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민 수 애그스카우터 대표 <농경연 해외곡물시장 동향 편집자문위원>

 

남미를 중심으로 옥수수를 비롯한 대두 생산이 시작되면서 기상 상황이 가격 변화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아르헨티나 중북부 지방과 브라질 남부 지방이 라니냐 현상에 따른 고온 건조한 기후로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어 대두 가격은 11월 말까지 고공행진을 보였다. 시장 예상과는 달리 아르헨티나 동부를 중심으로 브라질 남부 지역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많은 양의 비가 내려 작황 상태 개선으로 대두 가격은 급락해 3개월 전의 저점으로 회귀했다.

옥수수 역시 남미 기상 호전으로 인해 연중 최저점을 계속해서 갈아치우고 있으나 대두와는 달리 가격 변동성은 크게 축소됐다. 투기 세력들이 옥수수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으나 상업상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옥수수 가격의 하락을 제어하고 있다. 선물 가격 하락에 따른 미국 농가의 판매 제한과 미국산 옥수수의 수출 경쟁력 강화 역시 가격 하락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곡물 가격의 하락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의 비 소식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 중북부 지역에는 여전히 낮은 강수량을 보여 토양 수분 부족현상이 지속됐다. 이번 주말부터 다시 건조한 날씨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곡물거래소는 최근 날씨 개선 효과에도 불구하고 17/18 시즌 대두 파종 면적이 줄 것으로 내다봤다. 브라질 남부 지역 역시 건조한 날씨가 예상되는 등 남미 시장의 불안 요인이 대두를 비롯한 옥수수 가격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선 곡물 가격들의 하락 움직임과는 달리 소맥 가격은 점진적인 상승흐름을 타고 있다. 세계 공급 과잉에 따른 약세 요인이 희석되고 수입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기 때문. 전적으로 아르헨티나산 소맥을 수입해오던 브라질은 소맥 소비량 증가로 인해 러시아를 비롯한 다른 국가로부터의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 서남아시아와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소맥 수요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대풍작에 따른 저가 경쟁으로 수출 시장을 지배해오던 러시아가 차츰 경쟁력을 잃어간다. 미국산 소맥의 수출 확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주요 산지 혹한으로 인한 겨울밀 냉해 피해 우려 역시 소맥 가격의 상승 요소다.

대외적으로도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 곡물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 지난 13일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음에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약세를 나타냈다. 이미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 심리가 크게 줄었으며 내년에도 금리 인상 속도가 가속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달러 가치를 떨어뜨렸다. 미국의 세제 개편안 의회 통과와 입법 추진에도 불구하고 달러 가치는 상승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제 유가 역시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곡물 가격 하락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정례회의에서 회원국들의 원유 산유량과 재고 물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원유 과잉 규모가 축소됐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북해 포티스 송유관 균열에 따른 누유 문제로 잠정폐쇄됨에 따라 북해산 원유의 공급 차질 역시 유가의 상승에 힘을 실었다.

연말연시를 맞이해 거래량이 대폭 줄어들고 변동성 역시 축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곡물 가격에 변화를 줄만한 요인들은 다분하다. 대내외 환경 변화에 주목하면서 향후 가격 변동성에 대비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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