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염려말라, 열심히 투쟁하라유언

 
"나는 염려 말라. 열심히 투쟁하라". "몸은 먼저 가지만 정신은 지켜 볼 것이다".
WTO 각료회의 개막일이었던 지난 11일 새벽 멕시코 칸쿤 현지에서 "WTO가 농민들을 다 죽인다"는 구호를 외치고 자결한 故 이경해(56) 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이 남긴 유언과 유서다.
우리나라 농민은 물론 전 세계 농민들에게 깊은 슬픔과 아픔, 그리고 큰 충격을 안겨준 이 전 회장은 한국 시간으로 11일 새벽에 개최된 국제공동농민의 날 집회에 참가, 한국농민시위대의 선두에서 "WTO가 농민들을 다 죽인다"는 구호를 외치며 각료회의장인 컨벤션센터로 진출을 시도하던 중 미리 준비한 칼로 가슴을 찔러 자결, 칸쿤 시내에 소재한 해수스 로드리게스 종합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으나 과다출혈로 인해 운명했다.
세계 주요 언론들은 이 전 회장의 자결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이 전회장을 '순교자'로 표현하며 그의 일대기를 취재 보도했고 인도 언론은 "농민의 아픔을 가슴에 안고 갔다"고 표현했다. 영국의 BBC방송은 "이 전 회장이 농업개방에 반대하며 자결했다"고 보도하고 이 전 회장 동료의 말을 인용 "WTO정책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려는 희생적 행동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독일의 공영 ADR방송은 "한국의 반세계화 운동가가 WTO를 비판하며 자결해 칸쿤 각료회의에 그늘이 드리워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사랑하는 차녀 이고은 양의 결혼식 일정(9월28일)까지 잡아 놓고 소중한 목숨을 농업회생의 제단에 바친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전 세계 농민들의 슬픔을 더해줬다.
이 전 회장은 지난 90년부터 가속화된 세계 농산물 무역의 재편과정에서 우리나라 농업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져 실천한 농민운동가이다.
지난 90년 1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현장에서 할복 자살을 시도, 허구에 찬 농산물시장 개방에 맞서 싸운 그는 13년이 지난 10일 세계무역기구(WTO) 제5차 각료회의가 열린 멕시코 칸쿤에서 소중한 목숨을 농업 회생의 제단에 바쳤다.
이 전 회장은 전북 장수군 장수읍 장수리 151번지에서 태어나 전주농고와 서울농업대(현 서울시립대) 농과대학을 마치고, 곧바로 고향에 내려가 서울농장을 세우면서 영농의 길을 걷게 된다.
농사를 지으면서 우리마을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는 평소 소신에 따라 지난 79년 장수군 낙우회 부회장과 83년 장수군 농민후계자 회장을 거쳤고 그 당시 농어민후계자협의회(현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를 만드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이후 87년, 전북농어민후계자협의회장을 맡았고, 이듬해인 88년에는 전국농어민후계자협의회의 제 2대 회장에 선임돼 빛나는 활약상을 보여줬다.
전북도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지방화시대의 농업문제와 수입개방대책 수립을 끊임없이 주장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그동안 수많은 농권운동을 펼치면서 단식투쟁을 불사했다. 지난 90년 제2회 농어민후계자대회 개최를 정부가 막은 데 대해 단식농성을 벌였고 94년에도 국회 앞에서 WTO이행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면서 17일간의 단식농성으로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또한 지난 2000년 12월에는 전라북도 도의원 신분으로 농가부채특별법 제정과 마사회의 농립부 환원을 주장하며 26일간 단식농성을 실시, 마사회가 농림부로 환원되는 단초를 제공했다.
2001년 8월에도 일본 도쿄의 총리관저 부근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사과와 역사 왜곡교과서 합격 취소를 요구하며 한국의 자존심을 단식 농성을 통해 알렸다.
이 전 회장은 올 3월에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세계무역기구(WTO) 본부 앞에서 텐트를 치고 'WTO가 농민들을 죽인다'라는 문구를 몸에 걸고 한달 가량 1인 단식농성에 돌입, 한국농업의 어려움을 세계에 알렸을 뿐 아니라 농산물 수입국들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다.
30여 년의 젊은 청춘을 농권운동에 앞장 선 그는 평상시 법이 없어도 살 사람이라는 평가와 함께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강직한 농민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지난 3월 WTO본부 앞에서 "우르과이라운드는 몇몇 야망에 찬 정치집단들이 다국적 기업, 외눈박이 학자들과 동조하여 자기들의 고치 아픈 농업문제를 다른 나라에 떠넘긴 한판 사기 게임에 지나지 않는다"고 질타했었다.
이 전 회장은 이 땅의 농민은 물론 전 세계 영세 가족농의 생존권 수호를 위해 굴곡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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