흥축협의 조합원들이나 직원들에게 황 조합장은 ‘어르신’이 아니라 믿고 따를만한 동반자로서 인식된다.

“조합이 어려움에 처하자 이사회에서 조합을 살릴 적임자로 추대돼, 선거를 치루고 당선됐습니다. 비록 나이는 많고 능력은 없지만, 이런 나를 추대한 조합원들의 뜻을 충실히 따르겠다는 의미로 ‘머슴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조합 발전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고,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일한다는 각오입니다.”

황영희 조합장의 ‘진심’이다. “나이는 단지 숫자일 뿐”이라는 그의 소신은 사업을 통해 조합과 조합원을 결집해야 한다는 추진력으로 나타났다. 말로 아무리 설명하고 설득해봐야 그것은 그저 말 뿐이라는 것이다. 사업을 전개함으로써 ‘성공’이라는, 하나의 목표의식으로 뭉칠 수 있다는 것이다.

황 조합장이 꺼내든 것이 바로 ‘본점 청사 이전 및 하나로마트 신축’이다.

“주변을 보면 현대식 마트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차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경쟁력 강화에 대한 노력도 없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앉아서 고사(枯死) 당하겠다는 포기를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직원들은 조합원들의 재산을 관리하고 불리는 집사나 마찬가지인데, 일하는 사무실조차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를 지향할 수 없다”면서 “그 때문에 본점과 하나로마트를 하나로 묶고, 축산물 판매 활성화까지 고려한 ‘축산타운’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물론 조합 형편으로서는 막대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반대의 의견도 제기됐다. 하지만 황 조합장은 단호했다. 상황이 어렵다고 현상유지만 하려고 하는 자세는, 급변하는 환경에서 결국 현상유지조차도 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당분간은 어렵지만 고흥군 최고의 마트를 만들어 경쟁력을 확보하고, 조합원이 생산하는 고품질의 축산물을 팔아줌으로써 ‘판매농협’이라는 협동조합의 이념을 실천해야 조합의 존재가치가 있다는 소신이다.

황 조합장은 1년 내내 부지를 물색하고, 이사들과 함께 선진지 견학도 다녔다. 그리고 최적지에 2157평의 부지를 매입했다. 컨설팅업체들도 마트로서는 최적지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2층 건물을 지을 예정이다. 이제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할 것인가”만 고민하면 된다고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고흥군의 한우는 2012년 지리적 표시 제83호로 등록됐다. 2013년엔 축산물 등급판정 결과 등심단면적 188㎠ 이라는 최고의 기록을 달성했다. 1979년부터 한우개량단지 참여와 1등급의 우수한 정액공급을 통해, 생산된 송아지는 타 지역보다 10%를 웃도는 가격을 받고 있다.

그만큼 우량 번식우가 많고, 개량단지로는 최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군과 축협이 합심해 출원한 통합브랜드 ‘유자골 고흥한우’는 고흥한우의 우수성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파워브랜드로써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와 관련 황영희 조합장은 10여 마리 이하의 번식우 사육농가의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하면서 한우산업 발전대책을 제시한다.

정부는 부정유통 근절에 초점을 맞추고, 음식점에서는 식육원산지 표시제와 소고기 이력추적제도를 엄정하게 시행해야 하며, 농가는 철저한 기록관리로 선발과 과감한 도태를 통한 가축 개량과 품질 차별화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서는 최근 폐업지원사업 참여로 이탈하고 있는 소규모 농가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영희 조합장은 또 급속하게 고령화되고 있는 현실에 대처하기 위해 축산영농후계자의 정착을 지원하는 팀을 구성하고 한우 도우미사업을 통해 사육농가의 이탈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그는 무허가 축사 적법화 등으로 축산농가의 수가 절대적으로 줄어들겠지만 남아 있는 축산농가만이라도 행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황영희 조합장은 300여 마리의 한우를 직접 사육하고 있으며, 운암한우회 회장과 12년 간 조합 비상임이사를 역임했다. 고흥군수로부터 지역 한우산업 발전의 공을 인정받아 표창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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